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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를 꼽으라면 대부분 존 폰 노이만을 선택한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다. 그의 천재성에 대한 일화는 엄청나게 많다.


폰 노이만은 금수저다. 그의 아버지가 은행가이며 노이만은 어릴 때부터 개인 가정교사로부터 여러 가지 과목을 수학했다. 방이 18개나 되는 저택에서 살았으며 10살 이전에 개인 도서관겸 서재도 있었다. 그의 가문은 헝가리-도이칠란드 제국에서 귀족 작위도 받았다. 노이만은 독일에 나치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서도 그의 천재성은 계속됐다. 수학, 물리학, 경제학 등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 현대인들 모두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따른다. 게다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원자폭탄 개발에 큰 역할을 하였다.


태생적인 금수저답게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그리고, 일반인의 관점에선,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후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반해 노이만은 후속 수소폭탄의 개발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그리고 소련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강력한 반공주의자로서, 그는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전에 핵 공격을 해서 공산주의자들을 말살시켜 버리자는 주장을 했던 것이다. 이른바 ‘예방 전쟁’ 을 주장한 것이다. 소련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후, 핵탄두의 수적 우위가 있을 때 선제공격을 하자는 주장도 했다. 소련이 미국만큼 핵탄두를 보유했을 때도 선제공격하면, 양측의 피해는 많겠지만, 결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계속해서 핵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뭔가 천재들은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아니, 나와 같은 범부와는 생각하는게 틀리다. 조조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의 가족을 몰살시켰다. 폰 노이만도 공산주의 말살이라는 대의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 같은 소인배는 조조의 칼끝에 쓰러지는 목숨과 핵폭탄 폭발 아래 증발해 버리는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이 떠올라 상상조차 못 하는 일이다.


성공한 대기업 창업자들도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하단다. 그들은 오로지 자본의 증대와 경쟁의 승리를 위해 종업원을 단지 숫자로만 본다. 천재던, 성공한 창업자던, 나와 같은 소인배와는 생각하는 방식이 확실히 틀리다.


그런데 말이지, 개미와 같은 분업적인 사회에서, 사고와 판단도 분화되어 폰 노인만 같은 천재의 생각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어떨까? 아, 외계 문명에서 말이다. 바로 삼체의 세계관이다.


우리 은하 외계 항성계에서 단 0.0000025% 의 확률로 지적 생명체가 태어났다면 그것만 해도 1백만 개의  외계문명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 인류가 역사를 쓰기 시작한게 겨우 반만년 정도다. 대부분 외계 문명은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됐고 발전됐다고 믿는게 타당하다. 그리고 이런 외계 문명들은 다 자신들 이외의 타 외계 문명을 두려워한다.이 글의 3편과 4편에서 근거한 두려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스럽게 우리 지구의 최고 천재 폰 노이만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격하여 없애 버려야 우리가 안전해진다”


공격은 아주 심플하다. 우리 태양계도 카이퍼벨트라든가 오오르트 구름 등 많은 소행성과 돌덩이들이 있다. 그것들을 외계 문명이 있을 것 같은 항성계의 행성에 광속 가까이 가속시켜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외계 문명들은 모두 꼭꼭 숨어 있고 혹시 발각된 문명들은 타 외계문명에 의해 원격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현재 두 가지 형태의 외계 문명이 있다. 꼭꼭 숨어 있는 것과 이미 멸망한 것.


이게 ‘왜 외계 문명이 발견되지 않는가?’ 라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어둠의 숲 가설’이다. 그리고 소설 삼체의 우주에 대한 인식이다. 이제 막 문명을 싹틔운, 지구에 사는 순진한 우리만 모른다.


(계속)


삼체 4) 개미

 


오래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읽었다. 거기에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지구의 지배자를 개미로 판단하고 인간 대신 개미와 교류를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가 무척 재밌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개미는 인간보다 개체수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다. 총 바이오매스도 사람보다 많다. 그리고 개미도 고도로 분업화 되고 문명화된 종족이다.


개미는 건축을 한다. 땅굴을 파고들어 복잡한 건축물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서 생활한다. 내부에는 농장도 있다. 즉 농사를 짓는다. 외부의 나뭇잎을 농장에 흩뿌리고 버섯을 길러 먹는다. 이들은 목축도 한다. 진딧물을 보호하고 이동을 도우며, 마치 인간이 젖소로부터 우유를 채취하듯, 이들의 분비물을 수집하여 먹이로 활용한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다. 고도로 분업화 되어 있으며 개미끼리 외부에서 만나면 서로 안부를 묻고 영양 교환을 한다. 이들은 인간처럼 분열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계인이 보기에 오히려 인간보다 진화한 문명일 수도 있다.


인간은 스스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사회적이라기엔 너무나 분열적이다. 모든 인간 집단은 결국 크게 두 개로 쪼개진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가톨릭과 개신교. 시아파와 수니파. 진보와 보수. 좌파 우파. NL and PD, 민주당과 공화당 등등 사례를 끝없이 들 수 있다. 상해 임시정부도 이승만이 두 개로 쪼개놨다. 독립군도 두 파로 나눠져 지들끼리 총질을 했댔다. 홍위병들도 지식 분자를 때려잡다가 노선이 바뀌어 자기네들끼리 잡아 죽이고는 했다. 일본 놈들도 2차 대전 때 적보다는 육군과 해군의 갈등이 더 컸다. 조그마한 회사에도 사내 정치가 있고 소규모 취미 동아리 모임도 결국은 분열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나키스트임을 자처하는 이유다.


사실 이 갈등이 인간 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것 같기도 하다. 갈등의 시작, 전개, 고조, 해결 등등이 드라마다. 아, 생각해 보니 인간 자체가 남자와 여자 둘로 나눠져 있다. 따라서 분열은 인류의 본능일 수도 있겠다.


아하, 이런 갈등이 없고는 이야기가 존재할 수도 없겠네. 소설 삼체에서도 많은 갈등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도망가자는 놈과 싸우자는 놈으로 나뉜다. 소설에서 외계인을 신격화하는 ETO 라는 종교 단체가 있다. 이들도 자기들끼리 구원파니 부활파니 하며 싸운다. 외계인과 대적하기 위한 우주 전함의 추진 체계 개발 방향을 놓고 음모와 암살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개미는? 이런게 전혀 없는 아주 선진적인 문명이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외계인의 눈으로 볼 때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은 개미 사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눈에 개미사회가 훨씬 더 평화로우면서도 발전된 문명일 수 있다.


우주의 한 구석에서 오랜 기간 내부 갈등이나 전쟁 없이 항성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된 문명이라면 인간 사회보다는 개미와 비슷한 사회체계 일 수 있다. 지구에 도착한 그들의 선한 눈에는 인간은 그야말로 지워 없애 버려야 할 악독한 존재다.


인류는 개미에 대해서 신경을 1 도 안 쓴다. 새로 집을 짓기 위해, 도로를 내기 위해, 물줄기를 막아 댐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개미 문명을 말살하는 사악한 존재다. 지구에 도착한 선량한 외계 문명의 시각에서는 인류는 전체 지구의 안녕을 위해 하루빨리 말살해 버려야 할 존재일 수도 있다. 혹은 인류가 개미문명의 존재를 전혀 상관하지 않듯, 외계 문명도 인간을 그저 개미처럼 취급할지도 모른다. 즉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외계 문명에게 그저 "벌레"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화로운 외계 문명은 인간에게도 평화로울 이유가 전혀 없다.


(계속)


삼체 3) 총균쇠

대항해시대 이전에는 각 대륙에 살고 있는 인류는 서로 고립되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각자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아주 대단히 불공평한 상태에서 문명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은 다른 대륙의 인류와 비교할 때 잭팟을 터뜨렸다. 이들은 엄청난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쌀과 밀이 있었다. 게다가 이 곡물들은 장기 보관도 가능했다. 또 다른 행운은 대부분의 가축화 가능한 포유류가 유라시아 대륙에만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말과 소는 농사와 이동 그리고 전쟁에 사용됐고 양, 염소, 돼지 등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산업의 재료가 되었다. 이들은 이러한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농경을 거쳐 제국으로 발전하여 결국 쇠와 총을 획득했다.


