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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석열이 등장했다




돌발영상 : 노무현은 국민을 두려워했다.


한국 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은 2024년 현재 노무현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나는 한국에서 투표 승률이 아주 낮다. 영에 근접한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내가 찍어서 된 사람이 없다. 그 유일한 예외가 노무현이다. 그래서 노무현은 나의 대통령이다.


노무현과 나는 정치 성향이 다르다. 나는 좌측에 치우쳐 있고 노무현은 정통 우파다. 따라서 노무현은 내 표를 받을 자격이 없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인간적으로 반했다. 그래서 표를 줬다.


고졸 출신으로 사법고시 합격 후 부산 지역에서 인권 및 노동 변호사 생활을 했다.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변호사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문재인과 함께 안기부의 요주의 인물로 관리되었다. 노무현을 감시하던 안기부 요원은 오히려 그에게 민주화 교육을 받고 감화되어 친구가 되었다. 그의 마성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안 사건으로 고문 받고 기소된 대학생들을 변호하다가 그들의 겁에 질린 눈빛을 보고 인권 운동에 투신했단다. 참으로 다정다감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김영삼을 정치적인 아버지로 하고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김영삼이 3당 야합을 했을 때 “이의 있습니다” 를 외치며 반대했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꼬마 민주당으로 들어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 시작했다. “바보 노무현” 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정치인들 중 최초로 팬클럽이 생겼다.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 중 인기가 없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를 무시했다. 좌파는 그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돈다고 비난했다. 우파는 고졸 출신의 빽 없고 계파 없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지금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핵까지 당했다. 야당은 물론 과거 동지들도 탄핵에 찬성했다. 막상 인기는 없었지만 탄핵을 당하자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탄핵 반대 시위를 했다. 나도 아이들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의 탄핵을 반대한 민심은, 대통령으로서의 인기는 없었지만 인간적으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나도 그를 도저히 싫어할 수 없다. 양탄자에 오줌을 싸고 의자 다리를 다 갉아 버리며 말썽을 부리지만, 집에 오면 내가 좋다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랑스런 애완견 같다. 이거 참 비유가 이상하다. 그러니까 노무현은 국민을 너무나 사랑했다. 그래서 그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들지만 국민을 사랑하는 그를 차마 싫어할 수 없었다.


그의 재임 중 사진을 보면 그는 다른 국가 원수에게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개 국민에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이 너무나 많다. 그를 경비하던 의무경찰이 제대할 때, 새파란 젊은이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 가까이 카메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멀리서 그런 장면이 찍혔다. 기자가 있건 없건, 카메라가 돌고 말건, 그는 진실로 모든 국민을 존중했다.


그는 모두에게 예의를 지켰다. 그의 가신 중 한 명인 유시민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누구에게도 절대 하대를 하지 않았다. 시민은 물론 일개 말단 공무원에게도 존중을 보였다는거다.


검찰 개혁을 위해 평검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개혁이 가능하리라 봤다. 하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마치 초기 공산주의자들이 교육과 계몽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다스릴 수 있으리라 착각했던 모습을 재방송으로 보는 듯 했다. 퇴임 후 이명박 정권의 사냥개로 돌아간 검사 권력에 쫓기다가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대통령 재직 시 노무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쎈 존재였다. 왜냐하면 그는 강력한 두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이다. 보통 국가에는 두 개의 공인된 폭력 조직이 존재한다. 군대와 경찰이 그것이다. 행정부 수반 대통령이 이들의 우두머리다. 이 조직들은 오로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적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그 사용권을 그저 위임받았을 뿐이다. 노무현은 그 무게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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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시위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두분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조사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분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일 발생 않도록 한번 더 다짐하고 교육하겠습니다.


제 사과에 대해서는, 폭력시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 관계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전경으로 자식을 보낸 부모님 중에 이런 분들도 계실겁니다. 또 공권력도 사람이 행사하는 일이라,사람이 이성을 잃을수도 있는데,폭력시위를 주도하는 분들이 이같은 원인된 상황을 스스로 조성했는데도 경찰 책임만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러나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 공권력 행사가 남용될 경우 국민에게 미칠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합니다. 공권력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공권력의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하는 것입니다. 이점을 공직사회 모두에 다시한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시위가 없었다면 불행한 결과도 없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겠습니다. 정부도 이전과는 다른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다시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과 함께,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철저한 다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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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시위 진압 도중 두 명의 농민이 사망하자 그가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한 내용이다. 그의 공권력에 대한 철학을 알 수 있다.


https://youtube.com/shorts/t5RhFIZ3Tts?si=sOxPGUILZ6QjyB9K


그가 해병대에 방문하여 일반 사병들에게 즉흥 연설한 내용 중 일부다. 그는 “군대가 할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약속했다.


