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차도 적응하지 못했고 황열병 예방주사 후유증으로 으슬으슬 몸살을 앓고있는 와중에 내일 드디어 북미대륙 로드트립을 떠나기 직전입니다.
삼개월여간 네팔, 인도, 태국, 라오스, 일본 그리고 한국을 여행했습니다. 그 중에서 한달간 인도에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달이라는 시간은 인도를 진짜로 경험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인도는 뭐랄까, 꼭 지구에 있는 나라가 아닌것 같았어요.
인도사람들은 참 특이합니다. 공무원에서부터 릭샤꾼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속이려 하더라고요. 지나가는 행인들까지도 이런 사기 행각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아주 짜증났지만 나중엔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여행 종반에는 이젠 여유있게 그들의 귀여운 사기행각을 즐기게까지 되더라고요. 물론 각자 다른 열 개의 손가락이 있듯이 모든 인도인이 그런것만은 아니고요(정확히 그들이 해준 얘기입니다. 그것도 여러 인도인에게 여러번 들은 얘기죠) 유쾌하고 좋은 인도인도 많이 만났습니다.
인도는 참 불결해요. 진짜 더러워요. 상상을 초월하게 더럽습니다. 인도인도 더럽고 인도소도 더럽고 인도개도 더럽고 인도원숭이도 더러워요. 하지만 물갈이를 몇 번 하고 이런 더러움에 익숙해지면, 아니 자포자기 해버리면 더러움 조차도 포용해 버리는 인도만의 매력이 다가옵니다. 여기저기 오물이 묻은 거대한 소들과 골목을 나란히 하며 걸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 파리쫓는 소꼬리에 맞아가면서, 길바닥의 소똥과 개똥 사이를 조심히 디디면서요.
이런식으로 쓰면 끝이 없겠네요. 요약하면 제가 경험한 인도의 매력은 긍정적인것과 부정적인걸 포괄하는 인도인들의 행태, 여러 볼거리들, 기막힌 사회 인프라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마치 다른 별에 온듯한 불결함 등입니다. 이 중에서 여기선 볼거리만 잠깐 말하고자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힌두교도입니다만 역사적으로 많은 종교들이 인도에서 흥망성쇠를 이뤘습니다. 불교와 자이나교가 힌두교로부터 파생되었고 회교도가 오랫동안 인도를 지배했으며 힌두교와 회교가 믹스되어 시크교가 생기고 근대에는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 천주교와 개신교가 전래되기도 했죠. 그래서 인도의 유적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뉴델리의 꾸뜹미나르, 후마윤의 묘, 아그라의 타지마할, 아그라 포트, 파테푸르 시크리 등등은 회교도 유적입니다.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 하죠.
뉴델리의 그루두와라 방글라 사힙은 시크교도 사원인데요, 거기서 나눠주는 터번 대신의 머리가리개를 쓰고 맨말로 돌아다니는것도 참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우랑가바드의 아잔타 석굴은 석굴암보다 훨씬 규모가 큰 석굴이 20여개가 사람의 기를 빨아들입니다. 고대 불교 예술품들이 질, 규모, 양에서 사람을 압도하는데 나중엔 지치더라고요. 그리고 그 다음날 간 엘로라 석굴에선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짬뽕이 되어서 관광객을 몰아붙이는데, 와~ 정말 입을 다물수가 없더군요. 저는 타지마할 보다는 엘로라 석굴, 특히 16번 힌두교 석굴 사원에서 100배 이상의 충격을 겪었습니다. 제가 어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그저 고대 인도인들이 막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런 여러 유적중에서 저는 특히 힌두교 사원들이 좋았습니다. 4억명 이상의 신이 있다는 힌두교 답게 갖가지 형상의 신이나 신화들을 내외부에 조각한 힌두교 사원은 미치 미로의 비너스급 예술품들을 재료로 삼아서 건물을 세운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고 때로는 코믹하고 때론 에로틱한 조각들로 둘러쌓인 힌두교 사원에 서면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겠더군요. 델리의 스와미나라얀 악샤르담, 카주라호의 사원군, 마말라뿌람의 해변 사원 들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인도 여행이었는데요, 일정때문에 30일만에 인도를 떠날 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돌아오게 되리라는 걸요. 다음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말이죠.
여행을 좋아하시는분께 정말 추천드립니다. 인도, 믿을수 없을 만큼 좋은 여행지입니다.
201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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