타 대륙은 유라시아의 행운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유럽 문명이 쇠와 총을 앞세워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기 전까지 이들은 철기시대에 진입조차 못했다. 높은 인구 부양이 가능한 곡물 대신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품종개량 이전의 볼품없는 옥수수와 호박, 감자, 고구마 정도가 전부였다. 이것으로는 고도의 분업과 기술 발전을 이룰 잉여농산물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라시아와 같은 선진 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쇠와 총을 가진 유럽 문명이 아메리카를 방문했을 때 인디언(!)들에게 재앙이 닥쳤다.


하지만 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원주민에게 가장 큰 재앙은 쇠와 총이 아니라 균이었다. 유럽인에게는 가축으로 부터 전해진 많은 질병이 있었다. 홍역, 수두, 천연두 등은 서양인에게 친숙하고 대처 가능한 질병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면역이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이 균들은 재앙이었다.


콜럼버스 같은 무리들이 처음 원주민과 접촉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95%가 전멸했다. 순식간에 퍼진 이 질병 때문에 지구의 기후가 변해버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의 보잘 것 없던 농작물을 기르던 밭들이 다시 원시림으로 돌아가면서 지구 전체 기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백인들의 균으로 치명타를 입고 겨우 살아남은 소수의 원주민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쇠와 총에 의해 정복되어 나갔다. 이들의 운명은 비참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백수십 년이 지난 후 일단의 청교도들이 현재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했다. 인디언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조직적인 인종 청소였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인디언들을 악마 숭배자로 몰아 학살을 정당화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극소수의 원주민들은 이른바 인디언 보호 구역에 갇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디언 보호 구역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은 미국인이 아니다. 그들의 평균 소득은 미국 GDP 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원주민의 평균 기대 수명은 50세 정도다. 이들은 투표권조차 없다.


인디언들을 황무지에 가두고 남부의 지주들은 플랜테이션 농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곧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해결책은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사냥해 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탄자니아 초원에 사는 쿤타킨테는 상쾌한 아침에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난생 처음 보는 외계인과 조우 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이들은 쿤타킨테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쇠사슬로 올가메었다. 쿤타킨테는 다른 흑인들과 같이 짐짝처럼 배에 실려 아메리카 대륙의 당도하여 노예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쿤타킨테 후손들이 노예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흥 자본가 세력이 등장한 이후다. 북부의 신흥 자본가의 지지를 받은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여 남부의 지주들과 충돌했다. 자본가를 대변하는 북군과 지주들의 남군이 전쟁을 벌여 내전이 일어났다. 결국 북군이 승리하여 노예는 해방되었다. 자본가의 의도대로 많은 남부의 흑인들은 북쪽으로 몰려들어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지주들은 흑인 노예에게 노동을 제공받는 대신 의식주를 제공했다. 자본가들은 흑인 임금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흑인들은 받은 임금으로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다. 흑인 노예들은 일을 거부하면 매질을 당했다. 이제 저임의 흑인 공장 근로자들은 노동을 거부하면 길거리에서 추위에 시달리다가 굶어 죽는 자유를 얻었다.


다시 인디언으로 돌아와서,


전술했다시피 인디언 보호구역 내 원주민들의 소득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황무지에 설정된 보호구역 내에선 산업도 없고 농사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 보조금으로 술과 약물에 빠져 있을 뿐이다. 먹고 살 호구지책으로 보호구역 내 카지노 설치가 허가 됐다.


근대 들어 잭팟을 터트린 인디언 보호 구역도 있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들의 보호 구역에 엔텔로프 캐년, 모뉴먼트 밸리, 구즈넥 캐년 등 인기 있는 관광지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황량한 들판에 관광지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가 깔렸고 중간중간 인디언들이 주유소와 편의점을 운영한다.


인디언 청년들이 안텔로프 캐년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모뉴먼트밸리에서 역시 원주민들이 운영하는 짚차 관광 코스가 있다. 이런 관광지 구석구석마다 원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판이 설치돼 있다. 열살도 안된 꾀죄죄한 인디언 소녀가 자신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기도 한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신세는 외계 문명 때문에 이렇게 몰락했다.


문명의 발전 정도가 많이 차이나는 두 문명이 만나면 이처럼 비극이 일어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자신의 땅을 빼앗겼으며 흑인들은 느닷없이 사냥 당해서 이역만리로 끌려와 노예로 부려졌다.


결론적으로, 남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흑인, 혹은 호주의 애버리지널에게 외계 문명과의 조우는 비극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외계 문명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두려움이 여기에 근거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4.3 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다. 여기엔 알파 센타우리 A, 알파 센타우리 B 그리고 프록시마라는 세 개의 별이 있다. 즉 삼체(드디어 나왔다) 시스템이다. 만약 여기에 사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했다면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인류보다 비교도 안 되게 발전한 문명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술로 알파 센타우리에 가려면 7만 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들이 왔다는 것은 그들과 우리의 기술 격차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운명 지었던 총균쇠를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라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문명의 발전하려면 그들은 오랜 기간 자멸하지 않고 존속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른 말로 평화로운 종족일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지구를 방문한 외계 문명을 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계속)


삼체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우리 은하에는 대략 1천억 개에서 5천억 개의 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4천억개 정도가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러니 이 글에서도 4,000억 개로 가정해 보자.


4,000억이라는 건 엄청나게 큰 숫자다. 옛날에 윤형주가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쩨쩨하게 저 별만 너와 나의 별이 될 수 없다. 전 세계 80억의 인구 각자가 50개씩 나눠 가질 수 있는게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갯수다. 그러니까 우리 은하에만 해도 별이 엄청나게 많다. 태양계는 전체 우리 은하에서 겨우 0.00000000025% 에 불과하다.


그런데 다른 별에도 우리 태양처럼 행성들이 있을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이 질문에 확답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는 달리 행성은 관찰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디어 다른 별에도 행성의 존재가 확실시 되었다. 어떤 별이 주기적으로 어두워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그 별 앞으로 행성이 지나갈 때 별빛을 가려서 약간 어두워지는 현상을 관찰해 낸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행성이 존재하는 확실한 증거로 생각했다.


좀 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됐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과학자들은 수십 개 정도의 외계 행성을 발견하길 기대했다. 케플러 망원경은 전 우주에서 겨우 손바닥보다도 작은 영역에 존재하는, 3천 광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들만 관찰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무려 4,0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관찰해 냈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대부분의 별들이 모두 태양처럼 복수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 은하의 나이는 대략 100억 년 정도이고 태양은 45억년 전에 생겨났다. 태양이 생길 때 그 부산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암석형 행성과 목성, 토성 같은 가스형 행성들이 같이 태어났다. 그리고 액체 상태인 물이 존재하는 지구에 생명이 발생했고 호모 사피엔스 종인 우리가 지금에 이르러 우주를 탐색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외계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그 외계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지적 생명체가 발전하여 우주 탐사가 가능하고, 그들이 광속의 1% 로 가속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짧으면 1천만 년 이내에 우리 은하의 모든 항성계를 접수할 수 있다. 우리 은하의 지름이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겨우 10만 광년밖에 안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은하 곳곳에 우주 여행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외계 문명이 있다면 은하 곳곳에는, 마치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의 세계관처럼, 외계인이 득실거려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외계인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전혀 발견되지 않는 이 현상을 페르미 역설이라고 한다.