우리는 노무현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 자들을 알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그들이다. 그들은 군경을 동원하여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정권을 찬탈했다. 그들에게 군대와 경찰은 자신들의 불법적인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검경을 비롯한 정부 조직은 조직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렸고 시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목숨을 잃었다. 이 시절의 경험이 노무현에게 확고한 공권력에 대한 철학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이 등장했다.


그는 여러모로 노무현과 대척되는 인물이다. 평생을 검찰청에서 칼잡이 노릇을 하면서 지냈다. 반말 짓거리가 일상적이다. 대화와 타협이란 말은 그의 언어 사전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 국민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는 말로 밝혀졌다. 5년짜리 권력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은 쿠데타를 통해 영구 집권을 도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격도 없고 철학도 없는 그가 대통령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군대라는 막대한 권력이 그에게 주어졌고 그는 이를 사적인 용도에 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경찰과 군대를 지휘하여 국민이 선택한 또 다른 헌법 기관인 국회를 습격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말할 것도 없다. 포고문을 통해 국민과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를 빼앗았다. 영장 없이 국민의 체포를 공언 했다. 박정희 시즌 3, 전두환 시즌 2의 개막이었다.


그의 친위 쿠데타는 불발로 끝났다. 천운이다. 많은 사람이 죽고 상할 뻔했다.


비록 불발로 끝난 쿠데타이지만 윤석열이 전 국민에게 입힌 피해는 너무나 막심하다. 경제는 고꾸라졌고 내수는 침몰했으며 외환 환율은 솟구쳤다. 자부심 속에 훈련하던 707 특임대와 공수부대원들이 하루아침에 반란군이 돼 버렸다. 국민들은 군부독재 시절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윤석열과 그 일당이 국민을 배신한 바로 그 반국가세력이다.


주인을 문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반국가세력이 하루 빨리 처단되길 바란다.


김영삼이 깨부수고 윤석열이 다시 세우다

 

후대 사학자들은 박정희 쿠데타로 시작된 한국의 무신정권이 언제 끝났을 거로 정리할까?


조금 성급한 이들은 김영삼 정권을 말할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김대중 정권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김대중도 충청 지역 군벌 김종필과 손을 잡았다며 진정한 문민 정부는 노무현부터 시작했을 거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자칭 좌파 빨갱이인 나는 노무현 정부부터 진정한 문민 정부라고 주장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김영삼 정권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가 3당 합당이라는 야합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반 소시민으로 살아오면서 나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김영삼이 청와대에 앉아 있을 때 나는 과천의 빌라촌 3층에서 살고 있었다. 빌라촌 주변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했다. 그 당시 아내는 오늘 내일 하는 만삭이었던가? 젖먹이를 기르고 있었던가? 했었고 나 홀로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어느 날 지하 상수도관이 터져서 대규모 단수가 발생했다. 급히 복구 공사가 시작되어 중장비들이 내가 살고 있던 빌라의 옆 도로를 파헤쳤다. 물 공급을 위해 급수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는 급수차가 올 때마다 양동이로 물을 담아 빌라 3층까지 퍼날라야만 했다.


일요일이 되어도 공사는 계속되었고 어김없이 급수차가 도착했다. 아내 대신 내가 물을 몇 번 길어 올려 보니 젖먹이를 기르는 여자에게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법. 그저 빨리 상수도 공사가 끝나길 기다릴 뿐이었다.


며칠 후 퇴근하고 보니 파헤쳤던 부분을 포크레인이 다시 덮고 있었다. 공사가 끝났는가 보다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근처의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다.


“공사 끝났어요? 이제 물 나오나요?”


공사를 감독하던 공무원은 늦게까지 퇴근을 못하던 상황이 짜증 났는지 나를 힐끗 보고는,


“공사는 끝났는데 이 동네는 아직 멀었어요.”


라고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나는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몰라서 얼굴에 ‘??????’ 를 띄우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아 거시기, 저 아파트 단지 옥상 물통하고 아파트 변기통 물이 몽땅 다 찬 다음에 물길이 여기로 온다구요. 그게 며칠 걸릴지 몇 주 걸릴지는 나도 몰라요. 원 참!”


