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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윤석열이다. 하, 이렇게나 일차원적 인간들이라니


책장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직업을 알 수 있고 취미를 알 수 있고 관심 분야를 알 수 있다. 서울에서 내 책장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내 밥벌이를 유추할 수 있었을거다. 하지만 그 외엔 ‘참 잡다한 걸 읽는구나’ 하고 생각했을거다. 인문학하고는 담을 쌓았고 그저 흥미 위주의 독서만 했다.


비슷한 이유로 타인의 집에 들를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이 책장을 훔쳐보는 걸 좋아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그녀의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 보기도 했다.


세상에 참 많은 책들이 있다. 도서관에 가면 그 엄청난 장서 속에서 얼이 빠져 버린다. 그리고 스스로 참 무식하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살아오면서 모아 왔던 책들을 몽땅 버리고 캐나다로 넘어왔다. 난 더 이상 책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타인에게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실마리 하나를 잃었다.


그렇다고 내가 독서를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전자책을 읽고 있다. 아마존 킨들 화이트 페이퍼에서 돌아가는 영어책들이다. 여전히 흥미 위주의 독서를 한다.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의 라이브러리에 내가 읽었던 책들과 읽을 책들의 목록이 쭉 있다. 타인이 이 목록을 볼 방법이 없다. 누구나 볼 수 있었던 3차원 속의 나의 책장이 아마존 킨들의 2차원적 규모의 자그마한 화면 속으로 감춰진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의 등장과 함께 활자의 시대가 가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독서는 점차 매니악한 취미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엔, 그 사람의 책장 대신, 모바일 폰 유튜브 첫 화면이 그 사람을 웅변한다.


이게 무슨 궤변인지 설명하겠다.


현대는 알고리즘의 시대다. 저커버그가 말했던가?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여러 가지 포스트에 ‘좋아요’를 천 번 정도 눌렀다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알고리즘은 그 사람 본인보다 더 그/그녀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주장을 신뢰한다. 또한 이런 알고리즘은 참으로 편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알고리즘을 아무 저항 없이, 오히려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아마존에서 책을 한 권 구입하면 똘똘한 아마존은 그 후 내게 비슷한 책을 계속 추천해 준다. 나는 더 이상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따져 가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마존이 추천해 주는 책은 나의 입맛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유튜브에서 몇 개의 동영상을 보면 알고리즘은 계속해서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의 동영상을 추천해 준다. 결국 내가 유튜브 화면을 처음 켜면 메인 화면에는 내가 관심을 끌 만한 썸네일을 가진 동영상 목록들로 가득 찬다. 너무나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의 유튜브 첫 메인 화면은 당신의 관심사를 알려 주는 축소판이다. 따라서 현대는 당신의 책장 대신 유튜브 첫 화면이 당신을 대변한다.


윤석열의 계엄 사태 이전 나의 유튜브 첫 화면은 그저 걸그룹들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으로 가득 찼었다. 그렇다. 나는 크리피한 늙은이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국내 정치 관련 뉴스로 도배돼 있다. 누가 보면 늙은 정치병자로 생각할게 틀림없다. 빨리 윤석열이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가야 다시 내 첫 화면이 예쁜 걸그룹들로 가득 찰 텐데 말이다.


계엄 사태 이후로, 윤석열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아보기 위해 뉴스를 뒤적거리다가 몇 가지 용어와 사회 현상을 배웠다.


틀딱이라는 말이 있다.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일종의 노년층을 비하하는 단어다. 여기서 유래된 ‘틀튜브’라는 명칭을 가진 유튜브 채널들도 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을 말한다. 극우의 특징인 소수자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 배척, 증오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설파하는 채널들이다. 그리고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 틀튜브의 열렬한 애청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바닥을 기는 지지율 속에서 그나마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을 해 주는 유일한 창구였을 게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돼 가지고 이렇게나 1차원적인 인간이라니!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는 고시에 아홉번 만에 합격하고 검사가 되었다. 아마 고시 합격 이후로 책과는 담을 쌓은 것 같다. 그의 언행이나 행동거지를 보면 도저히 차분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폭탄주를 말아 마시며 아무에게나 반말을 찍찍 거리고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는 모습이 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그의 직업은 검사다. 범죄자를 상대하는게 그의 일이다. 사실 대화와 타협이 필요 없는 직업이다. 프레임을 짜고 윽박지르고 기소장을 만들어 법원에 회부하는게 그의 일이다. 소통은 주로 일방통행이다. 그는 항상 상대에게 갑, 그것도 엄청나게 큰 갑이다. 그의 상대는 을이라는 명칭조차 아깝다. 그저 조속히 감옥에 쳐 넣어야 할 범죄자일 뿐이다. 자주 폭탄주를 말아 먹는 그에게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을 것이고, 직업 특성상 그의 일차원적인 성격은 굳어만 갔을 것이다. “일반인도 검찰 수사를 받으면 패가망신 한다” 라는 취지 비슷한 말을 그가 한 적이 있다. 그는 일반인이라는 약자의 편은 아닌 것 같다.


검찰총장까지 올라간 그는 그의 권력에 심취했다. 박근혜를 수사하고 감옥에 쳐 놓은 전적까지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감히 “겨우 5년짜리 권력” 이라고 일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검찰 수사를 통해 여러 사람을 패가망신시켰다.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 개혁을 시도하자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은 조국의 집안을 그야말로 “멸문지화” 시켰다. 또한 정적인 이재명에 대해서 같은 시도를 했으며 법원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검사는 기소권을 독점하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윤석열은 이를 악용해 왔다. 그래서 그 자신도 검찰 수사를 안 믿는다. 검찰총장 씩이나 했던 인간이 계엄사태 이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엉터리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에라이~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검사처럼 행동했다. 극히 일차원적인 인간이었다는 뜻이다. 나의 상대는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윽박지르고 굴복시켜야 할 적이다. 따라서 윤석열을 반대하는 집단은 언제부턴가 사전에도 없었던, 하지만 틀튜브에서 계속 떠들어대던, “반국가세력” 이 되었다. 명태균에게 보고 받기로는 나의 지지율이 높아야 되는데 선거 결과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역시 틀튜브가 주장하는 선관위의 부정 선거가 틀림없다. 이렇게 윤석열의 세계는 좁아져만 갔을 것이다.


세계는 양극화 되고 있다. 그리고 과거보다 현저하게 반지성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 현상은 위에 설명한 알고리즘과 관련이 있다.


사실 나의 유튜브 첫 화면이 전부일 수 없다. 이것은 그저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내용들이 나열일 뿐이다. 계속 이런 것만 보고 듣는다면 나의 세상은, 마치 윤석열처럼, 1차원 속에 갇혀 버리게 될 것이다. 틀튜브 속에 갇혀 무지성적으로, 아직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틀딱이 되지 않으려면,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사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휴, 어렵다.


최소한 정치인은 1차원에 갇히면 안 될 것 같다. 나의 상대는 나쁜놈이나 반국가세력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라는 이차원적인 인간이 정치를 해야 한다. 앞과 뒤가 아니라 전후좌우를 살펴야 된다는 말이다. 최소한 자기의 안위 보다는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 적이 있는가를 살펴보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우파 계열의 대통령들은 뭔가 대의를 위해서 약자들을 위해 활동한 이력들이 있다. 김대중은 목숨을 걸고 민주화 운동을 했다. 노무현은 인권과 노동 변호사로 활동했고 투옥되기도 했다. 문재인은 학생 운동을 하다가 붙잡혀 녹화 사업의 대상이 됐으며 노무현과 함께 노동 변호사 생활을 했다.