소설 삼체는 은하 곳곳의 항성계에 많은 외계 문명이 있다고 간주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종의 이유로 꼭꼭 숨어 있다. 왜냐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문명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우리의 존재를 외계에 드러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외계 문명을 이렇게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계속)


삼체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 Three Body Problem 라는 소설이 있다. 오바마 전직 미국 대통령이 휴가때 이 소설을 읽고는 백악관 일이 너무 시시해졌다는 말을 했단다. 나도 최근에 읽어 보니 (아직 다 읽은 건 아니다. 현재 첸신이 두 번째 동면에서 깨어나 벙커시대 Bunker Era 를 구경하다가 웨이드를 만나는 장면을 읽고 있다. 거의 후반부다) 오바마가 한 말이 이해가 된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드라마화 했다. 얼마전 미국 시골 모텔방에 3일간 처박힌 적이 있는데 그때 이틀에 걸쳐서 이 8부작 드라마를 모두 봤다. 무척 재밌게 봤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큰 화면으로 아내와 함께 첫 편을 다시 봤다. 그런데 아내가 시큰둥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 소설을 읽고 아내는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다.

 

예전에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childhood's end 소설 내용을 끄적거린 적이 있는데 그때 그 글을 아내가 좋아했다. 그래서 삼체에 대해서도 시간 날 때마다 끄적거려 볼까 한다.

 

먼저 소설은 300년이 넘는 기간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보통 시대, 위기 시대, 억제기, 방송 시대, 벙커 시대 - common era, crisis era, deterrent era, broadcast era, bunker era - 등 시대 구분이 있고 각 시대마다 다양한 생활상과 문화 등을 그리며 외계 문명과 티키타카를 한다. 엄청난 상상력이다.

 

드라마는 이 소설 중에 극히 일부분을 그리고 있다. 보통 시대에서 위기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만을 묘사한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 스케일도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무지 재미지더라.

 

중국 작가의 중국 소설이므로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중국인이다. 그리고 사건은 국제적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물리학과 동창회 수준으로 축소됐다. 어떻게 주요 인물이 모두 학창 시절부터 인연이 있을 수가 있지? 여튼 드라마니까, 뭐!

 

여튼 삼체에 대해, 줄거리는 별로 안 건드리고, 아내가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배경지식만, 무식한 일반인 수준에서, 나불거리는 글을 끄적거릴 것이다. 히히 재밌겠다.


세이노의 가르침 21) 지구상에 80억의 인구가 있고 80억가지 인생이 있다


 어릴 때 모친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은 말 중에 이런게 있다.


‘지구상에 40억의 인구가 있으면 40억가지 인생이 있는거다. 부러워할 것도 없고 비웃을 것도 없다. 그냥 네 인생을 살아라.’


나이가 들수록 모친의 그 말이 더욱 더 진리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릴 때는 그 말의 진의를 자주 까먹고는 했다.


결혼 전 직장 생활 할 때 급여 통장을 모친에게 맡기고 나는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모친으로부터 지원받은 결혼 자금은 내가 저축했을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였다. 그 후 친구나 후배들을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하며 건방을 떨었었다.


‘가장 좋은 재테크는 부모한테 맡기는 거여~ 그냥 월급 받으면 몽땅 드려~’


세상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이제 기생충처럼 자식의 수입을 쪽쪽 빨아 먹는 부모도 많다는 걸 안다. 미생이나 글로리 같은 드라마에서 묘사된 거머리 같은 아빠나 악마 같은 엄마도 세상에 진짜로 존재한다. 비단 픽션의 세계 말고도 부모 때문에 저축도 못 하고 빚을 지는 후배를 실제로 본 적도 있다. 내 얕은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고 다녔다.


이제 지구상에 80억의 인구가 있고 80억가지 인생이 있다.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80억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부자고 누군가는 가난하다. 누군가는 건강하고 누군가는 허약하다. 걔는 똑똑하고 쟤는 둔하다. 그 애는 이쁘고 저 애는 평범하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히로인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단역에 불과한 세상이 아니다. 부자만이 주인공이고 가난한 자들은 엑스트라인 세상이 아니다.


처음 ‘세이노의 가르침’ 책을 읽고 끄적거림을 시작했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냥 부의 축적에 성공하여 크게 부자가 된 어떤 사람이, 자신만이 세상의 주인공인 듯 나대면서 그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이 우스웠었다. 그런데 글을 써 나가다가 이 책이 큰 베스트셀러임을 알게 되고, 경제지 기자를 비롯하여 모든 독자들이 이 책을 찬양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면서 배알이 꼬여 버렸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좀 과하게 써 버린 감이 있다.


이 시리즈의 마무리 즈음에 생각해 보니 괜히 또 남의 인생에 대해 심한 말을 한 것도 같다. 하지만 부유, 빈곤, 현명, 아둔, 탁월, 평범, 미녀, 추녀, 훈남, 흔남 등등의 수식어 뒤에 있는 사람도 모두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세이노도 최소한 가난, 평범, 나태와 같은 수식어보다는 그 뒤에 있는 인간 그 자체에게 예의를 차려 줬으면 좋겠다.


세이노의 최근 글들을 보니 요즘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아마도 한 평생을 돈의 전쟁터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러 온 부작용으로 인하여, 전쟁 PTSD가 그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 내린 것 같다. 빠른 회복을 빌 뿐이다.


(끝)


지난글 목차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1.html

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2.html

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3-3.html

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4.html

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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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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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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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8) 퍼스트클래스의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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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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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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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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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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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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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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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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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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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7) 망할놈의 불공평한 세상

세이노의 가르침 18) "그 돈을 거기에다가? 너네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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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9)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세이노의 가르침 20) 돈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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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1) 지구상에 80억의 인구가 있고 80억가지 인생이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 20) 돈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사람은 똑같지 않다. 따라서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각자의 재능도 다 다르다.


일단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축구 선수가 되고 팀이 구성되며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들은 모두 축구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각광받는 스트라이커가 되고 어떤 사람은 만년 벤치 신세가 되기도 한다. 득점왕 스타 스트라이커는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요리하다가 장사를 시작하여 체인점을 내고 결국 백종원처럼 외식 사업에서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음식점 사장들이 백종원처럼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백종원이 자기가 벌이는 사업에 비해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 되는 자그마한 분식점 주인할머니를 비웃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돈이 너무 좋아서 돈 버는 일에 집중하여 크게 부자가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을 좋아한다고 누구나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부자는 부자가 못된 사람들을 우습게 보진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돈이 있건 없건 맘 편히 사는 아내나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는 차를 굴릴 형편이 못돼 전철과 버스를 타는 시절에도 잘만 놀러 다녔다. 시외버스를 타고 설악산, 지리산 등등을 올라가 산속에서 노숙자처럼 잤다. 나는 노숙자가 되도 맘 편히 즐겁게 놀 수 있는 사람이다. 진짜다. 난 한때 노숙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세이노의 경우는 삶의 기준이 돈이다. 그는 돈이 없어서 자살까지 기도한 사람이다. 즉 그에게 돈 = 생명이다. 병적으로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중요하다. 그는 병적으로 돈에 집착한다고 했다. 어느정도냐 하면 가난한 사람은 살 가치조차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손목을 두 번 그었다. 어떻게 운이 좋아서 세이노는 부자가 됐다. 여기서 그의 문제점이 시작된다. 그는 빈자를 능욕하기 시작한다.


그에게 돈은 삶과 죽음을 정하는 기준이고, 선과 악을 가르는 척도다. 따라서 부자는 생명이자 선이고 가난뱅이는 죽음과도 같은 악이다. 돈이 승리자와 패배자를 나누는 기준이다. 돈을 가진 승리자는 갑질을 할 권리가 있으며 가난뱅이 패배자는 갑질을 당해 마땅하다. 돈을 가진 자가 귀족이며 빈자는 천민일 뿐이다. 부자의 시간은 소중하고 빈자의 시간은 쓸모없다. 시간은 금이라는 격언은 부자에게만 해당한다. 가난뱅이에게는 건강마저도 사치다. 부자는 행복해야 하고 가난뱅이는 반드시 불행해야 한다. 부자의 삶은 즐겁고 빈자는 재미없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부자는 부지런하고 빈자는 게으름뱅이다. 부자는 정상인이고 가난뱅이는 성격 파탄자들이다. 부자는 고귀하고 빈자는 천박하다. 오로지 돈을 가진 자만이 아름다운 엘프다. 가난뱅이는 추악한 오크에 불과하다. 그가 쓴 ‘세이노의 가르침’ 책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패턴이다.


