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지급받은 사무용품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게 두 가지입니다. 슬리퍼와 재떨이. 지금은 아마 절대 이런거 안주겠죠.
여튼, 첫 직장생활 때만 해도 남자라면 흡연자가 일반적이었고 오히려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들이 좀 이상했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피웠습니다. 기차나 고속버스에서도 피웠습니다. 팔걸이나 앞좌석 뒷면에 재떨이가 있었거든요. 지하철 역의 양 끝에는 흡연자들을 위한 재떨이가 있었습죠. 일본을 오고가는 비행기 뒷좌석 부분은 흡연석이었습니다. 짧은 두 시간의 비행이었습니다만 기내식이 나왔고 식사 후에 모두 담배 한 모금씩 하면 기내 뒷좌석이 뿌연 담배연기로 장관이었죠.
저도 헤비스모커였습니다. 남들보다 좀 더 독한 담배를 피웠었죠. 아시다시피 세상은 갑자기 담배와 적대적이 되어 갔습니다. 가장 먼저 제게 영향을 준 것은 비행기였습니다. 기내 전면 금연이 된 후 열 몇 시간 동안 강제 금연 후 뉴욕에서 핑 비틀거리며 피우던 담배가 어찌나 그리 맛있던지요...
젊은 시절 저의 하루는 기상하자마자 이불속에서 한까치 피우면서 시작했습니다. 머리맡엔 항상 재떨이가 있었어요. 하루의 마지막은 그날의 마지막 꽁초를 머리맡 재떨이에 눌러 끄면서 끝났습니다.
결혼 후에도 이런 생활은 지속되었는데요, 물론 그리 길진 않았습니다. 아내가 정말로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싫어하는건 되도록 말하지 않을라고 했는데, 정말 미안해, 내가 도저히 못견디겠어. 제발 방에서는 담배 안피면 안돼?'
이제 재떨이는 화장실로 퇴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을 하고 담배를 끊으라는 은근한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자기 담배 끊으면 좋겠다.'
'어, 아기 낳으면 안필게.'
공수표였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도 저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애들과 같이 놀이공원에 간 사진을 봤는데 아이들과 놀고 있으면서도 저는 담배를 물고 있네요. 참 나쁜 아빠이자 남편입니다.
아내의 영향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하며 갑자기 담배가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박 산행을 하면서 무게를 1그램이라도 줄이려고 고민고민 하던 때입니다. 장기 산행에 갑자기 2~3일간 피워야할 담배를 챙긴다는게 구차하게 느껴진거죠. 거기다가 어떤 전문 산꾼이 말하길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만큼 체력을 길러라. 같은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다." 라는 겁니다. 명언이죠. 담배를 끊으면 가벼워지고 게다가 체력도 늘겠는데?
그래서 심각하게 담배를 피우며 금연해볼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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