다시, 수구 꼴통 계열의 대통령들을 보니 좀 한심스럽네. 박정희는 골수 친일파였고, 빨갱이였다가, 공산당 동지를 팔아넘기고 전향한 철저한 기회주의자로서, 419 이후 혼란을 틈타, 천재적인 감각으로 기회를 낚아채어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독재자가 됐다. 전두환, 노태우는 직업 군인이고 역시 반란을 일으켰으며 감옥에 갔다. 김영삼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3당 야합으로 오점을 찍었다. 이명박은 기업가 출신인데 장사꾼처럼 나라를 운영하며 사익을 채우다가 결국 감옥에 갔다. 박근혜는 정체를 모르겠는데 하여튼 윤석열이 감옥으로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석열이다. 하, 이렇게나 일차원적 인간들이라니.


내가 글을 쓰면서 일부러 차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1차원과 2차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차원에서 반국가세력이 이차원에서는 협치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이차원을 필요로 한다. 일차원적인 인간이 이차원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하면, 지금 보듯이, 나라 전체가 요동을 친다.


차원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9.html

10) 엘러건트 유니버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1/10.html

외전 1) 마지막으로 윤석열이다. 하, 이렇게나 일차원적 인간들이라니


삼체 10) 엘러건트 유니버스

 


캐나다로 이사할 때 한국 생활을 정리하며 오랜 기간 모아 놓은 살림살이들을 처분해야만 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입하여 붙이기 전에 우선 큰 가구나 살림 도구들을 집 밖에 빼 놨다. 그랬더니 못 보는 사이에 그 가재도구들이 점차 사라졌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주변 마을 사람들이 쓸만한 것을 골라 가져갔기 때문이다. 개꿀!


참으로 버리기 아까웠던 것은 책이었다. 그간 이사를 할 때마다 고집스럽게 많은 책들을 이고지고 다녔었다. 노끈으로 책뭉치들을 묶어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게 이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겁고 부피 큰 것을 캐나다까지 가져갈 수는 없었다. 중고책 장사 아저씨가 용달차를 끌고 와 책을 가져가면서 내게 푼돈을 지불했는데, 지금도 그 중고책 서점 사장의 땡잡았다는 표정이 생각난다.


내가 갑자기 이렇게 옛날 생각을 하는 것은, 그때 팔아 버렸던 책 한 권이 지금 아쉽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elegant universe 였으며 지은이는 이론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이다. 주로 끈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일반인을 위해 수식 없이 설명한 책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당시도 그 책을 잘 이해했다는 건 아니다. 그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자로다, 하면서 읽었고 걸핏하면 “이게 뭔 개소리야?” 를 내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끈 이론에 대해서 끄적거려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책이 현재 수중에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끝을 봐야겠지. 기억도 희미한 20년 전에 읽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무식한 얘기를 끄적거려 보자.


아, 20여 년 전에 끈 이론이 상당히 핫했다. 나 같은 무식쟁이도 여기저기서 들어 봤으며 위에 언급한 엘러건트 유니버스라는 끈 이론에 대한 책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이다. 하지만 현재는 짜게 식었다. 수식은 아름다운데 도대체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코미디 시트콤 중에 빅뱅 이론이라는게 있다. 거기 주인공 중 셸던이 끈이론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로 나온다. 그런데 일곱 번째 시즌 즈음, 즉 약 10년 정도가 흐른 다음에 극 중에서 끈 이론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는 장면이 있다. “내 청춘을 여기에 바쳤어. 그땐 이 수식들이 정말 우아하게 보였거든. 하지만 난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눈이 먼 시골뜨기일 뿐이였네.” 극중 셸던의 한탄이다.


끈 이론 연구자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방정식이 틀렸을 리가 없어!” 라고 하지만, 단지 수학일 뿐이다.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선 태양 둘레를 도는 수성 궤도 길이만큼의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단다. 현재 지구상 최대의 입자 가속기가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의 LHC 인데 이것의 둘레가 불과 27Km 짜리다.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은 주류 과학 이론으로 정립될 수 없다. 그래서 현재는 주류 물리학에서 소외됐다.


그런데 과거에 끈 이론이 각광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위 사진은 본 시리즈의 속초 앞바다에서 오줌을 쌌던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세상은 17개의 소립자로 이루어졌다. 입자 가속기를 통해 중성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깨부순 후 그 파편들을 연구해 얻어낸 결과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많지?


문제는 더 있다. 표준 모형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자연계의 4대 힘 중 세 개인 강력,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중력 어딨어?


그렇다. 표준 모형에서 아직 중력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이 따로따로 논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말년의 아인슈타인부터 시작해서 난다긴다 하는 물리학자들이 지금까지 뛰어들었지만 해결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돌연 끈 이론이 나타나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끈 이론에서는 세상 모든 물질이 작은 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끈의 진동 모양에 따라서 표준 모형의 여러 쿼크들, 일렉트론, 뉴트리노들, 보손들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은 17개의 소립자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끈으로 이루어졌고, 끈의 진동에 따라서 각 소립자의 성질이 나타난다고 한다. 오컴의 면도날에 부합하는 아주 우아한 설명 같기도 하다.


내가 엘러건트 유니버스 책을 현재 가지고 있지 못해서 더 이상 끄적거릴게 없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나는게 책에서 자주 나오는 아래 그림들이다.



끈 이론을 수학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10차원 혹은 11차원이 필요하다. 끈 이론은 이런 차원들이 아주 작은 소립자 크기 안에 얽혀져 있다고 주장한다. 너무 작기 때문에 인간은 도저히 볼 수 없는 차원인데 이런 믿을 수 없는 차원을 상정해야만 수식이 성립한다. 물론 실험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인간은 현재 끈 이론에 대해서 매력을 잃었지만 삼체의 세계관에서는 끈 이론이 진실이다. 삼체인들은 실제로 궤도를 도는 입자 가속기를 만들어 냈으며 소립자 내 숨겨진 차원을 3차원 공간에 풀어내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양성자 하나 속에 숨겨진 11차원을 3차원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거기에 전자 회로를 인쇄하여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원래의 양성자 크기로 돌려 보냈다. 이렇게 소폰이 만들어졌다. 즉 소폰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양성자 크기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것이다. 이것은 빛의 속도로 지구에 침입하여 지구인의 과학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차원이라는게 무엇인가.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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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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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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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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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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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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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년은 36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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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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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색즉시공 色卽是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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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엘러건트 유니버스


삼체 9) 색즉시공 色卽是空

 

주의 : 잘못 이해된 지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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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딥 필드 사진이 찍혔을 때 전 세계 천문학계는 깜짝 놀라 뒤집어졌다. 방금 막 쏘아 올린 수십조 원짜리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찍어 보자는 엉뚱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그 자그마한 빈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은 은하가 찍혔기 때문이다.


허블 딥 필드 사진을 보면 우주가 은하들로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사진으로 찍었기 때문에 꽉 차 보일 뿐이다. 실제 우주는 99.999…% 이상 빈 공간이다. 우주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중에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가 있는데 실제 우주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빈 공간을 뜻하는 Space 다. 일례로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가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도저히 갈 방도가 없다.