세이노가 믿는 것은 오로지 돈 뿐이다. 그는 돈 이외의 모든 것을 믿지 않는다. 오죽하면 필명까지 Say No 다. 그는 부동산 투자를 할 때 그보다 부자인 사람이 내놓은 물건은 아예 현지 조사조차 안 하고 매입한다. 자기보다 부자인 사람의 안목을 믿기 때문이란다. 그의 돈에 대한 신뢰는 이처럼 중차대하다. 따라서 이처럼 완벽한 신과도 같은 돈을 많이 가진 나, 세이노는 우월한 존재다. 자기가 우월하므로 자신보다 가난한 직원과 타인에게 행하는 갑질이나 개지랄은 정당하다. 부자인 나의 주변에서 걸리적거리는 놈들은 다 개새끼, 18년들이므로 나의 욕을 처먹어 마땅하다. (세이노의 가르침 2, 7 편 참조)


다시 한번 반복한다. 그는 ‘병’적으로 돈에 집착한다. 새파랗게 젊은 시절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기 손목을 두 번 그었다. 굶어 죽는 지경이 되어도 수입이 뻔히 보이는 일은 하려 하지 않았다. 즉 받는 돈 이상 일하려 하지 않았고 아무 일이나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느니 그냥 죽자고 결심하고 실행해 옮겼다. 자살에 실패한 후 그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결국은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밑에 직원을 두는 사장이 되었다. 그는 돈을 더더욱 벌기 위해 자기 직원들에게 이상한 말들을 하기 시작한다. ‘가난뱅이는 받는 돈 이상 일하려 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 일이나 하려 하지 않는다’ 라는 말들을 자기 직원들에게 떠벌린다. 오로지 자기 직원들을 일 시켜 돈을 더 벌어 내기 위해 자기가 자살할 당시의 상황까지 까먹었다. 이런 자기 모순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쌍욕을 섞어가며 룸싸롱 접대를 비난하다가, 미모의 여직원을 채용해 접대부로 만드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직원이 마음에 안들면 개지랄을 떨어대다가, 마침내 자기처럼 개지랄을 떠는 상사가 훌륭한 상사라는 궤변까지도 떠벌린다. 이런 개소리들을 모아서 결국은 책까지 냈다.


나는 그가 꽉 막힌, 사방이 꽉 막힌 꼰대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가 죽을 때까지 자기 생각을 못 고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내 유년 시절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는 말을 못 믿을 것이다. 그는 가난한 나의 빈민가 시절이 따뜻한 기억으로 충만했다는 말을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3, 4 편 참조)


세이노에겐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누군가에겐 돈이 아닌 다른 것이 삶에 더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비록 돈은 없지만 나의 시간들을 참 재미있게 써 왔다. 그 시간들은 나의 추억이 되었고 나만의 컨텐츠가 되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즐겁다. 아마도 세이노는 오직 돈만을 벌기 위해서 그의 청춘을 낭비했을 것이다.


친구들과 술내기 당구를 쳤다. 당구에 진 놈은 돈이 없어서 손목시계를 맡겼다. 그리고 학교 뒷골목 선술집에서 두부찌개 안주에 소주를 마셨다. 역시 돈이 없어서 학생증을 맡기고 외상을 했다. 되도 않는 말들을 지껄이며 때로는 함께 웃고 때로는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마시고 놀다가 차비가 없어 한밤중에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술에 취해 교내에 있는 분수대에 빠져 같이 허우적거리며 낄낄댔다. 학교 근처 선술집에서 독한 막걸리 밀주를 마시고 과하게 취해, 비오는 다음날 아침 공사판 하수관용 토관속에서 일어났는데 같이 마시던 놈들이 모두 각자의 토관을 하나씩 차지하고 곯아 떨어져 있는걸 발견하고 배꼽을 잡았다. 이런 병신 짓이 몇 년 동안 쌓이고 쌓여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그리고 지금도 만나면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격의 없이 어울리는 친구들이다. 나의 청춘은 이 친구들을 만나는데 투자됐다. 엄청나게 재미있고 성공적인 투자였다. (세이노의 가르침 5편 참조)


산 밑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집 근처에서 모친과 아내와 같이 텃밭을 일궜다. 집 서늘한 곳에서는 직접 맥주와 막걸리를 주조했다. 옥상에서 숯불을 피워 바베큐를 했다. 텃밭에서 딴 상추, 깻잎, 풋고추 등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고 직접 만든 맥주를 마셨다. 모친과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게 푸짐한 음식을 즐겼다. 후식으로 직접 기른 찰옥수수를 삶아 먹었다. 꺼져가는 숯불에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나 고구마를 던져 넣었다. 웃음소리가 흘러 넘쳤다. 그때 넘쳐나게 수확되는 오이를 주변에 나눠줘도 남아돌아서 처치 방법을 찾다가 아내가 피클을 담궜다. 나는 지금도 과하게 시지도 달지도 않았던, 그 완벽한 피클 맛이 그립다. 어우,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행복한 추억이다. 내가 직장 생활을 통해 번 돈들은 재테크가 아니라 이렇게 우리의 행복을 위해 쓰여졌다. 그리고 내 시간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삶의 재미를 위해 투자되었다. 엄청나게 성공적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18편 참조)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생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몰빵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 안 될 것이다. 항상 세이노를 수식하는 말이 있다. 천억 원대 부자. 세이노 = 천억 원이다. 오징어 게임의 상금 두 배가 넘는다. 최근 세이노를 가리켜 이 시대의 스승이라고 칭송하는 경제지 기사를 봤다. 그렇다. 2020년대 한국은 천억 원대의 돈이 스승을 하는 세상이다. 소시민인 내가 아무리 다른 방식의 삶을 얘기해도 천억 원이라는 돈 앞에서는 빛을 바랜다. 거꾸로 천억 원이라는 액수의 돈이 하는 말은, 그게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기득권을 위한 음모일지라도, 대중에게 각광받는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한국은 현재 오징어 게임 속에 있다.


위 조사 결과를 차치하고, 다시 한번 이 말을 하고 싶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누구나 스트라이커가 되는 건 아니다. 식당을 운영한다고 누구나 백종원처럼 되진 못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며 자기의 인생을 몰빵해도 진짜 부자가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이는 통계로 증명되는 진실이다. 오징어 게임을 봤다면 알 것 아닌가. 450여 명의 참가자 중에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아 돈을 차지한다.


돈을 벌기 위해 세이노처럼 전쟁 속에 살아간다면, 그리고 결국 부자조차 못 됐다면, 그 얼마나 아까운 시간들인가.


젊은 시절 아랫배가 살살 간지러워지는 설레임 속 연인과의 알콩달콩, 평생 갈 우정을 쌓아 나가는 과정,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독서의 여정, 길가에 핀 들꽃을 보며 느끼는 감정,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멍 때리는 시간들, 지나가는 이쁜 길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는 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깨를 볶는 신혼의 순간들, 순식간에 지나가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같이 만드는 추억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을 재운 후 부부가 맥주캔을 들며 도란도란 대화하는 시간들, 저녁에 웃음이 넘쳐나가는 가족들과의 식사 시간...


이러한 것들을 사람들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간다. 모두가 일상의 평화와 행복을 버리고 돈의 전쟁 속으로 자발적으로 뛰어든다. 아마도 대부분은 전투에서 전사할 것이다. 그리고 승자는 최전선에 뛰어든 그들이 아닐 것이다. 최종 승리자는 이 돈의 전쟁을 부추키는 세이노와 같은 자들이다.


