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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를 꼽으라면 대부분 존 폰 노이만을 선택한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다. 그의 천재성에 대한 일화는 엄청나게 많다.


폰 노이만은 금수저다. 그의 아버지가 은행가이며 노이만은 어릴 때부터 개인 가정교사로부터 여러 가지 과목을 수학했다. 방이 18개나 되는 저택에서 살았으며 10살 이전에 개인 도서관겸 서재도 있었다. 그의 가문은 헝가리-도이칠란드 제국에서 귀족 작위도 받았다. 노이만은 독일에 나치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서도 그의 천재성은 계속됐다. 수학, 물리학, 경제학 등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 현대인들 모두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따른다. 게다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원자폭탄 개발에 큰 역할을 하였다.


태생적인 금수저답게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그리고, 일반인의 관점에선,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후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반해 노이만은 후속 수소폭탄의 개발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그리고 소련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강력한 반공주의자로서, 그는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전에 핵 공격을 해서 공산주의자들을 말살시켜 버리자는 주장을 했던 것이다. 이른바 ‘예방 전쟁’ 을 주장한 것이다. 소련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후, 핵탄두의 수적 우위가 있을 때 선제공격을 하자는 주장도 했다. 소련이 미국만큼 핵탄두를 보유했을 때도 선제공격하면, 양측의 피해는 많겠지만, 결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계속해서 핵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뭔가 천재들은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아니, 나와 같은 범부와는 생각하는게 틀리다. 조조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의 가족을 몰살시켰다. 폰 노이만도 공산주의 말살이라는 대의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 같은 소인배는 조조의 칼끝에 쓰러지는 목숨과 핵폭탄 폭발 아래 증발해 버리는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이 떠올라 상상조차 못 하는 일이다.


성공한 대기업 창업자들도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하단다. 그들은 오로지 자본의 증대와 경쟁의 승리를 위해 종업원을 단지 숫자로만 본다. 천재던, 성공한 창업자던, 나와 같은 소인배와는 생각하는 방식이 확실히 틀리다.


그런데 말이지, 개미와 같은 분업적인 사회에서, 사고와 판단도 분화되어 폰 노인만 같은 천재의 생각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어떨까? 아, 외계 문명에서 말이다. 바로 삼체의 세계관이다.


우리 은하 외계 항성계에서 단 0.0000025% 의 확률로 지적 생명체가 태어났다면 그것만 해도 1백만 개의  외계문명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 인류가 역사를 쓰기 시작한게 겨우 반만년 정도다. 대부분 외계 문명은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됐고 발전됐다고 믿는게 타당하다. 그리고 이런 외계 문명들은 다 자신들 이외의 타 외계 문명을 두려워한다.이 글의 3편과 4편에서 근거한 두려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스럽게 우리 지구의 최고 천재 폰 노이만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격하여 없애 버려야 우리가 안전해진다”


공격은 아주 심플하다. 우리 태양계도 카이퍼벨트라든가 오오르트 구름 등 많은 소행성과 돌덩이들이 있다. 그것들을 외계 문명이 있을 것 같은 항성계의 행성에 광속 가까이 가속시켜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외계 문명들은 모두 꼭꼭 숨어 있고 혹시 발각된 문명들은 타 외계문명에 의해 원격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현재 두 가지 형태의 외계 문명이 있다. 꼭꼭 숨어 있는 것과 이미 멸망한 것.


이게 ‘왜 외계 문명이 발견되지 않는가?’ 라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어둠의 숲 가설’이다. 그리고 소설 삼체의 우주에 대한 인식이다. 이제 막 문명을 싹틔운, 지구에 사는 순진한 우리만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