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좀 흥분도 하고 꼰대짓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글만큼은 나홀로 즐겁자고 쓰는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읽어 줬으면 좋겠다. 이 글은 되도록이면 세이노의 글쓰기 스타일을 흉내낼 것이다. 글 속에 욕설이 난무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시리즈를 처음 쓸 때는 미처 몰랐는데 이 책이 한국에서 부동의 베스트셀러란다. 인터넷에선 이 책에 대해서 온통 찬양 일색이다. 모두 세이노처럼 살아서 부자가 되고자 한다. 마침내 어떤 경제지 기자가 세이노를 가리켜 이 시대의 스승? 이 시대의 어르신? 으로 찬양하는 기사까지 봤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나는 이 책을 희대의 악서로 본다. 이 책은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 사회 공동체,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그 근본에서부터 파괴시키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책을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네가 가난한 이유는 오로지 너의 게으름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 일을 하라. 가족과 친구를 버리고 연애를 하지 말고 일과 공부만 해야 부자가 된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자본가, 기득권자, 부자가 가장 좋아할 것들이다. 만약 내가 직원 1,000명을 거느린 회사의 사장이라면 이 책 2,000권을 사서 직원 1인당 두 권씩 나눠 줄 것이다. 왜 두 권이냐고? 직원의 배우자나 연인도 읽혀야 하거든. 아니면 이혼 당하거나 헤어지게 되니까!
세이노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주 5일제 노동은 개나 줘버려야 한다. 하고있는 일에 귀신이 되기 위해서 오직 일만 해야 한다. 또 집에서는 밤세워 경제와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한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다. 이런 걸 버텨낼 배우자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세이노의 가르침에는 부자가 되기 위한 남편을 내조하는 내용도 있다. 간단하다. 남편이나 애인과의 알콩달콩은 포기하고 오로지 일과 공부만 할 수 있게 하라. 그러니 직원 1인당 두 권의 책이 필요하지.
직원들이 이 책의 내용을 반에 반만 따라 해도 나는 더더욱 부자가 되고 사업은 번창하게 된다. 아주 그냥 이 책이 사랑스럽고 세이노가 너무 고마울 것이다. 직원들이 월급 인상을 요구하면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 라는 세이노의 경구를 들려줄 것이다. 직원들이 일이 많다고 불평하면 ‘가난한 자들은 돈 받는 것 이상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라는 가르침을 일깨워 줄 것이다. 직원들이 시키는 일을 부당하다며 하려고 하지 않으면 ‘가난뱅이들은 아무 일이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라고 쓰여진 부분을 그들의 코앞에 들이밀 것이다. 상상만 해도 아주 신난다.
내가 만약 태생적 기득권층의 일원이라면 자수성가한 졸부 세이노를 우리 이너서클에 끼워 줄 것을 고려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우리가 차마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는 얘기를, 아랫것들이 가져 줘야 할 마음가짐을, 세이노는 그렇게 따박따박 꾹꾹 눌러 넣어 책을 써 낼 수가 있지? 아주 귀여워 죽겠다. 아차, 세이노도 자기 정체를 밝힌 바가 없구나. 이놈도 결국 익명속에 숨어서 이 책을 쓴거잖아. 이거 비겁한 새끼네! 여하튼간에 아랫것들을 봐라. 이 책이 아주 좋단다. 맙소사, 베스트셀러가 됐다. 다들 따라 하려고 난리다. 아버지가 민중들은 개돼지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역시 그 말이 진리였다.
아 씨바, 너무 흥분해서 말이 중구난방으로 나온다. 완전 아무말 대잔치다. 딱 하나로만 포커스를 맞추자. 이 책에서 개인을 파괴하는 큰 요소중 하나인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부분에만 집중하자.
더 이상 함무라비 법전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현대 법체계는 ‘사적제재’ 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가 나를 때렸다고 나도 그 사람을 때리면 범죄라는 거다. 그냥 경찰에 신고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국가의 사법 체계가 나를 대신해서 좀 더 고상한 방법으로 그를 때려 줄 것이다.
먼저 이 시리즈의 2편 ‘쌍욕을 해라!’ 후반부를 읽어 보시길 권한다.
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2.html
이건 보통의 욕 수준을 넘었다. 명백한 언어 폭력이다. 언어 폭력 또한 신체적인 폭력과 마찬가지로 범죄다.
