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글에는 심한 욕설이 가득 있습니다.
경고 :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하는 충격적으로 심한 욕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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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중에 곰팽이라는 별명을 가진, 입이 아주 더러운 놈이 있다. 녀석은 졸업하고 은행에 곧장 취직해서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동안 입이 참 깨끗해졌다.
최근 이 친구는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 비슷한 역할로 빠졌다. 작년 연말에 나는 한국에 있었는데 이 녀석과 또 다른 친구 하나와 함께 저녁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당구를 치게 되었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점심때 퇴근하고는 지가 심심하다며 오랜만에 한국에 온 나와 같이 놀자고 졸랐던 것이다.
최근 한국엔 다시 당구가 유행이다. 당구장에 가보니 우리같은 중늙은이들만 가득했다. 단 내가 예전에 치던 사구가 아니라 공 세 개를 가지고 치는 쓰리쿠션이 유행이어서 어쩔 수 없이 쿠션 당구를 처음으로 치게 되었다. 아 근데 이 곰팽이 녀석이 완전히 옛날의 그 걸걸했던 욕쟁이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 공 아니고 이 공을 쳐야지, 이 십텡구리야! …
어유 뽀로꾸, 시부랄놈! …
아유 종만한 새끼, 빨리 좀 쳐라. …'
이새끼 은행장한테 욕하다가 좌천됐나? 여튼 끝도 없이 욕을 처먹다 보니 나도 욱해졌다.
'야이 신발새끼 입한번 참 드럽네. 너 이 새끼야 넌 그 더러운 입으로 집에 가서 니 딸들이랑 얘기하냐? 곰팽이새꺄!'
'그렇지! 그래야지! 아, 기분 좋다!'
내 욕을 먹은 녀석은 기분이 좋아졌다. 내심 내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나름 애쓰는걸 나도 알고 있었다. 여튼 학창시절 이후 처음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비록 친구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전혀 악의가 없는 것들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악의를 가지고 욕한 기억이 전혀 없다.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한국의 성인 남성들이 군대에서 많은 욕지거리를 경험할텐데, 불행히도 나는 군대 갈 자격이 안됐다. 즉, 면제다)
내가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쳐먹은 경우도 별로 기억이 안난다. 당장 생각나는건 이정도다.
모친이 텃밭에서 기르고 말린 고추를 가지고 고추가루를 내기 위해 모친과 함께 방앗간으로 가는 좁은 시장 골목길을 지날 때였다. 웬 용달차가 길을 막고 아저씨 둘이 짐을 부리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나를 봤다면 잠깐 차를 비켜 내가 통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못봤는지 계속 짐을 부리고 있었다. 내가 잠깐 크락션을 '빵~' 했다.
아저씨 중 한명이,
'알았다, 알았어! 새끼야-'
이렇게 외치며 용달차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나는 이제야 지나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괜히 두 아저씨의 일을 방해하는듯 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모친이 불쑥 물었다.
'너 화 안나냐?'
'왜 화가 나요? 지금 비킬려고 그러잖아요.'
'욕 했잖아!'
'욕이야 내가 안받으면 그만이고! 여기서 시비걸려 봤자 내 손해고!'
모친은 나를 잠깐 빤히 보더니,
'후후, 내가 아들 하나는 잘 키웠다.'
하며 미소지었다.
그렇다. 모친이 나를 그렇게 키운게 맞다. 모친은 항상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되도록 손해를 보면서 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나와 작은 거래를 주고받는 상대가 되도록이면 나 때문에 재수 좋은 날을 경험하길 원한다. 내 앞에 새치기를 하거나 차가 급히 끼어들어도 그냥 '사정이 있는가 보다', '초행길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거나 양보한다.
결론적으로 모친의 이런 가르침과 내 나름대로의 실천이 지금까지 남에게 악의 있는 욕을 한 적도 없고 심한 욕을 들은 적도 없는 편안한 삶을 살게 했다. 다시한번,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우, 씨~ 그런데,
부자가 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삶의 방식이다. 손해를 보면서 살다니, 세이노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새치기를 하거나 주차를 거지같이 하거나 내 차 앞에 끼어들거나 식당에서 아이들이 떠들면 욕지거리를 해줘야 한다.
세이노는 상대가 최대한 기분 나쁠만한 쌍욕을 개발하고 평소에 연습해 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유사시 시원하게 욕을 내갈기라고 가르친다.
아래는 책에서 밝힌 실제 세이노가 하는 욕 레퍼토리중 일부다. 충격에 대비하고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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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앞에서 새치기하는 18새끼/놈아. 여기가 네 에미 보지구멍이냐. 아무데나 슬그머니 좃대가리 쳐박게.
뭘 째려 봐, 18년/새끼야, 이 줄이 아무 좃이나 들락거리는 네 에미 보지 구멍인 줄 아냐? 당장 뒤로 돌아가, 좃 같은 새끼/년아.
너, 귀에 좃물이 부어져 안 들리십니까? 내가 하는 말씀이 네 번데기 자지 같습니까?
저기 번데기 좃만한 새끼들이 니 보지 구멍에 니 자지가 들어가 빠져 나온 18새끼들이십니까?
(이상 위 책 - PDF 판 - 에서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항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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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지 않은가? 돈을 버는 능력만큼이나 욕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전례가 없는 사람이다.
욕설 뿐만이 아니라 세이노는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분노에 가득 차 있는것 같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 같은 서점에서 누군가 서가 앞을 가리고 있다면 나는 이처럼 말한다.
'저 잠깐만요. 책을 좀 찾고 있어서…'
그럼 보통 서가 앞에서 책을 읽고 있던 분은,
'아, 죄송합니다.'
하며 자리를 비켜준다.
세이노의 방식은 나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좀 비켜라 이 18년들아' (책에서 발췌)
최근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 빌런중 한명인 전재준이 극중에서 욕을 그렇게 잘한다. 물론 전재준은 엄청난 부자다. 세이노가 아마 전재준과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나? 아니다! 욕의 레벨에 있어서 전재준은 세이노의 발끝에도 못미친다.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 책의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파트를 읽어본 내 소감을 단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세이노 이양반, 완전 개새끼네!'
여튼, 아무래도 난 부자되기는 글렀다. 조금 손해를 봤다고 저런 욕지거리를 하며 돌아다닐 자신이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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