추정 4,000억 개 이상의 별들로 반짝이는 우리 은하도 사실상 본질은 99.999…% 텅 빈 허공이다. 보이저 1호가 인간이 만든 비행체 중에서 가장 멀리 나가 있고, 연구비가 아쉬운 나사 관계자들이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지만, 태양계 최외각의 오르트 구름을 벗어나려면 앞으로 3만 년이 더 걸린다.


또 다른 예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4광년 떨어져 있는 알파센타우리 시스템을 간다고 해 보자. 현재 인류의 기술로 여기에 가려면 7만 년에서 10만 년 정도가 걸린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으로서는 엄두도 안 나는 거리다. 따라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항성 간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태양계도 사실 99.999…% 이상 빈 공간이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 화성에 가려면 가장 최적의 상태에서도 7개월이 걸린다.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고 계획 중인데, 여행자들은 우선 7개월간 좁디좁은 우주선에 꼼짝없이 갇히는 시련을 견뎌야만 한다.


1, 2주 후에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한 클리퍼 프로브가 발사된다. 클리퍼는 5년 반 동안 우주를 여행한 후 2030년이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태양계 내에서의 이동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태양계의 99.999…%의 빈 공간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빈 공간이 아닌 것들은 태양과 그 주위를 도는 지구와 같은 행성들, 그리고 행성을 도는 달과 같은 위성들, 그리고 소행성들이다. 이들은 모두 원자로 만들어졌다. 지구에는 많은 생명이 있다. 생명 또한 모두 원자로 구성된다. 전자기파와 반응하는 바리온, 즉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원자들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실상 원자도 99.999…%가 빈 공간이다. 원자 하나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크기라고 가정할 때, 원자핵은 경기장 정 가운데 놓인 탁구공 정도이고, 원자핵 주변에 있는 전자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날아다니는 초파리 정도라고 한다. 즉 원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완전 텅텅 비어 있다.


체중 70kg인 성인 남성을 상정해 보자. 그의 몸은 모두 원자로 이루어졌다. 그의 몸을 이루는 원자의 모든 빈 공간을 없앤다고 가정해 보자. 즉 위에 예를 든 탁구공과 초파리를 합쳐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즉시 이 성인 남성은 미세먼지 티끌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어 눈 앞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 무게는 70kg 이다. 만약 지구 전체를 이루는 모든 원자의 빈 공간을 없애면 지구는 그 즉시 야구공만해진다.


놀랍게도 이런 천체가 우주에 아주 많다. 바로 중성자별 neutron star 이다. 온 세상이 99.999…%로 공하고 공하고 공한데 중성자별만은 빈틈없이 꽉 차 있다.


태양은 수십억 년 후에 적색 거성이 됐다가 행성상 성운을 남기며 자그마한 백색왜성 white dwarf star 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태양이 만약 1.5 배 정도 현재 크기보다 크다면 전혀 다른 최후를 맞이한다. 태양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그 후에 중성자별이 된다.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물질들이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수축되어 전자와 원자핵이 합쳐져서 지름 십수 km 크기의 중성자가 되는 것이다. 중성자별의 밀도는 너무나도 커서, 만약 중성자별의 물질을 티스푼만큼 뜰 수 있다면, 그 무게는 10억 톤에 달한다고 한다.


마블 시리즈의 토르가 무기로 사용하는 망치가 바로 중성자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무거워 토르 이외에는 들지도 못하고 이 망치로 부수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 원자핵의 구성요소인 중성자로만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획기적인 물건이 나온다. 고밀도의 이 물질은 현존하는 어떤 것으로도 부술 수 없다. 또 이 물질로 만들어진 무기는 현존하는 모든 것을 두부처럼 부술 수 있다.


삼체인들의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원작에서 중성자만으로 감싸여진 Droplet 이라는 무기가 나온다. 단 한 개의 Droplet 으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빈틈없이 꽉 찬 중성자로 만들어진 물체를 99.999…% 이상 빈 공간인 원자로 만든 지구인의 무기로 어떻게 대적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삼체인들은 지구인을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다. 왜냐하면 400년이라는 시간 때문이다. 알파센타우리에서 출발한 삼체인들의 함대는 광속의 1%라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에 접근 중이다. 불과 400년이면 도착한다. 그런데 그 불과 400년이 문제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이라면 대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다. 막 인조가 즉위한 시기다. 비록 막 화약 무기가 발전하던 시기이긴 했지만 과학 기술적으로는 과거 1만 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던 시절이다. 일만 년 전 석기 시대 사람 한 명을 납치하여 400년 전에 갖다 놔도 그는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400년 전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한 천재를 현대에 갖다 놓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400년 전 천재는 현대에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문물과 지식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천재는 현대 도시를 안전하게 걸어 다니는 방법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 이처럼 인류의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03년 최초의 비행기가 라이트 형제에 의해 12초간 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60여 년 후에 인류는 달에 갔다.


양자역학이 20세기 초에 정립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인류가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원자 안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수 세 대만에 인류는 인터넷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됐다.


전자의 제어를 넘어서 인류는 또 다른 원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입자 가속기를 사용하여 원자의 내부를 탐구 중이다. 400년 후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가능해질 것인가? 바로 이 부분이 삼체인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삼체인들의 계산으로는 400년 후 지구에 도착했을 때, 지구인의 과학 기술은 삼체인들을 아득하게 뛰어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막아야만 했다.


이에 삼체인들은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리소스를 끌어모아 최종 병기 소폰 Sophon 을 만들어 지구에 급파한다. 소폰은 삼체인들의 함대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 400년 동안 지구인들의 과학 기술 발전을 저지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소폰이 무엇인가? 이를 논하기 위해선 양자역학과 끈 이론,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다차원의 세상에 들어가야 한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삼체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주의 : 잘못 이해된 지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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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아서 C 클라크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될 수 없다” 라는 말을 했는데, 요즘은 과학 이론 자체가 마법과 같다. 나 같은 일반인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과학 이론 속에선 고양이가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하며, 양자는 순간이동으로 움직이며, 물질은 파동이었다가 입자로 붕괴하기도 하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아낼 수는 없고, 양자 두개를 얽혀 놓은 후 우주 양 끝으로 찢어 놔도 관계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둥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이런 마법과 같은 과학 속 이야기를 처음 느낀 건 어릴 때 본 과학 서적에서였다. 내가 만약 속초 앞바다에서 오줌을 시원하게 싼 후, 어떤 거인이 지구 전체의 바다, 즉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 인도양 등등을 모두 휘저은 다음에, 다시 캐나다 밴쿠버 앞바다에서 물 한 컵을 뜨면, 그 안엔 내가 방금 속초 앞바다에서 싼 오줌 속에 들어 있던 물 분자 여러개가 반드시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그런데 이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물 한 컵에 들어 있는 물 분자의 수가, 지구의 모든 바닷물을 물컵에 채운 물잔 수보다 훨씬 더 많다.


요즘은 AI 시대다. 그래서 ChatGPT 기반의 CoPilot 을 통해 확인해 봤다. 


질문 : 물 한 컵에는 몇 개의 물분자가 있을까


질문 : 전세계 바닷물은 몇 컵일까


역시 인공지능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물 한 컵에 들어 있는 물분자의 수가 전 세계 바닷물을 물컵에 담은 수보다 훨씬 많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물 분자가 엄청나게 작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상태다. 또 모두가 알다시피 수소 원자는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전자가 결합한 상태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또 모두가 알다시피, 산소 원자는 여덟 개의 양성자와 여덟 개의 중성자와 여덟 개의 전자로 구성된다. 그러니까 결국 세상은 전자 electron, 중성자 neutron 그리고 양성자 proton 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 만물은 흙, 물, 불,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고대 그리스의 사원소설로부터 많은 발전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다. 전자의 무게는 양성자의 약 2000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원자의 무게는 대부분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정한다. 원자가 모여서 분자를 구성하고, 분자가 모여서 사람이 되거나 돌멩이가 되거나 지구가 되거나 태양이 된다.


