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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20) 고기 검사와 코로나가 앗아간 것

제가 싣고 다니는 짐의 반수 정도가 고기입니다. 주로 캐나다의 비프 beef 를 싣고 미국으로 가서 미국산 포크 pork 를 싣고 캐나다로 돌아오는 일이 많습니다. 캐나다 비프는 브룩스의 jbs 혹은 하이리버의 카길에서 싣습니다. 간혹 레드디어의 올리멜에서 돼지 껍데기를 싣고 미국에 있는 젤라틴 공장으로 가기도 합니다.


한번은 사스카추완의 무스조에서 돼지고기를 싣고 멕시코 국경 근처의 텍사스 라레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이런 짐은 본디드 로드 bonded load 라고 해서 미국은 땅만 빌려 줍니다. 국경도시에 도착해서 제 짐이 바로 멕시코에서 온 트럭에 실리죠. 비슷하게 멕시코에서 열대 과일을 가득 싣고 와서 제 트럭에 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도 본디드 로드입니다. 캐나다 들어가기 전에 미국 국경 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VOID 마크를 받아야만 합니다.


소고기를 싣고 미국에 가면 다양한 장소에 갑니다. 보통은 냉장 창고로 가죠. 간혹 패키징 회사에 갈 때도 있습니다. 거기선 대량으로 받은 비프를 소포장하여 슈퍼마켓에 납품하죠. 소시지 공장에 갈 때도 있습니다. 또 북미에 살고 계신 분이라면 익숙하실 잭 링크스 Jack Link's 육포 공장에 가기도 합니다. 카길 Cargill 에서 받은 소고기는 이상하게도 미국에 있는 카길 공장으로 주로 갑니다. 시퍼 Shipper 가 카길 캐나다고 리시버 Receiver 가 또 카길 US 죠.



미국은 사방에 도축장이 있습니다. 회사도 다양하죠. Cargill, Tyson food, Smithfield, Farmland 등등이 이런 회사입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1년 내내 쉴 새 없이 24시간 돌아가죠.


고기짐이 좋은 점은 보통 드랍 엔드 후크업 Drop And Hookup 시설이라는 점입니다. 트럭스탑에서 대기하다가 앱으로 트레일러 위치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걸어서 짐이 준비된 걸 확인한 후 빈 트레일러를 내리고 이미 짐이 실린 트레일러를 달고 출발하면 됩니다.


이외에도 고기를 사용한 가공품, 소시지나 햄 혹은 피자 토핑 등, 을 싣고서 캐나다로 향합니다.



고기짐이 안 좋은건 인스펙션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캐나다에선 랜덤하게 검사를 받습니다. 짐이 국경을 넘는 순간 인스펙션을 할지 말지 결정됩니다. 국경을 넘은 후 정부 사이트에서 나의 짐이 인스펙션 대상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스펙션이면 해당 시설로 가서 몇 시간 대기한 후 검사를 마치고 서류를 받은 다음에 Loblaws, Costco, Walmart 등의 웨어하우스로 가서 짐을 배달합니다. 짐을 받는 장소에서는 맨 처음 하는게 인스펙션 유무입니다. 짐이 인스펙션 대상인데 스킵하고 그냥 왔다면 짐 받는 걸 거부합니다. 따라서 인스펙션은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미국에선 모든 캐나다의 고기를 검사합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게 여러 해 전에 알버트에서 광우병 소동이 있었거든요. 알버타/몬타나 기준 미국의 검사 시설은 국경을 넘자마자 있습니다. 두 개의 시설이 있는데요, 하나는 I47, 또 하나는 I264 라고 불립니다. 고기짐을 가지고 국경을 넘으면 둘 중에 한 군데 반드시 들려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에 이 과정을 스킵하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합니다.


검사 시간은 상황에 따라 틀립니다. 엄청나게 바빠서 수십대의 트럭이 한꺼번에 몰리면 하루 온종일 걸릴 때도 있습니다. 한가할 때는 15분도 안 걸립니다. 가끔 랜덤으로 이콜라이 E. coli 세균 검사에 당첨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한 반나절 정도 까먹게 되죠. 저는 지금까지 딱 한 번 이콜라이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예전에는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에 가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운전사들과 수다를 떨었습니다. 차례가 되면 검사 직원이 몇 번 도어에 트레일러를 대라는 지시를 합니다. 그러면 다시 트럭으로 가서 지정된 도어에 댄 후 다시 사무실로 가서 또 수다를 떱니다. 검사를 마치면 직원이 서류를 직접 건네주죠. 그럼 인사를 하고 다른 운전사들에게 빠이빠이를 하고 목적지로 출발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미트 인스펙션 시설은 일종의 사랑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이 사랑방은 사라졌습니다. 서류 봉투에 전화번호를 적고 서류를 건넨 후 자기 트럭에 앉아 있어야 하죠. 직원이 전화를 걸어 할당된 도어를 알려 줍니다. 그러면 지정된 도어에 댄 후 다시 전화를 기다릴 뿐입니다. 끝났다는 전화가 오면 다시 사무실로 가서 서류를 건네 받고 출발합니다. 검사 시설은 예전의 드라이버 라운지를 사무실로 확장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운전사들이 모여 복작복작하며 이야기 꽃을 나누는 장소가 없어져 버렸죠. 코로나 팬데믹이 할퀸 상처는 아직 이런 시설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의 옛날이 그립군요. 아 옛날이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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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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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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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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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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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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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학원 수강과 실기 시험 시 유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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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트럭커가 트럭을 운전하면 큰일난다 (Class 5 운전자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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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트럭커는 무슨 일을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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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1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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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2 First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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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3 HOS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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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4 Tax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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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5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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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트럭커가 되기 위한 가장 힘든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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