그가 짜증을 내며 해 준 말이었다. 그의 부하 직원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낄낄거렸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모뎀을 연결하여 PC 통신에 접속했다. 김영삼 정부는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며 청와대 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나는 건의함 이었나? 국민신문고인가? 하는 게시판에 접속해 글을 올리기 전 요구하는 정보, 이름과 주민 번호와 주소 같은 것, 을 입력한 다음 동네의 상황을 단조롭게 적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엔 “최소한 급수 재개 일정을 알아야 내 아내가 젖먹이와 함께 친정에 머물지 계속 이곳에서 기다릴지 결정할 수 있을 것 아니냐” 정도로 끝맺은 걸로 기억한다.


다음 날 일 때문에 늦게 퇴근했다. 이미 어두워진 후였는데 집에 도착하니 불을 환하게 밝히고 어제 덮었던 곳을 다시 파헤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 재공사 하는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집에 들어가 간단히 씻고 늦은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아내가 연 문 틈으로 어제의 그 공무원이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밤 늦게 죄송합니다만, 지금 물이 나오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주방에서 밥 먹던 나는 젓가락을 든 채 싱크대 수도를 틀었다. 수도꼭지는 푸쉬식 방귀를 뀌더니 곧이어 물을 콸콸 쏟아냈다.


“물 잘 나오죠? 식사하시는데 실례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어제와는 딴판으로 예의 바른 그의 뒤로 어제 그 옆에서 낄낄거리던 두 사람이 역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문을 닫고 나는 아직 입 안에 있는 음식을 우적거리면서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이게 뭔 상황인지 서로 의아해했다. 아무래도 내가 힘없는 공무원들에게 큰 갑질을 해 버린 모양이었다.


확실히 김영삼 정부부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에서 봉사하는 정부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그를 이어받은 전두환 군사 정부에 의해 나는 유사 병영 국가에서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교과서는 물론 정부 홍보물이나 관변 단체 영상물에는 항상 군관민이 협동하여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용이 많았다. 대충 김영삼 때부터 군관민이 민관군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현재는 민관군이 뭔가를 하자는 말을 안 한다. 명목상 군은 그저  외세의 침략에 대비할 뿐이고 관은 민을 위해 봉사할 뿐이다.


유년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다 보면 저녁 무렵 국기 하양식이 있었다. 갑자기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아침에 걸어 두었던 태극기를 내리는 것이다. 꼬맹이들은 공을 차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내려지는 국기를 바라보며 경례를 해야만 했다.


중학교 때부터 일본 제국군 비슷한 교복을 입고 걸핏하면 아침 조회를 했다. 태극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받았다. 교실에선 박정희가 썼다는 국민교육헌장인가 뭐시껭인가 하는 거를 암기해야 했다.


고등학교 때는 유사 군복인 교련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받았다. M1 개런드 소총 분해 결합을 배웠고 사격 예비 훈련을 했으며 총검술과 제식 훈련 및 수류탄 투척 연습을 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교련 수업을 명목으로 사상교육과 군사훈련이 계속됐다. 1학년 때는 일주간 문무대에 끌려가 사격, 막타워, 유격, 각개전투, 화생방 등 본격적인 군사 훈련을 받았다. 2학년 땐 또 일주일간 동부전선으로 끌려가 북쪽을 향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들으며 밤새도록 경계를 섰다.


극장에라도 갈라치면 영화 본편을 보기 전에 지루한 국정 홍보 영상을 봐야 했으며 애국가가 울려 나올 동안 기립해서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다.


박정희, 전두환 같은 근본 없는 잡것들은 이렇게 국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했다. 그리고 이 모든 촌스러운 작태는 행정부 수반을 국민이 직접 뽑으면서 사라져 갔다.


예전엔 국회의원 총선 후에 신문이나 방송에서 결과를 보도하면서 끝에는 “한편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군부의 반응은…” 라는 식으로 끝맺었다. 즉 전 국민이 선거 후에 군부의 눈치를 봤다는거다. 이 악습을 끊은게 나는 김영삼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삼은 삼당 합당을 하면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확실히 그는 그의 말을 지켰다. 전두환, 노태우의 쿠데타를 성공시킨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전격 숙청했으며 두 반란 수괴를 법정에 세워 투옥했다.