실제로 세이노는 이렇게 욕을 하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범죄자 새끼다. 이자는 검사가 ‘합의 안 하실 거요?’ 라는 말도 생까고 벌금형을 받아 전과자가 됐다. 그리고 책에서는 밝힐 수 없는 내용으로 자기를 신고한 사람, 즉 언어 폭력 피해자에게 더더욱 큰 복수를 해줬다고 책에서 자랑하고 있다. 마치 중학교 시절 만났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이트 삐끼를 하며 건달 생활을 하던 친구 형이, 17대 1로 싸워서 이겼다는 허풍을 듣고 있는 것 같다. 크크, 그래 봤자 범죄자 새끼.
내가 이 욕쟁이 깡패새끼보다 훨씬 더 큰 가르침을 주겠다. 받아 적어라.
‘개새끼를 보면 피하라. 개새끼를 상대하면 너도 똑같이 개새끼가 된다. 그 개새끼가 공공의 이익을 반하는 정도가 심하다면 조용히 경찰을 불러라. 사적제재를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거다.’
이 범죄자 놈은 욕하다가 두들겨 맞았을 때 합의금을 받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 있다. 꿈 깨라! 이런 경우 보통은 쌍방과실이 된다. 네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도 사건이 경찰로 가는 순간 대부분 쌍방폭행이 되고 만다. 그래서 너는 단 한 대 때려 보지도 못하고 폭력 전과가 생긴다. 도저히 남는 장사가 아니다.
대부분 회사의 입사 요강에는 응시자격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라는 항목이 있다. 이 말은 다른 말로 ‘전과가 없는 자’ 와 같다. 자 당신이 언어 폭력이든 신체 폭력이든 세이노의 가르침을 따르다가 전과자가 됐다고 치자. 이제 취업할 때 응시자격에 위 항목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면 너는 거짓말을 한게 된다.
미국에 관광이나 단기 출장을 가려면 ESTA 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엔 ‘범죄 활동에 관련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다. 만약 당신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여기에 YES 를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당신의 ESTA는 통과되지 못한다. 즉 미국에 남들처럼 쉽게 못 간다는 말이다.
물론 간단한 벌금형이니 당신은 여기에 NO 를 체크할 수도 있다. 자 이제부터 당신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새끼가 된다. 당신은 미국 정부에 거짓말을 하고 놀러 갈 수도 있고 짧은 출장을 갈 수도 있다.
당신은 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어느 날 회사는 당신에게 미국 지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라고 명령했다. 당신에게 출세의 길이 열렸다.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정식 비자가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비자 신청 서류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게 있다. 영어로는 보통 Police Report 라고 하고 한국어로는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라고 한다. 여기엔 당신의 전과 기록이 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범죄자 새끼가 입국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당신의 비자는 거절된다. 또한 너는 회사에서도 쫓겨날거다. 너는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가 아니라서 애초에 응시자격도 안 되던 놈이였거든. 더불어서 미국 정부에게 과거 너의 ESTA 거짓 진술이 발각됐다. 넌 이제 평생 미국땅을 밟을 수 없다.
당신이 외국과 관련이 된다면 이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는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고자 할 때, 유학을 가고자 할 때, 해외 취업을 하고자 할 때, 외국 지사에 파견될 때, 영주권을 얻고자 할 때 항상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를 실효된 형 포함하여 제출해야 한다. 즉 이 기록은 당신을 평생 쫓아다닌다. 당연히 외국 정부는 전과자인 너에게 비자 발급을 거절한다. 왜냐하면 너는 그 나라 국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잠재적 범죄자 새끼거든.
내 말을 믿어라. 나는 젊을 때 내가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민 서류를 준비하다가 이것저것 귀동냥을 해 보니 이 ‘범죄수사경력 회보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걸 알았다. 한국 사람들은 우습게 생각하는 음주운전 전과 때문에 이민을 못 가는 경우도 많다. 폭력 전과는 음주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범죄다. 지금 젊다고 이 기록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당신도 어느 날 나처럼 나이 마흔이 넘어서 갑자기 이민을 가야만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젊은 날의 치기로 괜히 세이노를 따라 하다가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어느 날 그게 당신 인생의 큰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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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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