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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트럭커의 모든것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이 개인 블로그를 개설한지 몇 달이 지났는데요, 사실 방문자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유독 조회수가 많은 글이 바로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입니다. 이 글은 타 글들에 비해 수십 배의 조회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입 경로를 보니 한국에서 ‘북미 트럭커’, ‘미국 트럭커가 되는 방법’ 등을 검색해서 들어오시더군요.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한국에 계시면서 북미 트럭커가 되는 과정을 포함해 여러가지를 알고 싶으신 분께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끄적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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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트럭커가 되기 위해서 먼저 영어를 어느정도 알아야 합니다. 트럭 드라이버의 일은 의외로 운전만 하는게 아닙니다.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몇 십 년 전에 캐나다 어떤 회사에서 영주권 지원 프로그램으로 한국인 트럭커들을 고용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영어 때문에 단 한 명만 빼고 몇 달 만에 모두 돌려보낸 사례가 있었답니다.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부터 영어가 필요합니다. 알버타 캐나다의 경우, 두 차례의 필기시험을 봐야 하는데 모두 영어로 봅니다. 첫 시험은 일반적인 운전면허 필기시험이며 두 번째는 세미트럭에서 사용하는 에어브레이크에 대한 필기시험입니다. 시험은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석하고 답을 골라야 합니다.


또 실기 시험을 볼 때도 영어를 씁니다. 시험관에게 프리트립 과정을 설명해야 합니다. 에어브레이크 시스템의 운영과 테스트에 대해서 장황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시험관은 끊임없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봅니다. 겨울에 제일 먼저 결빙되는 곳이 어디냐, 트럭의 높이는 얼마냐 등등 다양한 질문을 해댑니다. 즉각 질문을 알아듣고 대답해야 합니다. 시험관의 지시에 따라 차선을 바꾸고 정차를 하며 기타 등등의 타스크를 수행해야 합니다.


대형 면허를 미국에서는 흔히 CDL 이라고 합니다. Commercial Driver's License 의 약자입니다. 상용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공용어를, 즉 영어를,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교통경찰이 티켓을 발행하는 이유의 첫 번째가 속도위반, 두 번째가 신호위반 이라면 한 네 번째, 다섯 번째 정도에 커뮤니케이션 위반이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상용 트럭을 운전하다가 교통경찰에게 걸렸는데 경찰과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 그 자체로 티켓을 받는다는 겁니다.


저는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트럭커인데요, 국경을 넘을 때마다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은 간단한 질문으로 넘어가지만 때로 신입 심사관이나 이상한 심사관을 만났을 땐 황당한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이 국경을 평균 얼마나 자주 통과하느냐, 마지막에 여길 통과한게 언제냐, 지금이 몇 번째 회사냐, 마지막으로 경찰에게 체포된게 언제냐 등등의 이상한 질문도 합니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면 따로 심사실에 끌려가서 2차 심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여러 가지 안내판을 보게 됩니다. 전방 30마일 앞에 사고가 나서 도로가 봉쇄됐으니 어떤 길로 우회하라는 안내에서부터, 강풍으로 세미트럭은 다른 길로 가라는 등 다양합니다. 이런 안내판을 보고 즉각 해석하여 대처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인도인 드라이버가 큰 사고를 낸 적도 있습니다. 보통 긴 내리막 도로에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세미트럭을 위한 runaway ramp 시설이 있는데요, 그 드라이버는 이 길을 트럭 전용 통로로 잘못 해석하여 진입하였던 것입니다. 그 트럭은 크게 손상을 입어 폐차되었습니다.


물건을 상차할 때나 하차할 때도 회사마다 그 절차가 다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언택트 상하차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가 많습니다. 서로 얼굴 보지 않고 전화상으로만 짐을 받고 내리는 것이죠. 펜실베니아의 어떤 코카콜라 시설에서는 실링과 서류 작업까지 드라이버가 직접 합니다. 여러가지 요구되는 사항들을 컴퓨터 터미널에 입력하고 직접 서류를 출력해야만 시설을 떠날 수 있습니다.



위는 아이오와에 있는 어떤 젤라틴 공장의 하차 절차입니다. 이들은 돼지 껍데기를 받아서 젤리나 화장품 원료등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이런 안내문은 회사로부터 제공되거나 공장 앞에 안내문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이들을 읽고 해석하여 안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 시설의 하차 절차는 간단한 편에 속합니다. 대부분 다른 곳은 저보다 복잡한 절차를 전화나 시큐리티 가드로부터 직접 설명받습니다.


보통 영어권 국가에 이민을 하기 위해서는 IELTS 라는 영어 시험을 보는데요, 이 시험의 제네럴 5.5 정도가 최소한의 영어 능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IELTS 모의 시험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으니까 한번 직접 본인의 영어 수준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만약 5.5에 근접하지 못하는 실력이라면 먼저 영어 공부가 필요하겠죠.


이상, 북미 트럭커는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이 필요한지 알아봤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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