(계속)


지난글 목차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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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2.html

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3-3.html

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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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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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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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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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8) 퍼스트클래스의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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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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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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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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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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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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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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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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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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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7) 망할놈의 불공평한 세상

세이노의 가르침 18) "그 돈을 거기에다가? 너네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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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9)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세이노의 가르침 20) 돈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세이노의 가르침 19)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이 글을 쓰면서 좀 흥분도 하고 꼰대짓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글만큼은 나홀로 즐겁자고 쓰는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읽어 줬으면 좋겠다. 이 글은 되도록이면 세이노의 글쓰기 스타일을 흉내낼 것이다. 글 속에 욕설이 난무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시리즈를 처음 쓸 때는 미처 몰랐는데 이 책이 한국에서 부동의 베스트셀러란다. 인터넷에선 이 책에 대해서 온통 찬양 일색이다. 모두 세이노처럼 살아서 부자가 되고자 한다. 마침내 어떤 경제지 기자가 세이노를 가리켜 이 시대의 스승? 이 시대의 어르신? 으로 찬양하는 기사까지 봤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나는 이 책을 희대의 악서로 본다. 이 책은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 사회 공동체,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그 근본에서부터 파괴시키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책을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네가 가난한 이유는 오로지 너의 게으름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 일을 하라. 가족과 친구를 버리고 연애를 하지 말고 일과 공부만 해야 부자가 된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자본가, 기득권자, 부자가 가장 좋아할 것들이다. 만약 내가 직원 1,000명을 거느린 회사의 사장이라면 이 책 2,000권을 사서 직원 1인당 두 권씩 나눠 줄 것이다. 왜 두 권이냐고? 직원의 배우자나 연인도 읽혀야 하거든. 아니면 이혼 당하거나 헤어지게 되니까!


세이노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주 5일제 노동은 개나 줘버려야 한다. 하고있는 일에 귀신이 되기 위해서 오직 일만 해야 한다. 또 집에서는 밤세워 경제와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한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다. 이런 걸 버텨낼 배우자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세이노의 가르침에는 부자가 되기 위한 남편을 내조하는 내용도 있다. 간단하다. 남편이나 애인과의 알콩달콩은 포기하고 오로지 일과 공부만 할 수 있게 하라. 그러니 직원 1인당 두 권의 책이 필요하지.


직원들이 이 책의 내용을 반에 반만 따라 해도 나는 더더욱 부자가 되고 사업은 번창하게 된다. 아주 그냥 이 책이 사랑스럽고 세이노가 너무 고마울 것이다. 직원들이 월급 인상을 요구하면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 라는 세이노의 경구를 들려줄 것이다. 직원들이 일이 많다고 불평하면 ‘가난한 자들은 돈 받는 것 이상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라는 가르침을 일깨워 줄 것이다. 직원들이 시키는 일을 부당하다며 하려고 하지 않으면 ‘가난뱅이들은 아무 일이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라고 쓰여진 부분을 그들의 코앞에 들이밀 것이다. 상상만 해도 아주 신난다.


내가 만약 태생적 기득권층의 일원이라면 자수성가한 졸부 세이노를 우리 이너서클에 끼워 줄 것을 고려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우리가 차마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는 얘기를, 아랫것들이 가져 줘야 할 마음가짐을, 세이노는 그렇게 따박따박 꾹꾹 눌러 넣어 책을 써 낼 수가 있지? 아주 귀여워 죽겠다. 아차, 세이노도 자기 정체를 밝힌 바가 없구나. 이놈도 결국 익명속에 숨어서 이 책을 쓴거잖아. 이거 비겁한 새끼네! 여하튼간에 아랫것들을 봐라. 이 책이 아주 좋단다. 맙소사, 베스트셀러가 됐다. 다들 따라 하려고 난리다. 아버지가 민중들은 개돼지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역시 그 말이 진리였다.


아 씨바, 너무 흥분해서 말이 중구난방으로 나온다. 완전 아무말 대잔치다. 딱 하나로만 포커스를 맞추자. 이 책에서 개인을 파괴하는 큰 요소중 하나인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부분에만 집중하자.


더 이상 함무라비 법전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현대 법체계는 ‘사적제재’ 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가 나를 때렸다고 나도 그 사람을 때리면 범죄라는 거다. 그냥 경찰에 신고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국가의 사법 체계가 나를 대신해서 좀 더 고상한 방법으로 그를 때려 줄 것이다.


먼저 이 시리즈의 2편 ‘쌍욕을 해라!’ 후반부를 읽어 보시길 권한다.


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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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통의 욕 수준을 넘었다. 명백한 언어 폭력이다. 언어 폭력 또한 신체적인 폭력과 마찬가지로 범죄다.


실제로 세이노는 이렇게 욕을 하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범죄자 새끼다. 이자는 검사가 ‘합의 안 하실 거요?’ 라는 말도 생까고 벌금형을 받아 전과자가 됐다. 그리고 책에서는 밝힐 수 없는 내용으로 자기를 신고한 사람, 즉 언어 폭력 피해자에게 더더욱 큰 복수를 해줬다고 책에서 자랑하고 있다. 마치 중학교 시절 만났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이트 삐끼를 하며 건달 생활을 하던 친구 형이, 17대 1로 싸워서 이겼다는 허풍을 듣고 있는 것 같다. 크크, 그래 봤자 범죄자 새끼.


내가 이 욕쟁이 깡패새끼보다 훨씬 더 큰 가르침을 주겠다. 받아 적어라.


‘개새끼를 보면 피하라. 개새끼를 상대하면 너도 똑같이 개새끼가 된다. 그 개새끼가 공공의 이익을 반하는 정도가 심하다면 조용히 경찰을 불러라. 사적제재를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거다.’


이 범죄자 놈은 욕하다가 두들겨 맞았을 때 합의금을 받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 있다. 꿈 깨라! 이런 경우 보통은 쌍방과실이 된다. 네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도 사건이 경찰로 가는 순간 대부분 쌍방폭행이 되고 만다. 그래서 너는 단 한 대 때려 보지도 못하고 폭력 전과가 생긴다. 도저히 남는 장사가 아니다.


대부분 회사의 입사 요강에는 응시자격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라는 항목이 있다. 이 말은 다른 말로 ‘전과가 없는 자’ 와 같다. 자 당신이 언어 폭력이든 신체 폭력이든 세이노의 가르침을 따르다가 전과자가 됐다고 치자. 이제 취업할 때 응시자격에 위 항목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면 너는 거짓말을 한게 된다.


미국에 관광이나 단기 출장을 가려면 ESTA 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엔 ‘범죄 활동에 관련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다. 만약 당신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여기에 YES 를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당신의 ESTA는 통과되지 못한다. 즉 미국에 남들처럼 쉽게 못 간다는 말이다.


물론 간단한 벌금형이니 당신은 여기에 NO 를 체크할 수도 있다. 자 이제부터 당신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새끼가 된다. 당신은 미국 정부에 거짓말을 하고 놀러 갈 수도 있고 짧은 출장을 갈 수도 있다.


당신은 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어느 날 회사는 당신에게 미국 지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라고 명령했다. 당신에게 출세의 길이 열렸다.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정식 비자가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비자 신청 서류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게 있다. 영어로는 보통 Police Report 라고 하고 한국어로는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라고 한다. 여기엔 당신의 전과 기록이 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범죄자 새끼가 입국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당신의 비자는 거절된다. 또한 너는 회사에서도 쫓겨날거다. 너는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가 아니라서 애초에 응시자격도 안 되던 놈이였거든. 더불어서 미국 정부에게 과거 너의 ESTA 거짓 진술이 발각됐다. 넌 이제 평생 미국땅을 밟을 수 없다.