원자로 구성된 분자들이 모여서 행성이나 항성 레벨이 되면 중력이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행성의 중력에 묶여 있고 지구는 태양의 중력에 묶여 있다. 전자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전자기력, 중성자의 붕괴를 유발하는 약한 핵력, 양성자들을 붙들어 매는 강한 핵력, 그리고 중력을 포함하여 이 세상에는 네 가지 기본 힘이 작용한다.


세상의 모든 힘은 이 네 가지 기본 힘으로부터 유래한다. 내리쬐는 햇빛, 상쾌한 산들바람,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장쾌하게 떨어지는 폭포, 옹기종기 둘러앉은 가운데서 타오르는 모닥불, 면도날을 녹이는 황산,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는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 힘차게 내지르는 권투 선수의 펀치, 이 모든 힘이 원자로부터 유래하는 네 가지 기본 힘으로 모두 설명된다.


인류는 수력 발전을 통해 중력을 전자기력으로 변환한다. 전자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기력을 이해한 후 인류는 전기시대를 거쳐 전자시대로 들어섰고, 그래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약한 핵력을 바탕으로 핵 발전을 하고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각종 측정기구나 의료기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세상의 본질과 막강한 힘은 지극히 작은 원자로부터 기원한다.


그렇다면 이게 다인가?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양성자나 중성자를 쪼개서 그 안에 또 무엇이 있는지 볼 수는 없을까? 당연히 볼 수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에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의 LHC가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사상 최대의 과학 실험 장치다. 길이 27Km의 입자 가속기가 지하 100m에 묻혀 있다. 전 세계 85개국에서 모인 수만 명의 과학자들이 일하고 있다. 여기서 위에 언급한 양성자나 중성자의 내부를 탐구한다.



LHC는 양성자 등을 빛의 속도 가깝게 가속하여 충돌시켜 그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립자들을 연구한다.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에선 핵분열이나 핵융합 시의 질량 결손이 에너지로 변환된다. 하지만 입자 가속기에선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광속 가깝게 가속된 양성자들이 충돌할 때, 그 막대한 에너지가 입자로 변환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에너지로부터 생성된 입자와, 실제 양성자가 깨져서 나온 입자들이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온다. 과학자들은 이 중에서 유의미한 입자들을 연구하여 입자 물리학이라는 분야를 열었고 그 표준 모형을 확립했다.


표준 모형에 의하면 세상 만물은 12개의 기본 입자와 다섯 개의 힘 전달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하게는 나도 떠벌릴 입장이 못 된다. 이해를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지막에 발견된 힉스 입자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수십 년 전부터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또 다른 입자가 있어야 한다는게 피터 힉스에 의해 수학적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 입자를 찾는데 실패했고 물리학자들 사이에 빌어먹을 입자 goddamn particle 로 알려졌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수년간 LHC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때 LHC에서 미니 블랙홀이 발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 때문에 실험 반대 시위가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위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계속됐고 개선된 LHC에서 드디어 그 빌어먹을 입자가 발견됐다. 처음 이론적으로 제안된 후 50년 만이었다. 그 입자의 별명은 일반인들을 위해 신의 입자 God particle 로 개명됐다가 최종적으로 힉스입자가 되었다. 80세가 훌쩍 넘은 피터 힉스는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도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에서는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자 자기의 연구 논문을 쏟아낸다. 일찍이 이들은 자신의 페이퍼를 보다 효율적으로 펴내고 공유하기 위해 하이퍼링크를 사용한 웹 문서를 고안해 냈다. 이게 우리가 웹 브라우저를 통해 보는 인터넷 문서의 표준이 됐다. 이처럼 이들의 활동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CERN 이외에도 방귀께나 뀐다는 나라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LHC와 같은 입자 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강대국들이 엄청난 거금을 들여 더 크고 더 강력한 새로운 입자 가속기 건설과 운영에 자원을 쏟아붓는다.


왜 이런 짓을 할까? 인류는 아직 우주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은하의 엄청난 질량을 담당하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아직 인류는 모른다. 입자 가속기에서 피어 나오는 입자들의 조각구름에서 그 정체를 찾고자 한다. 우주를 계속해서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에 대해 인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양성자들끼리 충돌하면서 나오는 보손에서 그 비밀을 풀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물리 법칙이 붕괴되는 블랙홀의 특이점에 대해서 인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찾아낸 네 가지 힘 -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 을 아우르는 통일장 이론을 완성한다면 인류는 빅뱅 이전의 수수께끼를 풀 수도 있다. 혹은 네 가지 힘 이외의 또 다른 숨겨진 힘을 찾을 수도 있다. 또는 끈 이론에서 주장하는 10 차원 이상의 숨겨진 차원을 실제로 찾아낼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입자를 연구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실험 장치를 쓰며 과학자들은 지금도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게 삼체인들이 지구인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묘사되듯 삼체인들의 제일 공격 목표가 세상의 모든 입자 가속기 실험 방해였다.


그렇다면 왜?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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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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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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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삼체 7) 1년은 365일이다



권력은 달력을 지배하고 달력은 인간을 지배한다.


1년은 365일이다. 이 사실을 처음 깨달은 이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다. 이집트인들은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에 생존을 의지했다. 그들은 지평선에 시리우스 별이 나타날 때 나일강이 범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별의 주기가 365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에 따라 시리우스력이라는 달력을 만들었다. 즉 세계 최초의 달력은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도 아니고 태양을 기준으로 한 양력도 아닌 별을 기준으로 한 성력인 것이다. 시리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와 함께 각종 종교 의식이 진행됐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정권을 차지한 후 태양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달력을 제정했는데 이를 율리우스력이라고 한다. 이 달력은 1,50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었다.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하여 새로 만든 그레고리력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달력이다.


동양에서는 달의 움직임을 따라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계절의 변화를 잘 반영하지 못하여 따로 24절기라는 것을 만들어 농사에 사용했다.


철새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듯 인간은 달력에 따라 활동한다. 그래서 달력은 인간의 정치, 경제, 종교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동양에선 권력자가 바뀌면 연호를 사용했다. 중국과 한국, 베트남 등에서 사용된 연호는 왕정의 폐지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입헌 군주국인 일본에선 아직도 연호를 사용한다. 쇼와, 헤이세이를 거쳐 현재는 레이와 6년째다.


기독교 문명이 세계를 지배한 후 전 세계는 예수 탄생을 전후로 한 연호를 사용한다. Before Christ 와 Anno Domini, 즉 BC 와 AD 가 그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는 AD 2024년 이다.


사회 구조가 복잡다단해지면서 하루를 잘게 쪼개기 시작했는데 바로 시간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해의 움직임이나 물이 떨어지는 양을 측정하여 해시계나 물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 현대는 하루를 24시간으로 잘게 쪼개 쓴다. 수탉이 울면 일어나고 해 떨어지면 자던 사람들이 현대에 들어서는 시계바늘에 쫓겨 다닌다.


이 모든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구는 태양이라는 유일한 항성을 가졌다. 그래서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라는 격언이 가능하다. 해가 여러 개 있는 항성계에선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어떤 날은 해가 두 개 뜨고 어떤 날엔 북쪽에서 뜨거나 남쪽에서도 뜰 수 있는 세상이 있을 수 있다.