그리고 삼엄한 박정희 군사정권 치하에서 목숨을 건 민주화 운동을 한 그 답게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이제는 당연시되는 금융실명제, 지방자치제 등이 그의 작품이다. 권위주의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를 표방하는 단초가 됐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했으며 일본 정계에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 라며 패기 있는 일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삼의 유산은 그 당에 남지 못했다. 김영삼을 따라 들어간 추종자들은 모두 사라졌고, 현재 “국민의 힘” 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는 당은 그저 친일파를 조상으로 하는 이익 집단일 뿐이다.


그 집단에서 김영삼 이후로 등장한 후임들은 참으로 참혹하다.


기업가 출신 이명박은 알뜰살뜰 해 쳐먹다가 뇌물과 횡령으로 징역 17년을 받았다. 특사로 나온 지금 쥐 죽은 듯 살고 있다.


박정희의 후광을 등에 업은 박근혜는 일반 여염집 아낙의 아바타였음이 밝혀졌고 결국 탄핵됐다. 그리고 징역 20년을 받고 역시 감옥에 갇혔다. 현재 특사로 풀려 나와 칩거 중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검사 출신 윤석열. 선거 운동할 때 부터 전두환을 찬양했으며, 차지철, 전두환, 노태우를 숭배하는 고등학교 후배 출신 군장성들과 이른바 충암파라는 또 다른 하나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2024년 12월 3일 친위 쿠데타를 실행했다.


하루 빨리 전임 이명박과 박근혜처럼 감옥에 처박히길 바란다.


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24) APU

 


“트럭 시동은 절대 끄는게 아니야!”


처음 운전을 하면서 트레이닝을 받을 때 제 중국인 트레이너가 했던 말입니다. 실제로 그는 절대 트럭 시동을 끄지 않았습니다. 주유를 할 때 조차도 말이죠. 하지만 저는 석유 파동 세대입니다. 국민학교 때 아주 짧은 여름방학과 기나긴 겨울방학을 지내곤 했죠. 그래서 짐을 싣거나 내릴 때, 혹은 다음 짐을 한정 없이 기다리며 엔진을 끄지 않는게 좀 불편했습니다.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여름엔 바깥 날씨는 선선해도 햇빛이 내리쬐면 트럭 내부는 한증막처럼 덥습니다. 엔진을 돌리며 에어컨을 켜야만 하죠. 겨울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진을 끄자마자 곧바로 냉기가 스며듭니다. 그래서 통상 트럭커들은 엔진을 끄지 않습니다. 잠을 잘 때조차 말이죠.


사실 겨울엔, 트럭에 따라선, 벙커 히터라는 장치가 있기는 합니다. 배터리로 난방을 하는데요, 꽤 쾌적하게 잘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새벽녘에 배터리 저전압 경고음이 울리며 드라이버를 깨우고 꺼져 버린다는 겁니다. 오래 자지도 못하고 나와서 엔진을 다시 켜야 되죠. 최근 나온 Freightliner 모델에선, 배터리 전압이 떨어지면 스스로 시동이 걸리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더운 날에는 방법이 없죠. 에어컨을 쓰기 위해 엔진은 24시간 돌아갑니다.


세미트럭 아이들링은 1시간에 보통 1갤런의 연료를 씁니다. 약 3.8 리터가 그냥 태워지는 거죠. 더불어 벨트나 엔진오일 등의 소모품은 물론이고 엔진 자체의 내구성도 점점 열화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PU를 장착한 트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APU는 조그마한 디젤 엔진입니다. 트럭의 엔진이 정지했을 때 전원을 공급하고 냉난방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연료는 트럭의 연료와 공유합니다. 또한 냉각수도 트럭의 것을 가져와서 씁니다.


이것의 장점은 많습니다. 우선 연료 소모량이 커다란 트럭 엔진보다 엄청나게 적습니다. 그리고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트럭커는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지요. 엔진을 돌리지 않고서도 전자레인지라든가 커피 메이커를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또 아주 추운 겨울엔 APU가 냉각수를 미리 히팅해 주므로 부드러운 엔진 시동에 효과적입니다.