당신이 외국과 관련이 된다면 이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는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고자 할 때, 유학을 가고자 할 때, 해외 취업을 하고자 할 때, 외국 지사에 파견될 때, 영주권을 얻고자 할 때 항상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를 실효된 형 포함하여 제출해야 한다. 즉 이 기록은 당신을 평생 쫓아다닌다. 당연히 외국 정부는 전과자인 너에게 비자 발급을 거절한다. 왜냐하면 너는 그 나라 국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잠재적 범죄자 새끼거든.


내 말을 믿어라. 나는 젊을 때 내가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민 서류를 준비하다가 이것저것 귀동냥을 해 보니 이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걸 알았다. 한국 사람들은 우습게 생각하는 음주운전 전과 때문에 이민을 못 가는 경우도 많다. 폭력 전과는 음주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범죄다. 지금 젊다고 이 기록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당신도 어느 날 나처럼 나이 마흔이 넘어서 갑자기 이민을 가야만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젊은 날의 치기로 괜히 세이노를 따라 하다가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어느 날 그게 당신 인생의 큰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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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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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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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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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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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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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5.html

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6.html

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7.html

세이노의 가르침 8) 퍼스트클래스의 땅콩!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8.html

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9.html

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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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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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1/12.html

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1/13.html

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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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5.html

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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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7) 망할놈의 불공평한 세상

세이노의 가르침 18) "그 돈을 거기에다가? 너네 바보야?"


세이노의 가르침 19)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세이노의 가르침 18) "그 돈을 거기에다가? 너네 바보야?"

 


‘이상해! 너무 편하단 말이지.’

언젠가 아내가 불쑥 말했다. 뭔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해서 물어봤다.

‘뭐가?’

‘사는게 너무 편해. 아마 이번 생은 쉬어가는 삶인가봐.’


하드코어 무신론자인 나와는 달리 아내는 종교가 있다. 불교와 힌두교에서 유래한 윤회관을 바탕으로 한다. 아내가 처녀일 때 부터 인도 사상가와 종교가의 책이 아내의 서가에 가득 있었다. 따라서 아내의 이런 윤회관은 뿌리가 깊다. 아내는 다음 생에서도 또다시 나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고는 한다.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 왔고 지금도 함께 인생을 즐기고 있다. 20대 때 결혼해서 서른살이 되기 전에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 그리고 결혼하고 막 30년이 됐지만 아내는 여전히 나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최소한 나와 같이 사는 아내가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듯 하여 기분이 좋다.


이런 행복한 삶은 아내와 나의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아내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만났다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나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면, 애저녁에 이혼당하고 중년 독거남으로 외로이 살았을 수도 있다. 우리 둘이 맺어진 건 참 커다란 행운이다.


결혼 전 살았던 집은 서울 중심가에 있었기에 친구들이 자주 찾아왔다. 친구중 한놈은 영화시간이 한참 남았다고 자기 여자친구와 함께 우리집에 오고는 했다. 키가 크고 얼굴이 반반한 그놈은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그 빈민가의 우리집 화장실을 사용하려다가 비명을 질러대는 자기 여자친구를 보며 낄낄거렸다. 나쁜놈. (세이노의 가르침 4, 5편 참조)


처음 아내를 그 집에 데려왔을 때, 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화장실을 아주 편안하게 사용했다. 그런 형태의 화장실에 아주 익숙해 보였다. 나중에 아내의 대학 학창시절 앨범을 보고나서 의문이 풀렸다. 아내는 여름방학마다 농활을 했다. 낯모르는 남학생들과 아내는 삽을 들고 밀짚모자를 쓰고 몸빼바지를 입고 목에는 수건을 두른 채 밭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야학을 열었다. 그렇게 농활을 하며 촌구석 화장실을 써왔을 테니 빈민가 우리집 그 화장실이 아내에겐 전혀 충격적인게 아니었을 터였다.


아름다운 용모와는 달리 아내는 수더분한 성격이다. 스스로 옷을 고르지 못해서 장모가 사준 옷만 입었다. 나와 연애를 할 때부터 아내는 더 이상 하이힐을 신지 못했다. 굽 높은 구두를 신으면 내가 아내를 올려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아내도 성격이 뭔가 현 자본주의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둘 다 재테크에는 아주 꽝이다.


다니던 회사의 지분을 팔고 목돈을 쥔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살 만한 돈이었다. 아내는 아파트에 사는 걸 끔찍히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 외곽 산 초입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그 집은 숲속에 폭 파묻혀 있었다. 우리는 그 집을 아주 좋아했다. 그 집 옥상에서 자주 바베큐 파티를 했으며 밤에는 주로 텐트를 치고 잤다. 텐트 방충망 사이로 별들을 바라보며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고 아침에는 산새들의 지저귐속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모친과 함께 텃밭을 크게 지었다. 텔레비전 아침 방송 프로그램이 우리집과 텃밭을 취재해 방송을 타기도 했다. 모친과 아내의 인터뷰를 따갔는데 정작 방송에선 아내만 나왔다. 아내의 그림이 괜찮았는지 그 후 몇번 아내에게 방송 출연 제의가 왔다. 아내는 자세한 내용을 듣기도 전에 모두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가 그 집에 투자한 돈 액수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 돈을 거기에 그렇게 태웠다고?’ 하며 우리를 한심해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집에서 무척 행복했다.


우리는 빚지는 걸 싫어한다. 남들이 할부로 비싼 차를 사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일시불로 싼 중고차를 사서 몰았다. 캐나다에서도 집을, 자의반 타의반, 일시불로 샀다.


캐나다로 이사 와서 국민연금을 정산한 것과 산속의 그 집을 판 돈을 몇 년 동안 그냥 은행 세이빙 계좌에 넣어 놨다. 당시 이율은 1%도 안 되었을 때였다. 은행 일을 볼 때마다 텔러는 잔액을 보고 놀라며 다른 투자를 권유하고는 했다. 나는 귀찮다고, 싫다고 했다.


집을 살 때 집값의 한 1/4 정도 모기지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모기지 브로커가 가져오는 조건이 영 시원찮았다. 그래서 그냥 일시불로 사기로 했다. 브로커가 아내에게 전화해서 모기지 이외에 다른 투자 상품도 많으니 나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는 ‘저희 남편은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귀찮아해서 아마 안 할 거예요. 그래도 전해 볼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단다.


아내는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아내의 지인들이 들고온 샤넬백이나 구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때 ‘자기는 이런 거 하나도 모르지?’ 하며 아내를 아예 끼워 주지도 않는단다. 아내가 애용하는 백은 집안에 돌아다니는 두꺼운 천을 사용하여 스스로 만든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과학관, 박물관, 동물원 등등을 자주 갔다. 해마다 번갈아서 롯데월드 혹은 서울대공원 연간 회원권을 끊고 언제든 마음 내키면 놀러가고는 했다. 그런 곳에 놀러 갈 땐 항상 전철을 타고 움직였다. 사실 그땐 차를 굴릴 여유도 없었고 운전면허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애들이 성장하며 더 이상 우리들과 놀아 주지 않자 둘이 놀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와 여행을 많이 했다. 지리산 종주도 여러 번 했다. 여러 명산을 아내와 같이 올랐다. 산에 올라가 비박을 즐겼다. 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단 둘이서 새벽의 절경을 즐겼다. 전국 각지에서 캠핑을 했다.


한국에 갑자기 캠핑 붐이 불었다. 캠핑장엔 스노우 피크니, 콜맨이니 하는 외국산 시스템 텐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3인용 코딱지만한 전문 등반용 텐트를 사용했다. 그들이 낑낑거리며 1시간 넘게 텐트를 설치할 때 우리는 단 10분 만에 텐트를 펴고 접을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이 우리의 캠핑 스타일이다.


캐나다에 이사와서도 여행을 많이 했다. 히말라야와 인도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알버타와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있는 국립공원 구석구석에서 캠핑을 했다. 북미대륙을 아내와 같이 누볐다. 여정 중에 타이어가 다 닳아서 교체했고 엔진오일도 여러 번 갈아가며 여행을 했다.