많은 항성계가 쌍성계다. 즉 하나의 항성계에 태양과 같은 항성이 하나만 존재하는게 오히려 드물다. 보편적인 항성계가 쌍성계이기 때문에 Type 1a 형태의 초신성이 폭발하며 이를 통해 인류는 멀리 떨어진 은하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초신성을 관찰하다가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연구자들은 노벨상을 받았다. 쌍성계가 일반적이 아니었다면 알아내기 힘든 사실이다.


우리 지구가 은하의 중심부에 있었다면 여러 개의 태양을 가진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Nightfall 이 그런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행성이 10개 정도의 태양이 있는 시스템에 존재했다. 그 행성에 문명이 싹텄는데 행성 거주민들은 ‘밤’ 과 ‘암흑’ 이라는 개념을 모른다. 항상 한 개 이상의 태양이 하늘에 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어두움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본 적도 없다.


이 행성의 고고학자와 천문 물리학자가 만나 대화를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고고학자는 자기 행성의 문명이 몇 천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멸망한 흔적을 발견했다. 물리학자는 잠시 후에 모든 태양이 행성 뒤로 돌아가서 하늘에 태양이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 시기가 곧 온다는 걸 알았다. 마침내 이 행성에 몇천 년 만에 밤이 찾아왔다. 행성 거주민들은 몇 백 세대 만에 처음 밤을 경험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무수하게 반짝거리는 별들이 나타났다. 행성 주민들은 단체로 패닉에 빠졌다. 이들은 어둠을 쫓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모든 것에 불을 질렀다. 온 세상이 암흑 속에서 불길에 휩싸여 또 다시 문명은 멸망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재미있는 상상력이지만 실제론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물리학에서 삼체 문제 Three Body problem 라는게 있다. 세 개의 천체가 있다면 서로의 중력에 의해 일관된 궤도를 그리는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이작 뉴턴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에 들러 붙었다. 이 문제는 1800년대 후반 앙리 푸앙카레에 의해 풀리는데, 결론은 “절대 알 수 없다” 이다. 즉 별이 세 개 이상인 세상에선 결코 달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다.


알파 센타우리 삼체 시스템에 살고 있는 삼체인들은 이런 가혹한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에겐 달력도 없고 시간도 없다. 오직 크게 stable era 와 chaotic era 가 있을 뿐이다. stable era 는 그들의 행성이 하나의 항성에 붙잡혀 잠깐 동안 예측 가능한 낮과 밤이 있는 때이다. 또한 환경도 활동하기에 적당해진다. chaotic era 는 세 개의 항성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난잡한 궤도를 그릴 때이다. 삼체의 행성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혼란한 궤도를 그리게 된다. 그래서 삼체 문명은 계속해서 멸망한다. 어떨 땐 혹한에 빠져 문명이 얼어붙고 또 어떨 땐 온 세상이 불에 타 문명이 무너진다. 심지어 세 개의 항성이 일직선상에 놓여 행성 자체를 잡아 뜯어 버리기도 한다.


오랜 기간 이 행성에선 이렇게 문명이 생겨났다가 멸망하기를 9000번 이상 반복했다. 그리고 삼체 행성의 구천 몇백번째 문명에서 우연찮게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된다. 1년이 항상 365일 수 있는 세상은 그들에게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구라는 천국을 차지하기 위해 함대를 조직하여 지구로 출발한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된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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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m=1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m=1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m=1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m=1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삼체 6) 나는 무엇인가

의술의 발전이 놀랍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기이식을 하기 위한 조건이 무척 까다로웠는데 이제는 혈액형이나 성별 상관없이 간이나 신장이식을 해 버린다.


이종간 장기이식도 시도되고 있다. 원숭이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여 2년 이상 생존에 성공했고 최근엔 사상 최초로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해서 두 달간 아무 탈 없이 소변을 만들어 냈다. 비록 환자는 두 달 만에 숨졌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조만간 돼지 간, 심장, 신장 등등의 장기가 인간에게 이식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돼지 심장을 이식 받은 사람은 100% 인간인가? 한 10% 정도는 돼지로 봐야 하나? 순수한 인간의 정의가 어떻게 돼야 하지?


장기이식뿐만이 아니라 사지이식도 가능하다. 인도에서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소녀는 타인의 두 팔을 기증받아 다시 정상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두 팔의 공여자는 자전거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남성이었다. 그런데 수술 이후 이 소녀는 100% 자기 자신인가? 소녀의 성 정체성은 100% 여자인가?


너무 까탈스러운 질문 같다. 물론 그녀의 의지대로 두 팔이 움직이므로 소녀 100% 맞다. 또한 원래 털이 덥수룩하고 까무잡잡했던 두 팔이 점점 소녀의 몸과 융화되며 피부색이 옅어지고 털이 없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소녀는 100% 여자임이 틀림없다.


좀 더 극단적인 경우로 가 보자.


1930년대부터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상한 실험들을 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개의 머리를 잘라서 다른 개에게 붙인 것이다. 머리가 두 개 달린 개는 상당 기간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1970년대에는 원숭이 목을 잘라서 서로 몸을 바꿔 버린 적도 있다. 여러 번 시도했는데 최소 3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 살아남은 적이 있다.


최근 들어 머리이식 수술은 의학계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최근 중국에서도 원숭이 머리 이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약 석달 전엔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인간 머리이식 수술을 정확하게 수행한다고 주장하는 AI와 로봇을 발표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법 제도의 마련이다.


실제로 9년 전에는 러시아에서 머리이식 수술이 이루어질 뻔 한 적도 있다. 사지마비로 고통받는 과학자가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고 담당 의사는 90%의 성공 확률을 장담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수술이 시행될 찰나, 환자의 심경 변화로 수술이 취소되었단다.


이 수술이 핫한 이유는 잠시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전신에 암세포가 퍼진 시한부 환자는 머리이식 수술을 통해 뇌사자의 몸을 통째로 이식 받아 여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상한 생각이 시작된다. 70대의 시한부 환자 조는 30대 뇌사자 톰의 몸을 이식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은 조인가? 아니면 톰인가? 나는 일단 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된다. 조의 나이는 70대인가? 아니면 30대인가? 톰의 나이가 30대이므로 40년 후에 70대가 된다. 하지만 톰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조의 머리는 110 살이 된다. 이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더욱 이상한 생각을 해 보자. 30대의 몸을 얻게 된 조는 성관계를 하여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 아이는 조의 아이인가? 아니면 톰의 아이가 되나? 여기서부턴 나도 헷갈린다. 그 아이는 틀림없이 톰의 DNA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성관계를 한 자는 톰이 아니고 조였다. 나는 더 이상 판단을 못 하겠다.


1996년에 사상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다. 복제 과정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암컷 양에게서 난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한다. 다 성장한 양의 체세포에서 핵을 뽑아낸 후 그 난자에 주입한다. 전기 충격을 주면 그 난자는 자기가 지금 막 수정된 걸로 착각하여 세포 분열을 하기 시작한다. 이 가짜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이식한다. 이렇게 복제양 돌리가 탄생됐다.


동물 복제는 이제 일반적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애완견이나 고양이가 있고, 그 애완동물의 죽음 이후를 견딜 자신이 없다면, 아주 손쉽게 애완동물 복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회당 단돈 5천만 원에서 8천만 원 정도면 애완견의 평균 수명 15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사랑하는 반려견과 여생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연구 윤리 따위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같은 방식으로 인간 복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나 자신을 복제한다고 상상해 보자.


