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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제목에 대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경험을 알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 일단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크게 기대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구직자를 100% 만족시키는 회사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시피 저의 첫 회사는 좀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인도 청년들을 착취하는 회사였죠.


그 회사에서 일한 지 6개월이 지나고 단독으로 트럭을 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트럭은 제 전용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트립을 마치고 집에 갈 땐 모든 짐을 빼내야 했었죠. 그리고 그 트럭은 제가 오프일 동안 다른 드라이버에 의해 캐나다 단거리 운송에 사용되었습니다. 트럭킹 용어로는 Slip Seat 라고 합니다. 참고로 Slip Seat 로 일하면 페이를 더 받아야만 합니다.


4월 무렵에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주로 다녔습니다. 캘거리는 아직 눈에 덮혀 있었습니다만 제가 가는 지역은 이미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았죠. 그런데 트럭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수 차례 수리를 의뢰했습니다만 무시당했습니다. 텍사스에서 40도에 근접하는 무더위속에서 에어컨 없이 고생하고 집에 왔을 때, 다음에도 수리되어 있지 않다면 트립을 거절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반드시 에어컨을 수리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며칠 쉰 후 다시 텍사스 트립을 받았습니다. 디스패쳐에게 에어컨 수리 여부를 물었더니 자신있게 “수리되었다” 라고 알려줬습니다. 쌀쌀한 캘거리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에어컨을 켠 순간 저는 디스패쳐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다시 무더위에 고생하고서 캘거리에 돌아온 후 저는 회사를 대책 없이 때려쳤습니다.


그 후에 다른 회사를 구하는 과정은 이 시리즈의 0 편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에 잠깐 기술되어 있습니다.


새 회사는, 첫 번째 회사에서 고생을 했는지는 몰라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먼저 제 전용 트럭이 할당되었습니다. 제가 2주간 휴가를 가도 그 트럭은 누구에게도 사용되어지지 않고 야드에서 저만을 기다릴 뿐이었죠. 더 이상 모든 짐을 바리바리 싸서 이사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 옷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짐 - 냉장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커피 메이커, 식기들, 두꺼운 작업복, 침구, 방수 작업화, 공구, 기타 등등 - 을 제 트럭에 두고 다닙니다.


현재 트럭 회사는 ‘드라이버 매니저’ 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저에게 할당된 고정 매니저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일하면서 생기는 말썽들, 트럭의 잔고장이라든가 누락된 영수증 등등, 을 늘 잘 해결해 줍니다.


언젠가 어떤 백인 운전사와 만나서 잡담을 좀 했는데요, 그는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잠깐 일했다가 나와서 다른 회사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잠깐 눈치를 보아하니 프로베이션 기간중에 잘린 것 같았습니다. 그의 현재 회사는 캐나다에 상장된 메이저 트럭킹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거기는 전담 매니저가 없어서 그가 골치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빈 차로 한 500km 정도 운행한 내역이 누락되어 페이를 못 받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신경 써 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전담 메니저 제도를 부러워하더군요. 사실 그 회사는 제가 맨 처음 입사 시도를 했던 회사였습니다. 전화 인터뷰도 몇 번 했었습니다만 결국 저를 뽑아 주지 않았었죠.


저를 6주 동안 교육해 준 제 인스트럭터는 중국인이었는데요, 그는 파란만장한 경험을 했습니다. 면허 취득 후 오랫동안 직장을 못 찾던 그는 소규모 트럭킹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몇 달 동안 일하다가 갑자기 그 회사는 망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 후 그는 제가 처음 들어간 그 인도인 회사로 옮겼는데요, 거기서 또 교육 명목으로 한 달이 넘는 기간 무보수로 운전해야만 했습니다. 오랜 기간 보수를 받지 못한 탓에 그는 결국 인스트럭터를 하며 그간 부족했던 수입을 보충해야만 했던 것이었죠.


제가 회사를 옮겼다는 소식을 들은 그가 제게 연락하여 그도 옮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의 리퍼에 의하여 그도 회사를 옮겨 저와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는 인스트럭터를 하며 더 많은 수입을 원했는데 회사의 정책상 그게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당시 회사는 어느 정도의 운전 경력과 회사에서 근속 1년 이상이 지나야 인스트럭터 자격을 부여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는 몇 달 후 다시 원래의 인도인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습니다. 그 인도인 회사, 제 첫 트럭킹 직장이었던 그 회사는, 일감이 줄어들어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전해 듣기로, 저의 인스트럭터였던 그 중국인은 그 와중에 또 많은 보수를 떼어 먹혔다고 합니다. 참 불운의 연속이네요.


제가 처음 면허를 취득했을 때 학원 원장이 추천해 준 회사가 바로 위에 언급한, 캐나다에 상장된 메이저 트럭 회사였습니다. 사실 캘거리의 모든 뉴비가 처음 입사 지원을 하는 회사죠. 중국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 회사는 트럭 드라이버를 뽑는게 아니고 ‘학생’을 뽑는 겁니다. 입사 지원 영역이 아예 ‘driver finishing program’ 입니다. 페이를 조금 주면서 트레이닝을 시켜 준 후 1년간 낮은 급여를 받는 조건입니다. 그리고 1년 근속 연수가 되었을 때 한꺼번에 보상받는 시스템이죠. 막말로 급여를 깎다가 ‘어느 정도 근속해 주면 몰아서 주겠다’ 라는 체계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게, 통계적으로 6개월 내 퇴직률이 90%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갓 면허를 딴 사람을 투자하여 훈련시켰더니 금방 퇴직해 버리면 큰 손해인 것이죠.


저도 첫 회사에 입사할 때는 두 달이 넘는 기간, 이른바 착취를 당했습니다. 중국인은 저보다 훨씬 더 최악의 경험을 했군요. 캐나다에 상장된 대형 트럭킹 회사라고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뉴비는 저임금을 감수해야만 하죠.


여튼 처음 이렇게 트럭킹 인더스트리에 드라이버로서 진입하는데 지뢰가 만만치 않게 있습니다. 참고가 되셨길 바라며 건승을 빕니다.


(계속)


지난글 목차


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_19.html

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2_23.html

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3_30.html

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댓글 1개:

  1. 안녕하세요. cn드림에 올리신 글보고 1편부터 모두 읽었습니다. 제게 너무나도 필요한 이야기라 집중해서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올라오는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많은 경험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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