많은 것을 보고 만지고 느꼈다. 아내와 함께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지금도 눈을 감고 그때를 돌아보면 추억이 방울방울 주위를 맴돈다.


물론 나도 지금까지 놀고만 지낸 건 아니다. 일이 무척 바빠서 서울역의 노숙자가 부러워 보여 아내에게 ‘노숙자가 되고 싶다’ 고 징징거린 적도 있었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는 6개월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퇴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삶은 일할 때가 아니고 놀 때 충만했다.


아내와 나는 지금까지 참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도 인생을 꽤 즐기고 있다. 아내가 피아노도 더 못 배웠고 노래도 못 하고 춤도 못추지만 아내는 행복하다. 나 또한 부자가 아니지만 꽤 행복하다.


+++


우리들 삶의 형태는 세이노가 보기엔 참으로 한심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세이노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바쳐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펑펑 놀면서 지냈다.


세이노는 끊임없이 공부하여 경제 지식을 갖춰 목돈을 만든 후 투자하여야 부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놀기 바빠서 재테크에 신경도 안 썼다. 소싯적에 주식 투자를 약간 한 적이 있었는데 놀 때도 주가가 신경 쓰이는게 짜증이 나서 곧 때려치웠다.


세이노는 이 세상을 돈을 둘러싼 전쟁터로 본다. 사람은 오직 승리자와 패배자만 있다. 그가 볼 때 우리는 패배자일 터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 속에 살고 있지 않다. 어쩌다 이 지구별에 태어났으니 마음껏 구경하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재밌게 놀다가 죽자는게 나의 삶에 대한 태도다.


세이노가 보면 황당한 일일 테지만 이렇게 우리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세이노의 입장에서는 기함을 할 일이겠지만 차를 굴릴 여유가 없던 시절에도 전철을 타고 아이들과 놀러 다녔다. 수중에 돈이 없다고 손목을 두 번 그어 자살을 시도한 세이노와 같은 부류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세이노는 일과 가정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이노의 말처럼 많은 영화에서 일벌레들이 결국은 가정 소홀로 이혼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이노는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는 가정의 유지도 일처럼 했다.


세이노는 가족이 가장 큰 고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고객을 상대하듯 자기 가족을 상대했다. 아직 부자가 아닐 때, 그는 아내를 대동하고 훌쩍 고속버스를 타고 오색약수에 가서 택시를 대절한 후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서 단풍 구경을 했다. 그리고 같은 택시를 다시 타고 바로 내려와서 곧장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단다. 왜? 시간이 아까워서!


그런데 말이다, 그런 식으로 접대를 받은 세이노 부인은 기뻤을까? 고객 접대를 위해 설악산까지 간 세이노에게 단풍은 과연 어떻게 비쳤을까?


세이노는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갈 때 길에서 버릴 시간이 아까워서 헬리콥터를 대절하여 갔다고 한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그도 재미있었을까? 아마도 두고 온 일로 머리는 꽉 차 있었을 것이고 어서 빨리 아내 고객님과 자녀 고객님들이 만족하여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기만을 바랬을 것 같다.


세이노의 아내는 행복했을까? 어느 날 ‘늘어나는 건 돈밖에 없다’ 라고 세이노에게 푸념했단다. 그다지 고객만족에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여튼 이런저런 낌새 때문에 세이노는 2000년대 무렵부터 사업을 줄였다고 한다. 그가 현재 70대이니 대략 40 후반 혹은 50대에 드디어 일을 줄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나이 때까지 일만 한 그가 과연 다른 일로 인생을 즐길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하긴 그 이후에도 자기에게 걸리적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새끼, 소새끼, 18년 하며 욕하고 다녔으니 그다지 여유롭고 온화한 삶을 산 것 같지는 않다. 돈의 전쟁터에서 한발 물러선 그는 아직도 전쟁 PTSD 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에게 느닷없이 언어 폭력을 당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가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


‘뭔가 불안하단 말이지.’

며칠 전 아내가 불쑥 말했다. 

‘뭐가?’ 내가 물었다.

‘아무 걱정이 없어서 불안해.’


별 실없는 소리도 다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오직 지나간 날들처럼, 그리고 오늘처럼, 남아있는 날들도 아내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계속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계속)


지난글 목차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1.html

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2.html

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3-3.html

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4.html

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5.html

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6.html

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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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8) 퍼스트클래스의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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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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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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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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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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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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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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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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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6.html

세이노의 가르침 17) 망할놈의 불공평한 세상

세이노의 가르침 18) "그 돈을 거기에다가? 너네 바보야?"


세이노의 가르침 17) 망할놈의 불공평한 세상



 세상은 불공평하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는 내가 세 살 때 세상을 떴다. 그래서 부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썩 축복 받지 못한 환경에서 내 삶이 시작됐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이 불공평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는 태어나 보니 아버지가 재벌 총수다. 어떤이는 갓난아기일 때 고아원에 버려진다. 이런 부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된다. 누군가는 잘생기고 누군가는 못생긴다. 누군가는 키가 크고 누군가는 땅딸보가 된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다.


아내는 유튜브로 피아노 연주를 자주 본다. 아마도 어릴 때 중단한 피아노 교습 때문일 것이다. 아내가 초등학교때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 당시 강사가 아내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장모에게 ‘피아니스트로 키워 보시는 건 어떠신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장모는 아내의 피아노 교습을 당장 중단시켰다. 지금도 아내는 피아노 공연을 보며 그 시절을 안타까워한다.


아내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의 노래를 듣는 걸 즐긴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나도 노래 잘했으면…’ 하고 한탄한다. 아내의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것처럼 듣기 좋지만 노래할 때는 고음을 내는게 좀 힘겹다. 젊을 때 이비인후과 관련 수술을 받은 이후로 그렇게 됐다.


아내는 또 춤 공연을 좋아한다. 특히 요즘은 왁킹에 푹 빠져 있다. 항상 춤을 보면서 ‘나도 춤 잘 추고싶다’ 하고 그들을 부러워한다. 아내는 산을 잘 타고 날렵하지만 사실 춤출때는 좀 몸치 같다. 히히히...


세상에는 많은 피아니스트가 있고,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고, 또 춤꾼들이 있다. 그런데 아내는 그 모두를 부러워만 할 뿐이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세상인가!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것에서도 불공평은 계속된다. 누군가는 건강하고 누군가는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죽어 버린다. 어떤이는 천수를 누리지만 불행한 어떤이는 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해 요단강을 건넌다. 세상이 이렇게 생겨 먹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사실 세상은 간단하다. 서울대에 가고 싶은가?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열심히  경제 공부를 하여 몸값을 높이고, 끊임없이 일을 열심히 하고,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입의 많은 부분을 저축하고, 투자 방법을 공부하여 저축한 돈을 굴리면 결국은 부자가 된다. 세상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간단하지 않다. 바로 위에서 말한 불공평들이 인생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고 어떤이는 경계선 지능을 보유한 채 태어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불굴의 의지를 가질 수 있지만,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게 불가능한 ADHD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노력하는 중간에 병이 찾아오거나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서울대 입학이나, 부자가 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세상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심플하다. 누구나 노력을 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라는게 누구나가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인고의 노력을 하는 와중에 사고나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결국 삶은 운이 좌우한다.


세이노는 가난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불행했다. 그가 손목을 두 번 그어 자살을 시도한 이유다. 자살에 실패한 후 그는 부자가 되기 위해 자기 인생을 몰빵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세이노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졸음을 피하기 위해 라면을 부숴 먹으면서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다. 또한 경계선 지능을 훨씬 웃도는 지능을 가졌다. 인내력과 더불어 타고난 건강까지 가졌다. 그리고 시대 상황과 주변 환경이 계속 그에게 행운을 불러일으켜 결국은 큰 부자가 됐다.