상상 속의 나는 부자다. 나는 큰 돈을 주고 모잠비크의 한 흑인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하나 샀다. 그 여성은 배란촉진제를 맞고 산부인과에서 복강경으로 난자 몇 개를 제공한다. 나는 냉동된 난자를 가지고 러시아로 간다. 러시아 의사들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다. 그리고 면봉으로 긁어낸 나의 입천장 세포 중에서 핵을 하나 추출하여 난자에 주입한다. 역시 큰 돈을 주고 금발의 러시아 여성을 대리모로 산다. 러시아 대리모에게 그 난자가 착상되고 열 달 후에 아이가 하나 탄생하게 된다. 그 아이는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고 몽골계 아이다. 바로 나 자신이다. 아니 나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다. 자연적인 쌍둥이와 다른 점은 이복 형제라는 것과 나이 차이가 무지하게 많이 난다는 것 뿐이다. 바로 그 아이는 나와 100%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지만 나 자신은 아니다.


DNA가 똑같다고 내가 될 수는 없다. 나의 본질은 내 두뇌다. 비록 DNA 설계대로 내 두뇌가 생성됐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그간 살아온 경험, 만났던 사람, 읽었던 책들, 밤새워 했던 공부들 등등이 만들어낸 두뇌 속 뉴런들의 네트워크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내가 오늘 책을 열심히 두 시간 읽었다면 어제의 나와 또 틀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라는 것은 지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다.


여기서 아주 못된 상상이 시작된다. 저놈은 나와 똑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아니다. 그저 아주 어리디 어린 일란성 쌍둥이 이복 동생일 뿐이다. 나는 나이가 들었고 신체는 노쇠하기 시작했다. 의술의 발전은 머리 이식을 넘어 이제 두뇌 이식이 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위의 복제된 클론을 죽이고 나의 두뇌를 거기에 이식하면? 짜잔~ 이런 식으로 나는 영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자, 이제 그만 놀고 본론에 들어가자.


삼체의 외계인들은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함대는 무려 광속의 1%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불과 400년 후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지구에서는 상상도 못할 과학 기술력으로 그들은 소폰을 만들어 내서 지구의 모든 인터넷 정보를 빼냈음은 물론 삼체의 외계인을 저지하려는 모든 시도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DC(Planetary Defense Council) 는 그들의 함대를 중간에서 정찰하고자 시도한다.


처음에 지구는 사람을 한 명 냉동시켜 보내려 했다. 하지만 지구의 기술로는 어떤 방법을 써도 광속의 1%로 가속하는게 불가능했다. 원작에선 우주공간에 핵폭탄 1천 개를 탐사선 진행 방향으로 일렬로 배치한 후 순차적으로 터트려서 탐사선을 가속시킨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속의 1%는 불가능했다. 결국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만 그만한 가속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전권을 위임받은 PDC는 “오직 전진” 을 외치며 미친 짓을 시작한다. 시한부 생명이면서 천문학과 물리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두뇌를 적출하여 냉동시켜 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감시하고 있는 소폰에게 요구한다.


“네놈들도 실제 지구인이 궁금하지? 이 뇌를 받아서 이 사람을 재생하여 살려내라!”


‘결혼 출산 육아’ 시리즈의 ‘체외수정, 인공 수정, 시험관 아기 그리고…’ 편에서 보았다시피 이미 인공 자궁도 상당히 연구가 진척 되고 있다. 그러니 지구보다 까마득히 발전한 삼체의 기술력으로는 사람 하나 재생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게 미래 인류의 우주 여행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주 여행자는 두뇌만 냉동하여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이다. 수백 년이 걸려 도착한 다른 태양계의 행성에서 뇌세포 단 하나의 핵으로부터, 인공 자궁을 사용하여 복제양 돌리를 만들 듯 클론을 만들고 나서, 지구로부터 온 두뇌를 해동해서 이식하면 된다.


여튼 결론은, 광속 1%를 달성하기 위한 인류의 지랄 발광이 결국 냉동된 뇌 하나를 보낸다는 결정은 상당한 과학적 신빙성이 있다는 거다.


아유, 재밌었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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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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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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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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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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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는 무엇인가


삼체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우주 사회학 제 1 공리 : 우리 문명의 존속과 번영이 가장 중요하다

우주 사회학 제 2 공리 : 우리 문명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미지의 외계 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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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를 꼽으라면 대부분 존 폰 노이만을 선택한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다. 그의 천재성에 대한 일화는 엄청나게 많다.


폰 노이만은 금수저다. 그의 아버지가 은행가이며 노이만은 어릴 때부터 개인 가정교사로부터 여러 가지 과목을 수학했다. 방이 18개나 되는 저택에서 살았으며 10살 이전에 개인 도서관겸 서재도 있었다. 그의 가문은 헝가리-도이칠란드 제국에서 귀족 작위도 받았다. 노이만은 독일에 나치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서도 그의 천재성은 계속됐다. 수학, 물리학, 경제학 등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 현대인들 모두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따른다. 게다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원자폭탄 개발에 큰 역할을 하였다.


태생적인 금수저답게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그리고, 일반인의 관점에선,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후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반해 노이만은 후속 수소폭탄의 개발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그리고 소련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강력한 반공주의자로서, 그는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전에 핵 공격을 해서 공산주의자들을 말살시켜 버리자는 주장을 했던 것이다. 이른바 ‘예방 전쟁’ 을 주장한 것이다. 소련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후, 핵탄두의 수적 우위가 있을 때 선제공격을 하자는 주장도 했다. 소련이 미국만큼 핵탄두를 보유했을 때도 선제공격하면, 양측의 피해는 많겠지만, 결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계속해서 핵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뭔가 천재들은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아니, 나와 같은 범부와는 생각하는게 틀리다. 조조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의 가족을 몰살시켰다. 폰 노이만도 공산주의 말살이라는 대의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 같은 소인배는 조조의 칼끝에 쓰러지는 목숨과 핵폭탄 폭발 아래 증발해 버리는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이 떠올라 상상조차 못 하는 일이다.


성공한 대기업 창업자들도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하단다. 그들은 오로지 자본의 증대와 경쟁의 승리를 위해 종업원을 단지 숫자로만 본다. 천재던, 성공한 창업자던, 나와 같은 소인배와는 생각하는 방식이 확실히 틀리다.


그런데 말이지, 개미와 같은 분업적인 사회에서, 사고와 판단도 분화되어 폰 노인만 같은 천재의 생각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어떨까? 아, 외계 문명에서 말이다. 바로 삼체의 세계관이다.


우리 은하 외계 항성계에서 단 0.0000025% 의 확률로 지적 생명체가 태어났다면 그것만 해도 1백만 개의  외계문명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 인류가 역사를 쓰기 시작한게 겨우 반만년 정도다. 대부분 외계 문명은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됐고 발전됐다고 믿는게 타당하다. 그리고 이런 외계 문명들은 다 자신들 이외의 타 외계 문명을 두려워한다. 이 글의 3편과 4편에서 근거한 두려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스럽게 우리 지구의 최고 천재 폰 노이만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격하여 없애 버려야 우리가 안전해진다”


공격은 아주 심플하다. 우리 태양계도 카이퍼벨트라든가 오오르트 구름 등 많은 소행성과 돌덩이들이 있다. 그것들을 외계 문명이 있을 것 같은 항성계의 행성에 광속 가까이 가속시켜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외계 문명들은 모두 꼭꼭 숨어 있고 혹시 발각된 문명들은 타 외계문명에 의해 원격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현재 두 가지 형태의 외계 문명이 있다. 꼭꼭 숨어 있는 것과 이미 멸망한 것.


