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 트럭 운전석에 진입하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보통 북미에서 운영되는 세미트럭은 두 세 개의 가파른 계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세미트럭 운전석에 앉으면 놀라는게, 무척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승용차보다 무척 시야가 멉니다. 이건 장점이죠. 그런데 단점도 있습니다. 트럭커들이 곧잘 트럭을 오르내리다가 추락합니다. 이 때문에 팔이 부러지거나 부상을 당해서 몇 개월간 쉬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3-Point contact 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두 팔과 두 다리 중 세 군데는 항상 트럭이나 지상과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위에 첨부한 그림을 보시면 됩니다. 그냥 직관적이죠.
하지만 이 직관적인 것을 곧잘 까먹고는 사고를 당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트럭을 나오다가 한번 대차게 떨어졌고, 며칠 전엔 트레일러에서 등짝부터 추락하여 고생 중입니다.
예전에 와이오밍 Port of entry weigh station 을 지날 때였습니다. 램프가 불이 켜지며 저에게 모든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저는 트럭을 파킹한 후 궁시렁거리며 퍼밋북과 bill of lading 과 면허증을 챙겨 내려가려 했습니다. 양 손은 이런 것들로 꽉 차 있었죠. 그런데 첫 계단을 딛자마자 주르륵 미끄러지며 추락했습니다. 엉덩이부터 쿵 착지했습니다만 다행스럽게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제가 오리궁뎅이 입니다. 제 둔부의 두터운 지방층 덕을 좀 봤습니다. 그저 누가 봤을까 봐 쪽팔린 생각만 하면서 서류를 한 손에 안고 엉덩이를 털며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또 한 번은 며칠 전 있었던 일입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캘리포니아에 들어오니 계절은 다시 여름이 되었고요, 후덥지근해졌습니다. 가져온 짐은 잭인 더 박스 프렌치 프라이였고요, 영하 23°c 이하로 냉동된 제품입니다. 시큐리티 가드가 입구에서 씰을 제거한 후 트레일러문을 연 다음에 한참 떨어진 도어로 가라고 하더군요. 트레일 문을 열고 도어로 접근하니 트레일러 뒤쪽에서 냉각된 냉기가 허연 김이 되어 풀풀 날아오르는게 보였습니다.
도어 근처에 바짝 댄 다음에 스트랩을 제거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려는 순간, 캘리포니아의 다습한 습기가 차가운 트레일러 바닥에 얼어붙어 빙판이 되어 있었고, 저는 거기서 대차게 미끄러지며 트레일러 바깥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등짝부터 쿵 떨어졌고 머리도 꽝 부딪쳤으며 왼쪽 팔꿈치를 대차게 찍었죠. 제 도어 양쪽 옆으로는 이미 트럭이 도어에 도킹되어 있었고 저는 제 트레일러와 도어 사이 좁은 틈에서 혼자 넘어졌으므로 아무도 못 봤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던 냥 나머지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간 끙끙 앓았고요, 아직도 완전한 상태가 아닙니다. 엄청나게 아팠던 엉치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아직 왼쪽 팔꿈치는 피떡이 앉아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무척 아픕니다.
안전이 제일입니다. 제 경우를 반면교사 삼으셔서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계속)
지난글 목차
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_19.html
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2_23.html
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3_30.html
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4-feat.html
5) 학원 수강과 실기 시험 시 유의 사항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5.html
6) 트럭커가 트럭을 운전하면 큰일난다 (Class 5 운전자 필독)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6-class-5.html
7) 트럭커는 무슨 일을 하는걸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7.html
8)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1 Introduction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8-part-1.html
9)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2 First Week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9-part-2-first-week.html
10)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3 HOS Rule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0-part-3-hos-rule.html
11)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4 Tax Return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1-part-4-tax-return.html
12)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5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2-part-5.html
13) 트럭커가 되기 위한 가장 힘든 시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3.html
14) 팀 드라이빙의 세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4.html
15) 무게를 재 보자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5.html
16) 강추위 속에서 트럭과 함께 살아남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6.html
17) 트럭을 운전하며 등산하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7.html
18) 로드킬과 범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8.html
19) 봄의 불청객 - 해빙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3/19.html
20) 고기 검사와 코로나가 앗아간 것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3/20.html
21) 트럭커의 살림살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5/21.html
22) 갈 수 없는 길과 트럭커의 GPS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22-gps.html
23) 추락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