이 불공평한 세상에 엄청난 행운과 재능을 가진 그는 그보다 불운한 사람들에게 모욕을 가한다. 마치 천부적인 양발 재능을 가진 손흥민 수준의 축구 선수가 올망졸망한 일반인이 모인 조기 축구회에 들어와서는 왜 자기처럼 볼을 못차느냐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개인적인 인생 경험에서 볼 때, 세이노의 길을 따른다면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더욱 가까이 갈 확률이 높다. 모든 사람이 세이노와 같은 행운을 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세이노와 같은 재능과 더불어 그같은 삶의 태도와 성격을 가진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젊은 나이에 돈이 없어 불행하다며 자살을 시도한 세이노를 떠나서 다시 우리 얘기를 해 보자.


아내는 피아노도 중단했고 노래도 못 하고 춤도 못 춘다. 모두 아내가 원하던 것들이다. 그렇다면 아내는 불행한가?


다시, 나는 부자가 아니다. 솔직히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는데 부자가 아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고 부자가 될만큼 능력과 행운도 따라 주지 못했다. 그래서 부자가 못됐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불행한가?


<계속>



지난글 목차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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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2.html

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3-3.html

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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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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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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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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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8) 퍼스트클래스의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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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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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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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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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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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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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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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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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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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s end - Sir Arthur C. Clarke - 6



70년전 발표된 이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계와 서브컬쳐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처음 오버로드의 우주선이 대도시 상공에 등장하는 장면은 인디펜던스데이나 디스트릭트 9과 같은 영화에 자주 오마주된다.


스타트렉에도 오버마인드와 같은 사념체 형태의 우주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주 전체에 편재 - Ubiquitous - 하며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걸핏하면 실체화하여 나타나서 피카드 선장을 괴롭힌다. 때로는 시공간을 조작하여 중세 법정으로 선장을 끌고가기도 한다. 혹은 우주에 커다란 장벽을 만들어 엔터프라이즈호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그의 저서 The Future of Humanity 에서 이런 형태의 생명체를 가정한 바 있다. 만약 인류가 기술발전을 계속한다면 인류는 자신의 DNA 정보를 전자기파에 실어서, 마치 우주배경복사와 같이, 우주 전체에 편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내 기억이 엉터리일 수 있다).


오버로드와 오버마인드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바로 한때 한국의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 종족의 주요 유닛 이름들이다. 저그 종족은 오버마인드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오버마인드는 오버로드를 조종한다. 오버로드는 자신에게 할당된 수의 저그 전투 유닛을 조종하며 게임을 진행한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국제기구 제레는 비밀리에 인류보완계획을 추진한다. 제레는 뿔뿔이 흩어져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현재의 인류를 불완전한 형태로 간주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개개인의 개성을 버리고 - 그 형태조차도 버리고 - 하나의 마인드로 통합하려 시도한다. 바로 이 책에서 오버마인드와 통합하기 전단계에서 아이들의 의식이 단 한개의 마인드로 통일되는 개념을 가져왔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14세 사춘기의 에반게리온 파일럿이다. 신지는 아버지, 동료 파일럿, 급우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신지의 이러한 어려움이 제레의 인류보완계획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종교나 이데올로기라는 구라를 통해 엄청나게 큰 집단을 이뤄 지구를 정복했다. 하지만 완벽한 사회적인 동물은 아니다. 진짜로 완벽한 사회적 시스템은 개미나 꿀벌 하이브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인간사회는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그 특성에 기인한 그룹들이 파벌과 분쟁을 일으키기 일쑤다.


정치, 사상, 종교의 거대담론을 차치하고라도, 지금 당장 이 게시판만 봐도 어떤 글에 대해서 찬반이 난무하고, 이런 글을 쓰지 말라는 둥, 저런 글을 쓰라는 둥 난리다. 나도 이런 검열관 아닌 검열관들에게 '왜 이딴 글을 올리냐' 라는 지적질을 여러번 받았다.


인간의 모든 생각이 하나로 통합되고 오버마인드같은 존재가 된다면 이런 갈등은 일순간에 사라지겠지! 그래서 천국엔 아마 똑같은 사람들만 하나님과 함께 있을 것 같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 모두 행복하려나?


에휴, 그래도 난 개성 강한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사는게 좋다.


(끝)


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지난글 목차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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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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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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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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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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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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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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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8) 퍼스트클래스의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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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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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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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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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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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1/13.html

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4.html

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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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는 스스로 정치적으로 회색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완벽하게 우파다. 아니 오히려 극우파에 가깝다. 그는 개인의 가난은 전적으로 그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빈민을 위해 사회가 할 것은 없다. 그저 극한 경쟁을  부추길 뿐이다. 오로지 모두가 혹독한 경쟁 속에 뛰어들어 부자가 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그대가 회사원인가? 보스를 위하여 너의 인생을 바쳐 일을 하라. 그대가 장사를 하는가? 고객 만족을 위하여 간 쓸개 모두 내 버리고 혼신을 다해 일을 하라. 그대가 파출부인가? 보통 파출부가 되지 말고 고용주가 좋아하는 특출난 파출부가 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라.


이것이 세이노가 말하는 세상이다. 세이노의 세상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보스고, 고객이고, 파출부의 고용주다. 즉,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인 부자들이다.


바로 그 옛날 지주가 소작농에게 바라던 그것이다. 농장주가 자신의 흑인 노예들이 가지길 바라는 그 마음이다. 귀족이 자신들을 섬기는 하인들이 가지길 바라는 바로 그 태도다. 천민자본주의 시대 공장주가 원하는 종업원들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세상에 대해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환경에서 하루 8시간 노동을 하고 나머지는 자기 인생을 사는게 옳다고 본다. 그리고 주 40시간의 노동이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보장하는 경제적 수단이어야 된다고 믿는다. 보통 사람이 하루 8시간, 주 5일 노동 하면서 빈곤에 허덕이는 것은 잘못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창 현업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웰빙이니 워라벨이니 하는 말이 인기였다. 어떤 정치가는 '저녁이 있는 삶'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세상이 거꾸로 가는가? 끊임없이 일만 하라는 세이노 같은 부류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현재 한국의 위정자들이 주 69시간 노동을 말하며, 대통령은 주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부자들은 우파다. 나는 세이노를 통해 우파를 위한 세상을 만들려는 음모를 본다. 세이노는 자수성가한 천억 원대 부자다. 그리고 그는 태생적인 자본가들을 위한 나팔수가 되었다. 마치 일제시대 한국계 순사나 나찌를 대신해 악독한 짓을 저질렀던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앞잡이를 보는 듯하다.


세이노의 가르침에 따르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 가족과 친구는 방해물일 뿐이다. 세이노는 교우 관계와 연애와 조화로운 삶은 사치품이라고 가르친다. 세상에 믿을 놈은 하나도 없다. 인생은 격렬한 돈의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일 뿐이며 승리만이 목적이다. 가난뱅이는 패전병이고 나태함의 결과다.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과 그 성과만이 최대의 선이고 가치다.


이 앞잡이의 책을 읽은 많은 젊은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내용을 칭찬하며 세이노처럼 살고자 한다. 나이가 먹을 대로 먹은 중늙이인 나로선 이해가지 않는 현상이다. 세이노처럼 사는 길은 전혀 행복의 길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겐 독이 잔뜩 오른 불행한 사람의 악다구니로만 보인다.


환경이 불량해지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현재 세이노와 같은 부류 때문에 한국의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그 결과는 회복되지 않는 출산율이다. 남한은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다면 짱돌과 죽창을 들고 세상을 뒤엎고자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젊은이들은 저항보다는 자멸을 선택한 듯 싶다.


까짓 것, 내 문제 아니다. 비록 부자는 아니다만 나도 지금 기득권층의 일원이다. 꽤 많은 가처분 소득이 있고 고민 없이 외식을 하며 예산 신경쓰지 않고 쇼핑카트를 채우면서 모기지 없는 집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짱돌과 죽창, 집어쳐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