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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이혼했다 - 번외편) 인류의 최종병기 그녀 그리고 제다이 광선검

 

최근에 셀폰 캐리어를 로저스로 바꿨다. 그랬더니 디즈니 플러스가 6개월간 공짜였다. tv를 통해 디즈니스 플러스를 들어가 보니 우와, 볼게 참 많았다.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가 전편 주르륵 있는 것이다.


미처 못 봤던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옛날처럼 재미가 없다. 광속을 넘어서 우주 여행을 하고 행성을 통째로 파괴하는 무기가 있는 세계에서 광선검으로 칼싸움 놀이를 한다고? 이게 말이 되나?


나는 변하고 있다. 예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밌게 보던 것들을 이제는 이것저것 따지며 재미없어 하고 있다. 큰일났다. 나는 변하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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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결혼하고 1주년이 되었을 때 촛불을 켜 놓고 두런두런 얘기했다. 아내가 내게 얘기했다.


'너무 다행이야. 난 자기가 결혼하면 어느정도 변할 줄 알았어. 하지만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너무 좋아!'


어라? 아내는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 그러니까 내가 나인 상태로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뭔가 바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완전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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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강산이 여러 번 변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캐나다에 살고 있다. 캐나다에 이사 온지 거의 4년이 지날동안 나는 제대로 된 직장을 못 잡고 룸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 한국 분들과 부부 모임을 가졌다. 어떤 분이 아내에게 왜 그렇게 우리 사이가 좋은지 물었다.


'이 사람은 한결 같아요. 연애할 때도, 신혼 때도 그리고 지금도 똑같아요. 하나도 변하지 않아요. 그게 전 참 좋아요.'


아내의 대답이다. 이런 개꿀이 있나! 변하는게 어렵지 안 변하는게 어려운가? 나는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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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변했나? 아니다. 엄청 변했다. 거울을 보면 웬 추악한 중늙은이가 거울 속에서 나를 노려본다. 어우, 놀래라.


점점 시들어가는 외모와는 달리 내 내면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별로 안 변하는 것 같다. 여전히 허무맹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와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흉칙한 중늙은이의 몸 안에 아직 옛날 산동네 골목길을 누비던 그 시절의 개구쟁이가 들어 있다. 그런데 나의 이 내면도 변하기 시작한 것 같다.


몇 년 전에 아내와 같이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아내는 대성통곡을 했고 나도 끄응끄응 강아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엉엉.. 킥킥.. 자기 울어. 엉엉.. 킥킥'


아내는 나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


영상물을 보면서 우는 건 나답지 않은 짓이다. 그런데 이런 나답지 않은 짓이 요즘 자주 일어난다.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를 보면 너무 눈물이 나서 도대체 주체를 못 하겠다. 아내는 내가 눈시울을 적시는 낌새만 보일라 치면 얼레리 꼴레리 놀린다. 자꾸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보자는 아내의 요구를 피하는 이유다.


아내와 나는 갱년기에 들어섰다. 나는 남성 호르몬 -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 - 에스트로겐이 늘어나는 시기다. 쉽게 말해 점점 여성화된다. 드라마 속의 슬픈 장면을 보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이유다. 물론 아내에겐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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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변하지 않고 개꿀을 빨아 왔다. 이제 편했던 시기는 지났다. 나는 이제 변하지 않기 위해 개고생을 하며 노력해야 하는 시기다.


내가 젊을 때는 우주에서 전투가 한창 벌어지는 가운데 여자 아이돌이 콘서트를 여는 황당한 애니메이션도 보고 즐겼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 한 곡이 외계인을 홀려 우리편으로 만드는 막강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연가조차 강력한 무기가 되는데 광선검이 우주전쟁에 쓰이는 게 뭐가 문제냐. 그러니 제다이의 광선검 결투를 재미없어 하면 안된다. 제다이의 세계에 다시 재미를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 변하지 않는다. 그래야 꼰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야 철들지 않는다. 그래야 아내가 나를 계속 좋아한다. 그래야 버림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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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을 통해 내 변화를 감지해 나가면서도 아내와 나의 일상은 예전과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 여전히 서로 대화하며 시시덕거리고 농담을 주고 받고 장난을 걸고 사랑을 속삭인다. 연애 때도 그랬고 신혼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일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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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씩 린 민메이의 아이, 오보에테이마스카? Do you remember love? 를 들어야지. 소녀가 부르는 사랑노래가 외계인을 물리치는 최종병기라는 걸 받아들이고 견뎌낼 수 있다면 제다이의 광선검 칼싸움도 다시 재밌어질게 틀림없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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