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회사가 있습니다. 첫 번째 회사는 직원이 100명 정도 이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일을 하고 성과를 고루 나누며 직원 모두가 풍족하고 행복한 회사입니다. 두 번째 회사는 직원이 1000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 경영진의 정한 방침에 의해 빡빡한 일정 속에 고되게 일을 하여야 하며 박봉과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회사 직원 규모와 이익율은 첫 번째 회사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으신가요? 저는 단연코 첫 번째 회사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두 번째 회사가 월등하게 성공적인 회사입니다. 직원의 행복은 경제학에서 다루는 부분이 아닙니다. 회사의 성공은 매출과 창출된 이익으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투자자라면 두 번째 회사에 투자하여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19만년간 채집-수렵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대략 일만년을 전후하여 인류는 농업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이 때 인류가 첫 번째 회사와 같은 생활에서 두 번째 회사 형태의 생활형태로 변하였다고 합니다. 사피엔스 전체적으로 함정에 걸려버렸다고 표현합니다.
영양학적으로 수렵-채집 생활이 호모 사피엔스에게 훨씬 훌륭하였다고 합니다. 야생 과일이나 곡물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을 얻고 곤충이나 사냥감등을 통해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업을 시작하면서 인류의 음식은 지극히 한정되었습니다. 쌀이나 밀을 주식으로 하면서 필수 영양분의 결핍을 가져오게 됩니다.
안정적인 면에서도 인류는 취약해집니다. 만약 주로 먹던 야생 과일이나 곡물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 채집이 부족해지면 다른 대체제를 찾기가 쉽습니다. 사냥을 더 하거나 혹은 개구리를 잡아먹으면 되죠. 아니면 아예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면 됩니다. 농업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주기적인 기근을 겪게 됩니다. 홍수나 가뭄은 지금까지도 인류가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이며 이것들은 농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냥감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던 인류는 농업을 위해서 정착생활을 하면서 그 전엔 없었던 전염병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고학적인 발굴에 의하면 수렵-채취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 골격은 농경시대의 그들에 비해 훨씬 크고 건장합니다. 인류는 일만년 전에 농업을 시작하면서 실제로 몸집이 많이 작아졌습니다. 영양실조와 기근은 농업혁명과 동시에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했습니다. 겨우 최근의 산업혁명 이후로 다시 원시 수렵-채집 시대의 몸집을 회복하였다는군요.
결정적으로, 수렵-채집 생활에 비해서 농업 생활의 큰 단점은 노동시간입니다. 예전에 수 십명 단위의 호모 사피엔스 무리가 맘모스나 버펄로 몇마리를 잡으면 며칠간 그 고기를 먹으며 그냥 놀면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끝없는 노동을 강요합니다. 끊임없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수확하여야 하며 이런 노동은 사피엔스의 신체구조에 적합한 것도 아닙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밀과 쌀을 얻기 위해 뙤약볕 속에서 주룩주룩 땀흘리며 불안한 수확, 그것도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수확을 위해 매일매일 일해야 하는 저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농업혁명을 통해 이득을 본 것은 누굴까요? 바로 우리의 유전자 입니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생활을 영위하는 소수의 개체보다 영양실조 걸리고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많은 수의 개체가 DNA의 관점에선 성공적인 것입니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회사가 있듯이 후손을 꾸준하게, 많이 퍼뜨리는 것이 유전자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농업혁명은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대성공입니다.
농사를 위해서는 경작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인간의 정착을 의미합니다. 마을이 형성됩니다. 이제 인간은 떠돌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이동 생활을 하기 위해선 여성의 출산이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린 사피엔스는 자립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착생활 중엔 출산 횟수가 제한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거의 매 년 출산이 가능합니다. 신생아들은 겨우 일 년 만에 모유 수유를 자신의 동생에게 빼앗기는게 일반적이 됩니다. 모체로부터 충분한 항체를 제공받지 못한 어린것들은 전염병에 취약해집니다. 그리고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빠집니다. 비록 1/3 혹은 1/4의 신생아가 죽어나갑니다만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사피엔스는 늘어나는 가족을 먹이기 위해 더더욱 많은 논밭을 만들고 더더욱 노동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개개인의 사피엔스는 불행해 졌습니다. 그러나 유전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인류는 덫에 빠졌습니다.
드디어 제가 왜 이렇게 게으른지 알았습니다. 저는 저 옛날 멀리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행복한 사피엔스였던 것입니다. 만약 일만년 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처음 농사를 시작한 그녀석을 찾아내서 흠씬 패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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