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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트럭 회사들은 운전사를 못구해서 난리다. 대부분의 트레일러 뒤에는 뒤따라오는 운전사를 위한 광고가 붙어 있다. 마일당 얼마를 주느니, 홈 타임을 얼마나 주느니, 사이닝 보너스를 얼마나 주느니 하며 뒤따라오는 운전수를 자기네 회사로 유혹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오늘은 드디어 사이닝 보너스 $7,500 을 준다는 광고를 봤다. 그 회사로 옮기기만 하면 $7,500 를 꽂아 준다는 거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레퍼럴 보너스를 2,500불 준다. 내가 누군가를 소개해서 그가 취업 된다면 그 돈을 나한테 주는 거다. 그리고 그 사람이 회사에 계속 붙어 있다면 그의 운전거리에 따라 한 달에 105불 ~ 120불을 1년간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건 경력이 있는 트럭 운전사를 위한거다. 이제 막 면허증을 받은 운전자에게는 해당 사항 없다. 아니 오히려 병아리 운전사는 직장을 찾기 너무 너무 너무 힘들다. 왜냐하면 90% 이상의 사람들이 몇 개월 만에 그만둬버리기 때문에 회사는 초짜를 뽑으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용 운전 면허를 갖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일을 시작하고 단 몇 개월만에 이 모든 걸 포기한다.


회사는 갓 면허를 딴 사람을 실제 쓸만한 트럭커로 만들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게 많다. 우선 같은 트럭을 공유하며 트레이닝을 시켜 줄 선배 운전사에게 많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또 경험 없는 운전사를 고용하면 보험료도 많이 내야 한다. 사고의 위험도 크다. 까딱 잘못하면 큰 사고를 내는게 바로 이 초보 운전자들이다.


갓 면허를 딴 사람들이 운전을 포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일 수도 있고 외로울 수도 있고 겁이 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국분 두 분도 금새 운전을 포기했다. 한 분은 밤에 운전하는게 너무 겁이 나서 원래 직장으로 돌아갔다. 또 한 분은 멀리 미국에서 캐나다의 자녀분과 통화하다가 '내가 지금 아이를 냅두고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어 다시 원래 직장으로 돌아갔다.


여튼 그래서 갓 면허를 딴 사람의 이력서를 받은 회사는 당연히 금새 그만둘 사람으로 간주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이가 좀 있고 블루칼라 직에 종사했던 적이 없었던 사람 같은 경우 직장을 찾기가 참 힘들다. 오로지 현직 트럭커 쟁탈전만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짜는 어떻게 직장을 잡나. 여기 세 가지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나와 잠깐 팀 드라이버를 했던 인도인 시크교 청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픈 워크 퍼밋으로 영주권을 위해 트럭 일을 시작했다. 회사는 그 청년의 입장을 철저히 이용했다. 회사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고용했다. 이런 인도 청년들은 오로지 영주권을 위해서 착취당했다. 청년들은 다른 방안이 없어서 그 회사에 계속 다닐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나의 트레이너였던 중국인 운전사다. 그는 대학원까지 졸업한 인텔리였다. 이력서 상으로는 그는 전혀 트럭 운전사 일을 지속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러 차례 트럭킹 회사들을 찾아다녔다. 인사담당자를 만나 직접 인사하고 결국은 잡을 잡았다.


세 번째는 나의 경우다. 여러달 동안 계속 이력서를 넣었지만 취직이 되지 않았다. 간혹 전화 인터뷰를 하는 일도 있었으나 후속 운전 테스트로 연결 되는 일은 없었다. 결국 돈을 주고 착취당하기로 작정했다. 어떤 회사에서 운영하는 운전학원에 심화 과정에 등록했다. 물론 과정 후에 운전직을 얻는다는 조건이었다. 몇 주간 다시 유료 운전 교습을 받고 6주간 트레이닝 명목으로 무급으로 운전했다. 두 달여간에 걸쳐 착취당한 후 겨우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7개월 후 회사와 좀 안좋은 일이 있어 때려치워 버렸다. 또 어떡하나 막막한 심정에 네 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오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어떤 회사에서 오후에 전화가 와서 인터뷰를 봤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테스트를 받고 바로 취직 됐다. 새 직장을 잡는데 24시간이 채 안걸렸다. 나머지 세 군데 회사에서도 곧바로 연락들이 왔다. 이미 취직이 됐다고 하니 조건을 더 맞춰 줄 수 있다며 한번 만나 보자고 난리였다. 단 7개월의 경력이 만들어낸 차이는 놀라울 정도였다.


현재 나의 첫번째 회사는 학원과 함께 없어졌다.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파산한 것이다. 그러니 현재 가용한 방법은 중국인의 방법일 것 같다. 트럭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찾아내 계속 만나서 꾸준히 일을 할 것임을 강조하는 수밖에… 참 힘들고 지난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경력이 쌓인 이후엔 고용시장에서 확실한 갑이 될 수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1942년에 설립된 회사다. 업력이 길고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나같은 게으른 트럭커가 일하기에 꽤 괜찮다. 의료 보험 같은 복지도 괜찮고 주휴 수당과 여러가지 보너스도 많다. 아무 말도 안했는데 심심하면 급여를 올려준다. 나를 착취하고 걸핏하면 거짓말을 늘어놓던 첫 번째 회사와는 천양지차다.


하지만 어디든 먼저 경력을 만들 수 있는 곳에 들어가는게 중요할듯 하다. 경력을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조건이 좋은 회사를 찾는게 순서일듯 하다.


모든 병아리 트럭커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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