아주 더운 날엔 APU의 에어컨 성능이 턱없이 모자랄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네바다 주의 Mesquite 라는 시골 마을 트럭스탑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요, 이때 수은주가 섭씨 50도 이상까지 치솟았습니다. 트럭스탑의 아스팔트가 흐물흐물 녹아내릴 정도였습니다. APU의 에어컨으로는 도저히 트럭 내부의 열기가 사라지지 않더군요. 뭐, 가지고 다니던 12볼트 선풍기와 병행해서 여차여차 잘 넘겼습니다만…


물론 APU의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비싸고요, 쓸데없는 무게가 추가되고, 이것도 하나의 엔진이다 보니까 관리 요소가 늘어납니다. 더불어 APU의 트러블은 곧잘 트럭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예전에 Kenworth T680 새 트럭을 할당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주행거리 100마일도 안 되는 완전 새 트럭이었는데 이상하게 냉각수가 계속 줄어드는 것입니다. 하루 한 병 이상, 심할 땐 두 병 이상의 냉각수를 들이키는 트럭이었습니다. 매일 두세 번씩 후드를 열고 냉각수 체크를 하는게 아주 귀찮았죠. 어느 날 에드먼튼에서 짐을 내려 주는 동안 트럭을 체크하다가 드디어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메인 엔진의 냉각수 계통과 APU의 냉각수 파이프 연결 부분에서 붉은색의 액체, 즉 쿨런트가 똑 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약과입니다. 또 다른 트럭을 몰 땐, 한참 내리막을 내려가다가 같은 부위가 그야말로 파열해 버려서 급격히 냉각수 수위가 내려가 엔진 경고음이 울리며 급히 갓길에 세워야 될 때가 있었습니다. 회사 메카닉의 도움으로 엔진 후드를 열고 APU로 가는 냉각수 밸브를 잠근 다음에 다시 움직일 수 있었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주 장점이 많은 장치입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트럭들이 APU를 장착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너 오퍼레이터라든가 소규모 회사들이 APU를 구입하고 운영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휴게소나 트럭스탑에서 트럭을 파킹하고 잘 때, 제 양옆의 트럭이 APU를 장착하고 있다면 아주 운이 좋은 밤입니다. 비교적 조용히 잘 수 있거든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잠깐 깰 때마다 이쪽저쪽에서 들리는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를 들어야만 하죠.


부디 모두 형편이 좋아져서 APU는 그냥 부담 없이 달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삼체 10) 엘러건트 유니버스

 


캐나다로 이사할 때 한국 생활을 정리하며 오랜 기간 모아 놓은 살림살이들을 처분해야만 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입하여 붙이기 전에 우선 큰 가구나 살림 도구들을 집 밖에 빼 놨다. 그랬더니 못 보는 사이에 그 가재도구들이 점차 사라졌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주변 마을 사람들이 쓸만한 것을 골라 가져갔기 때문이다. 개꿀!


참으로 버리기 아까웠던 것은 책이었다. 그간 이사를 할 때마다 고집스럽게 많은 책들을 이고지고 다녔었다. 노끈으로 책뭉치들을 묶어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게 이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겁고 부피 큰 것을 캐나다까지 가져갈 수는 없었다. 중고책 장사 아저씨가 용달차를 끌고 와 책을 가져가면서 내게 푼돈을 지불했는데, 지금도 그 중고책 서점 사장의 땡잡았다는 표정이 생각난다.


내가 갑자기 이렇게 옛날 생각을 하는 것은, 그때 팔아 버렸던 책 한 권이 지금 아쉽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elegant universe 였으며 지은이는 이론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이다. 주로 끈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일반인을 위해 수식 없이 설명한 책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당시도 그 책을 잘 이해했다는 건 아니다. 그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자로다, 하면서 읽었고 걸핏하면 “이게 뭔 개소리야?” 를 내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끈 이론에 대해서 끄적거려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책이 현재 수중에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끝을 봐야겠지. 기억도 희미한 20년 전에 읽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무식한 얘기를 끄적거려 보자.


아, 20여 년 전에 끈 이론이 상당히 핫했다. 나 같은 무식쟁이도 여기저기서 들어 봤으며 위에 언급한 엘러건트 유니버스라는 끈 이론에 대한 책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이다. 하지만 현재는 짜게 식었다. 수식은 아름다운데 도대체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코미디 시트콤 중에 빅뱅 이론이라는게 있다. 거기 주인공 중 셸던이 끈이론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로 나온다. 그런데 일곱 번째 시즌 즈음, 즉 약 10년 정도가 흐른 다음에 극 중에서 끈 이론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는 장면이 있다. “내 청춘을 여기에 바쳤어. 그땐 이 수식들이 정말 우아하게 보였거든. 하지만 난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눈이 먼 시골뜨기일 뿐이였네.” 극중 셸던의 한탄이다.