이게 ‘왜 외계 문명이 발견되지 않는가?’ 라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어둠의 숲 가설’이다. 그리고 소설 삼체의 우주에 대한 인식이다. 이제 막 문명을 싹틔운, 지구에 사는 순진한 우리만 모른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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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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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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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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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삼체 4) 개미

 


오래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읽었다. 거기에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지구의 지배자를 개미로 판단하고 인간 대신 개미와 교류를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가 무척 재밌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개미는 인간보다 개체수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다. 총 바이오매스도 사람보다 많다. 그리고 개미도 고도로 분업화 되고 문명화된 종족이다.


개미는 건축을 한다. 땅굴을 파고들어 복잡한 건축물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서 생활한다. 내부에는 농장도 있다. 즉 농사를 짓는다. 외부의 나뭇잎을 농장에 흩뿌리고 버섯을 길러 먹는다. 이들은 목축도 한다. 진딧물을 보호하고 이동을 도우며, 마치 인간이 젖소로부터 우유를 채취하듯, 이들의 분비물을 수집하여 먹이로 활용한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다. 고도로 분업화 되어 있으며 개미끼리 외부에서 만나면 서로 안부를 묻고 영양 교환을 한다. 이들은 인간처럼 분열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계인이 보기에 오히려 인간보다 진화한 문명일 수도 있다.


인간은 스스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사회적이라기엔 너무나 분열적이다. 모든 인간 집단은 결국 크게 두 개로 쪼개진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가톨릭과 개신교. 시아파와 수니파. 진보와 보수. 좌파 우파. NL and PD, 민주당과 공화당 등등 사례를 끝없이 들 수 있다. 상해 임시정부도 이승만이 두 개로 쪼개놨다. 독립군도 두 파로 나눠져 지들끼리 총질을 했댔다. 홍위병들도 지식 분자를 때려잡다가 노선이 바뀌어 자기네들끼리 잡아 죽이고는 했다. 일본 놈들도 2차 대전 때 적보다는 육군과 해군의 갈등이 더 컸다. 조그마한 회사에도 사내 정치가 있고 소규모 취미 동아리 모임도 결국은 분열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나키스트임을 자처하는 이유다.


사실 이 갈등이 인간 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것 같기도 하다. 갈등의 시작, 전개, 고조, 해결 등등이 드라마다. 아, 생각해 보니 인간 자체가 남자와 여자 둘로 나눠져 있다. 따라서 분열은 인류의 본능일 수도 있겠다.


아하, 이런 갈등이 없고는 이야기가 존재할 수도 없겠네. 소설 삼체에서도 많은 갈등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도망가자는 놈과 싸우자는 놈으로 나뉜다. 소설에서 외계인을 신격화하는 ETO 라는 종교 단체가 있다. 이들도 자기들끼리 구원파니 부활파니 하며 싸운다. 외계인과 대적하기 위한 우주 전함의 추진 체계 개발 방향을 놓고 음모와 암살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개미는? 이런게 전혀 없는 아주 선진적인 문명이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외계인의 눈으로 볼 때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은 개미 사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눈에 개미사회가 훨씬 더 평화로우면서도 발전된 문명일 수 있다.


우주의 한 구석에서 오랜 기간 내부 갈등이나 전쟁 없이 항성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된 문명이라면 인간 사회보다는 개미와 비슷한 사회체계 일 수 있다. 지구에 도착한 그들의 선한 눈에는 인간은 그야말로 지워 없애 버려야 할 악독한 존재다.


인류는 개미에 대해서 신경을 1 도 안 쓴다. 새로 집을 짓기 위해, 도로를 내기 위해, 물줄기를 막아 댐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개미 문명을 말살하는 사악한 존재다. 지구에 도착한 선량한 외계 문명의 시각에서는 인류는 전체 지구의 안녕을 위해 하루빨리 말살해 버려야 할 존재일 수도 있다. 혹은 인류가 개미문명의 존재를 전혀 상관하지 않듯, 외계 문명도 인간을 그저 개미처럼 취급할지도 모른다. 즉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외계 문명에게 그저 "벌레"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화로운 외계 문명은 인간에게도 평화로울 이유가 전혀 없다.


(계속)


삼체 3) 총균쇠

대항해시대 이전에는 각 대륙에 살고 있는 인류는 서로 고립되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각자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아주 대단히 불공평한 상태에서 문명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은 다른 대륙의 인류와 비교할 때 잭팟을 터뜨렸다. 이들은 엄청난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쌀과 밀이 있었다. 게다가 이 곡물들은 장기 보관도 가능했다. 또 다른 행운은 대부분의 가축화 가능한 포유류가 유라시아 대륙에만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말과 소는 농사와 이동 그리고 전쟁에 사용됐고 양, 염소, 돼지 등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산업의 재료가 되었다. 이들은 이러한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농경을 거쳐 제국으로 발전하여 결국 쇠와 총을 획득했다.


타 대륙은 유라시아의 행운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유럽 문명이 쇠와 총을 앞세워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기 전까지 이들은 철기시대에 진입조차 못했다. 높은 인구 부양이 가능한 곡물 대신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품종개량 이전의 볼품없는 옥수수와 호박, 감자, 고구마 정도가 전부였다. 이것으로는 고도의 분업과 기술 발전을 이룰 잉여농산물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라시아와 같은 선진 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쇠와 총을 가진 유럽 문명이 아메리카를 방문했을 때 인디언(!)들에게 재앙이 닥쳤다.


하지만 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원주민에게 가장 큰 재앙은 쇠와 총이 아니라 균이었다. 유럽인에게는 가축으로 부터 전해진 많은 질병이 있었다. 홍역, 수두, 천연두 등은 서양인에게 친숙하고 대처 가능한 질병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면역이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이 균들은 재앙이었다.


콜럼버스 같은 무리들이 처음 원주민과 접촉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95%가 전멸했다. 순식간에 퍼진 이 질병 때문에 지구의 기후가 변해버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의 보잘 것 없던 농작물을 기르던 밭들이 다시 원시림으로 돌아가면서 지구 전체 기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백인들의 균으로 치명타를 입고 겨우 살아남은 소수의 원주민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쇠와 총에 의해 정복되어 나갔다. 이들의 운명은 비참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백수십 년이 지난 후 일단의 청교도들이 현재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했다. 인디언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조직적인 인종 청소였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인디언들을 악마 숭배자로 몰아 학살을 정당화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극소수의 원주민들은 이른바 인디언 보호 구역에 갇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디언 보호 구역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은 미국인이 아니다. 그들의 평균 소득은 미국 GDP 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원주민의 평균 기대 수명은 50세 정도다. 이들은 투표권조차 없다.


