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크게 생활용과 레저용으로 나눌 수 있다.
레저용 자전거는 순전히 자전거를 타는게 목적이다. mtb로 라이딩을 하거나 산을 탄다. 혹은 로드 바이크를 타고 포장 도로에서 속도를 즐길 수도 있다.
생활 자전거는 말 그대로 생활속의 자전거 라이딩을 뜻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도 하고 쇼핑을 가기도 하고 식당을 가기도 한다.
나의 자전거 생활은 생활 자전거에 가깝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마실을 다니다가 커피숍이나 식당에 들어가기도 한다. 주로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장소도 낯선 곳에 묶어 놨을 때의 일이다.
내가 좀 비싼 MTB를 사고 라이딩을 시작했을 때부터 과거와 같이 생활에 밀착한 자전거 라이딩은 물건너 갔다. 도난이 두려워서 더 이상 아무 곳에나 묶어놓고 다닐 수가 없었다.
생활 자전거 중에서 미니벨로라는 분야가 있다. 20인치 이하의 타이어 크기를 가진 자전거다. 바퀴가 작은 대신 속도가 잘 안나지만 그 대신에 아주 가볍다.
보관하거나 차로 운반 할 때 미니벨로 자전거의 크기를 더 한층 줄이는 방법이 있다. 프레임과 핸들을 접어 버리는 것이다. 폴딩 바이크라고 한다. 이 분야의 선구자 중에 하나가 미국의 다혼이라는 회사다. 다혼 자전거는 한국에도 진출했는데 저가형이 한 70만 원 정도 했었다. 여튼 폴딩자전거계의 명품 중 하나로 간주된다.
한국의 대표적 자전거 회사 중에 삼천리자전거가 있다. 주로 짐 자전거와 생활형 자전거를 만든다. 삼천리자전거가 레저용 자전거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첼로 스포츠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마치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를 표방하는 제네시스를 만든 것과 같다. 첼로 스포츠에서 블랙캣이라는 MTB 시리즈를 판매했다.
어느날 첼로 스포츠에서 블랙캣 콤팩트라는 폴딩 미니벨로를 발표했다. 자전거 꾼들에게 블랙캣 콤팩트가 화제가 됐다. 왜냐하면 프레임이 다혼의 기본형 중에 하나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장착된 부품들이 다혼의 중급기에 적용된 것과 똑같았다. 그런데 가격은 다혼 저가형의 반값도 안됐다. 다혼이 첼로 바이크에게 OEM 생산하여 납품한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저기 자전거 동호회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등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공동구매에 참여했다. 엉겁결에 미니벨로를 타 보게 되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미니벨로를 타 보고 감탄했다. 안정성은 약간 떨어졌지만 속도와 등판능력이 탁월했다. 약간 무리를 하면 MTB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약간 더 힘은 들었지만 MTB가 올라갈 수 있는 곳은 미니벨로로도 올라갈 수 있었다. 한가한 시간대에는 이걸 접어서 지하철을 탈 수도 있었다. 접은채로 카페나 술집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나는 미니벨로의 팬이 되었다.
그 미니벨로는 캐나다까지 가져왔는데 결국은 도난 당했다. 가장 아까운 자전거 도난 사건 중 하나이다.
최근 두 대의 접이식 미니벨로를 샀다. 이 자전거 시리즈의 첫 글이 바로 그 내용이다. 이것들은 블랙캣 콤팩트와 비교했을 때 주행 성능이나 등판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약간 실망스럽다. 하지만 역시 다혼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트럭 운전을 했더니 다리 근육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옛날만큼 등산을 즐길 수도 없다. 예전처럼 자전거로 속도를 내거나 오르막을 오를 힘도 없어졌다. 서글픈 일이지만 받아들여야지 뭐!
다음 자전거로는 브롬톤을 사고 싶다. 영국에서 개발된 유서깊은 접이식 미니벨로다. 이거는 접어서 끌고 다닐 수도 있고 쇼핑을 할 수도 있고 비행기에 실을 수도 있다. 접으면 좀 큰 슈트케이스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눈여겨 보고 있는 모델이 현재 대략 3,000불 정도 한다. 은퇴하면 두 대를 사서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를 여행 다니고 싶다. 아직 까마득히 남은 날이지만 시간이 점점 빨리 감을 느끼고 있으니 조만간 그 날도 갑자기 다가 오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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