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트립을 나가면 수일간 집을 떠나야 하는 OTR 트럭 드라이버에게 트럭은 곧 집이자 사무실입니다. 드라이버는 트럭에서 며칠간 일하며 먹고 잡니다. 따라서 드라이버는 꽤 많은 양의 살림살이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드라이버가 먹고 마시는데 쓰는 살림살이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트럭에는 보통 배터리 전원을 AC 전원으로 바꿔 주는 인버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살림살이는 커피메이커, 냉장고 그리고 전자레인지입니다.
먼저 커피메이커입니다. 사실 커피 메이커를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트럭 스탑에서 주유를 하면 보통 커피를 무료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뽑아 마실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 트럭 스탑의 커피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커피 메이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트럭스탑의 커피 스탠드 입니다. 여러 종류의 드립 커피가 있고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추출해 주는 커피머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나 팀호튼처럼 꾸준하게 동일한 맛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어떤 곳은 너무 진하고 어떤 곳은 너무 연합니다. 또 미리 뽑아 놓은 드립 커피는 무척 오래되어 불쾌한 맛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큐리그 캡슐을 사용하는 싱글 서브 커피 머신을 이용합니다. 그간 4년 이상 커피를 사 마시다가 최근 1, 2년 전부터 커피 머신을 사용했는데요, 왜 진작에 사용하지 않았는지 후회될 정도로 좋네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맨 처음 하는게 커피 머신을 전원에 연결하고 커피를 내리는 일입니다. 부글부글 물이 끓다가 커피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캡 안에 온통 커피 향기가 꽉 차죠. 그 향기를 맡으며 아침 먹을 준비를 합니다.
커피 머신을 사용하는데 있어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수를 사용하지 마세요. 북미의 먹는 샘물은 석회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좀 지나면 스케일이 껴서 커피 추출이 잘 안 됩니다. 마트에 파는 물 중에 4L 혹은 1 갤런짜리 purified or distilled water 가 있습니다. 이런 물을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냉장고입니다. 성능이 아주 좋은 것은 콜맨사의 iceless cooler 입니다. 시거잭 9볼트 전원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내구성입니다. 트럭은 끊임없이 흔들거리며 진동합니다. 보통 2년 반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고장납니다. 처음 이걸 살 때는 월마트에서 캐나다 달러로 100불 정도 줬습니다. 두 개가 고장 나서 버리고 세 번째 살 때는 400불이 넘었습니다. 현재 미국에 있는 트럭 스탑에서 미국 달러로 약 160불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이젠 미국에서 사는게 더 쌉니다.
그런데 최근 제가 새 볼보 트럭을 새로 받았습니다. 여기엔 기본 정식 냉장고가 붙어있더군요. 얼음까지 얼리는 냉동고가 추가된 냉장고였습니다. 크고 좋더군요. 그런데 이런 트럭용 빌트인 냉장고도 자주 고장나는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잘, 오래 버텨주길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자레인지입니다. 집 근처 월마트에서 100불도 안하는 RCA 브랜드의 것을 샀는데요, 7년 가까이 고장 없이 잘 버텨 주고 있습니다. 700W 자리입니다. 그런데 엔진이 꺼져 있거나 APU가 안 돌 때는 해동이나 데우는데 시간이 무척 걸립니다. 트럭의 배터리 상태가 메롱이라면 전자레인지를 쓰자마자 배터리 충전을 위해 apu가 가동을 시작합니다. 사용 빈도가 엄청 많은 가전입니다. 햇반도 데우고, 찌개도 데우고, 피자도 데피고, 컵라면도 이걸로 조리합니다.
이상 트럭 드라이버들이 주로 사용하는 살림살이 중에서 먹고 마시는데 쓰는 가전제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참 궁상이네요. 흐~
(계속)
지난글 목차
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_19.html
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2_23.html
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3_30.html
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4-feat.html
5) 학원 수강과 실기 시험 시 유의 사항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5.html
6) 트럭커가 트럭을 운전하면 큰일난다 (Class 5 운전자 필독)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6-class-5.html
7) 트럭커는 무슨 일을 하는걸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7.html
8)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1 Introduction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8-part-1.html
9)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2 First Week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9-part-2-first-week.html
10)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3 HOS Rule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0-part-3-hos-rule.html
11)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4 Tax Return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1-part-4-tax-return.html
12)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5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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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트럭커가 되기 위한 가장 힘든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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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팀 드라이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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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게를 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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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강추위 속에서 트럭과 함께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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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트럭을 운전하며 등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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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로드킬과 범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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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불청객 - 해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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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고기 검사와 코로나가 앗아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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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트럭커의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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