인디언들을 황무지에 가두고 남부의 지주들은 플랜테이션 농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곧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해결책은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사냥해 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탄자니아 초원에 사는 쿤타킨테는 상쾌한 아침에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난생 처음 보는 외계인과 조우 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이들은 쿤타킨테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쇠사슬로 올가메었다. 쿤타킨테는 다른 흑인들과 같이 짐짝처럼 배에 실려 아메리카 대륙의 당도하여 노예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쿤타킨테 후손들이 노예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흥 자본가 세력이 등장한 이후다. 북부의 신흥 자본가의 지지를 받은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여 남부의 지주들과 충돌했다. 자본가를 대변하는 북군과 지주들의 남군이 전쟁을 벌여 내전이 일어났다. 결국 북군이 승리하여 노예는 해방되었다. 자본가의 의도대로 많은 남부의 흑인들은 북쪽으로 몰려들어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지주들은 흑인 노예에게 노동을 제공받는 대신 의식주를 제공했다. 자본가들은 흑인 임금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흑인들은 받은 임금으로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다. 흑인 노예들은 일을 거부하면 매질을 당했다. 이제 저임의 흑인 공장 근로자들은 노동을 거부하면 길거리에서 추위에 시달리다가 굶어 죽는 자유를 얻었다.


다시 인디언으로 돌아와서,


전술했다시피 인디언 보호구역 내 원주민들의 소득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황무지에 설정된 보호구역 내에선 산업도 없고 농사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 보조금으로 술과 약물에 빠져 있을 뿐이다. 먹고 살 호구지책으로 보호구역 내 카지노 설치가 허가 됐다.


근대 들어 잭팟을 터트린 인디언 보호 구역도 있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들의 보호 구역에 엔텔로프 캐년, 모뉴먼트 밸리, 구즈넥 캐년 등 인기 있는 관광지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황량한 들판에 관광지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가 깔렸고 중간중간 인디언들이 주유소와 편의점을 운영한다.


인디언 청년들이 안텔로프 캐년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모뉴먼트밸리에서 역시 원주민들이 운영하는 짚차 관광 코스가 있다. 이런 관광지 구석구석마다 원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판이 설치돼 있다. 열살도 안된 꾀죄죄한 인디언 소녀가 자신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기도 한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신세는 외계 문명 때문에 이렇게 몰락했다.


문명의 발전 정도가 많이 차이나는 두 문명이 만나면 이처럼 비극이 일어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자신의 땅을 빼앗겼으며 흑인들은 느닷없이 사냥 당해서 이역만리로 끌려와 노예로 부려졌다.


결론적으로, 남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흑인, 혹은 호주의 애버리지널에게 외계 문명과의 조우는 비극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외계 문명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두려움이 여기에 근거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4.3 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다. 여기엔 알파 센타우리 A, 알파 센타우리 B 그리고 프록시마라는 세 개의 별이 있다. 즉 삼체(드디어 나왔다) 시스템이다. 만약 여기에 사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했다면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인류보다 비교도 안 되게 발전한 문명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술로 알파 센타우리에 가려면 7만 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들이 왔다는 것은 그들과 우리의 기술 격차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운명 지었던 총균쇠를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라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문명의 발전하려면 그들은 오랜 기간 자멸하지 않고 존속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른 말로 평화로운 종족일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지구를 방문한 외계 문명을 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계속)


삼체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우리 은하에는 대략 1천억 개에서 5천억 개의 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4천억개 정도가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러니 이 글에서도 4,000억 개로 가정해 보자.


4,000억이라는 건 엄청나게 큰 숫자다. 옛날에 윤형주가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쩨쩨하게 저 별만 너와 나의 별이 될 수 없다. 전 세계 80억의 인구 각자가 50개씩 나눠 가질 수 있는게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갯수다. 그러니까 우리 은하에만 해도 별이 엄청나게 많다. 태양계는 전체 우리 은하에서 겨우 0.00000000025% 에 불과하다.


그런데 다른 별에도 우리 태양처럼 행성들이 있을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이 질문에 확답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는 달리 행성은 관찰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디어 다른 별에도 행성의 존재가 확실시 되었다. 어떤 별이 주기적으로 어두워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그 별 앞으로 행성이 지나갈 때 별빛을 가려서 약간 어두워지는 현상을 관찰해 낸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행성이 존재하는 확실한 증거로 생각했다.


좀 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됐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과학자들은 수십 개 정도의 외계 행성을 발견하길 기대했다. 케플러 망원경은 전 우주에서 겨우 손바닥보다도 작은 영역에 존재하는, 3천 광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들만 관찰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무려 4,0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관찰해 냈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대부분의 별들이 모두 태양처럼 복수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 은하의 나이는 대략 100억 년 정도이고 태양은 45억년 전에 생겨났다. 태양이 생길 때 그 부산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암석형 행성과 목성, 토성 같은 가스형 행성들이 같이 태어났다. 그리고 액체 상태인 물이 존재하는 지구에 생명이 발생했고 호모 사피엔스 종인 우리가 지금에 이르러 우주를 탐색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외계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그 외계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지적 생명체가 발전하여 우주 탐사가 가능하고, 그들이 광속의 1% 로 가속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짧으면 1천만 년 이내에 우리 은하의 모든 항성계를 접수할 수 있다. 우리 은하의 지름이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겨우 10만 광년밖에 안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은하 곳곳에 우주 여행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외계 문명이 있다면 은하 곳곳에는, 마치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의 세계관처럼, 외계인이 득실거려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외계인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전혀 발견되지 않는 이 현상을 페르미 역설이라고 한다.


소설 삼체는 은하 곳곳의 항성계에 많은 외계 문명이 있다고 간주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종의 이유로 꼭꼭 숨어 있다. 왜냐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문명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우리의 존재를 외계에 드러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외계 문명을 이렇게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계속)


삼체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 Three Body Problem 라는 소설이 있다. 오바마 전직 미국 대통령이 휴가때 이 소설을 읽고는 백악관 일이 너무 시시해졌다는 말을 했단다. 나도 최근에 읽어 보니 (아직 다 읽은 건 아니다. 현재 첸신이 두 번째 동면에서 깨어나 벙커시대 Bunker Era 를 구경하다가 웨이드를 만나는 장면을 읽고 있다. 거의 후반부다) 오바마가 한 말이 이해가 된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드라마화 했다. 얼마전 미국 시골 모텔방에 3일간 처박힌 적이 있는데 그때 이틀에 걸쳐서 이 8부작 드라마를 모두 봤다. 무척 재밌게 봤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큰 화면으로 아내와 함께 첫 편을 다시 봤다. 그런데 아내가 시큰둥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 소설을 읽고 아내는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다.

 

예전에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childhood's end 소설 내용을 끄적거린 적이 있는데 그때 그 글을 아내가 좋아했다. 그래서 삼체에 대해서도 시간 날 때마다 끄적거려 볼까 한다.

 

먼저 소설은 300년이 넘는 기간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보통 시대, 위기 시대, 억제기, 방송 시대, 벙커 시대 - common era, crisis era, deterrent era, broadcast era, bunker era - 등 시대 구분이 있고 각 시대마다 다양한 생활상과 문화 등을 그리며 외계 문명과 티키타카를 한다. 엄청난 상상력이다.

 

드라마는 이 소설 중에 극히 일부분을 그리고 있다. 보통 시대에서 위기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만을 묘사한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 스케일도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무지 재미지더라.

 

중국 작가의 중국 소설이므로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중국인이다. 그리고 사건은 국제적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물리학과 동창회 수준으로 축소됐다. 어떻게 주요 인물이 모두 학창 시절부터 인연이 있을 수가 있지? 여튼 드라마니까, 뭐!

 

여튼 삼체에 대해, 줄거리는 별로 안 건드리고, 아내가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배경지식만, 무식한 일반인 수준에서, 나불거리는 글을 끄적거릴 것이다. 히히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