끈 이론 연구자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방정식이 틀렸을 리가 없어!” 라고 하지만, 단지 수학일 뿐이다.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선 태양 둘레를 도는 수성 궤도 길이만큼의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단다. 현재 지구상 최대의 입자 가속기가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의 LHC 인데 이것의 둘레가 불과 27Km 짜리다.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은 주류 과학 이론으로 정립될 수 없다. 그래서 현재는 주류 물리학에서 소외됐다.


그런데 과거에 끈 이론이 각광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위 사진은 본 시리즈의 속초 앞바다에서 오줌을 쌌던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세상은 17개의 소립자로 이루어졌다. 입자 가속기를 통해 중성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깨부순 후 그 파편들을 연구해 얻어낸 결과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많지?


문제는 더 있다. 표준 모형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자연계의 4대 힘 중 세 개인 강력,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중력 어딨어?


그렇다. 표준 모형에서 아직 중력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이 따로따로 논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말년의 아인슈타인부터 시작해서 난다긴다 하는 물리학자들이 지금까지 뛰어들었지만 해결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돌연 끈 이론이 나타나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끈 이론에서는 세상 모든 물질이 작은 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끈의 진동 모양에 따라서 표준 모형의 여러 쿼크들, 일렉트론, 뉴트리노들, 보손들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은 17개의 소립자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끈으로 이루어졌고, 끈의 진동에 따라서 각 소립자의 성질이 나타난다고 한다. 오컴의 면도날에 부합하는 아주 우아한 설명 같기도 하다.


내가 엘러건트 유니버스 책을 현재 가지고 있지 못해서 더 이상 끄적거릴게 없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나는게 책에서 자주 나오는 아래 그림들이다.



끈 이론을 수학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10차원 혹은 11차원이 필요하다. 끈 이론은 이런 차원들이 아주 작은 소립자 크기 안에 얽혀져 있다고 주장한다. 너무 작기 때문에 인간은 도저히 볼 수 없는 차원인데 이런 믿을 수 없는 차원을 상정해야만 수식이 성립한다. 물론 실험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인간은 현재 끈 이론에 대해서 매력을 잃었지만 삼체의 세계관에서는 끈 이론이 진실이다. 삼체인들은 실제로 궤도를 도는 입자 가속기를 만들어 냈으며 소립자 내 숨겨진 차원을 3차원 공간에 풀어내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양성자 하나 속에 숨겨진 11차원을 3차원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거기에 전자 회로를 인쇄하여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원래의 양성자 크기로 돌려 보냈다. 이렇게 소폰이 만들어졌다. 즉 소폰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양성자 크기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것이다. 이것은 빛의 속도로 지구에 침입하여 지구인의 과학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차원이라는게 무엇인가.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9.html

10) 엘러건트 유니버스


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23) 추락주의

 

세미 트럭 운전석에 진입하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보통 북미에서 운영되는 세미트럭은 두 세 개의 가파른 계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세미트럭 운전석에 앉으면 놀라는게, 무척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승용차보다 무척 시야가 멉니다. 이건 장점이죠. 그런데 단점도 있습니다. 트럭커들이 곧잘 트럭을 오르내리다가 추락합니다. 이 때문에 팔이 부러지거나 부상을 당해서 몇 개월간 쉬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3-Point contact 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두 팔과 두 다리 중 세 군데는 항상 트럭이나 지상과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위에 첨부한 그림을 보시면 됩니다. 그냥 직관적이죠.


하지만 이 직관적인 것을 곧잘 까먹고는 사고를 당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트럭을 나오다가 한번 대차게 떨어졌고, 며칠 전엔 트레일러에서 등짝부터 추락하여 고생 중입니다.


예전에 와이오밍 Port of entry weigh station 을 지날 때였습니다. 램프가 불이 켜지며 저에게 모든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저는 트럭을 파킹한 후 궁시렁거리며 퍼밋북과 bill of lading 과 면허증을 챙겨 내려가려 했습니다. 양 손은 이런 것들로 꽉 차 있었죠. 그런데 첫 계단을 딛자마자 주르륵 미끄러지며 추락했습니다. 엉덩이부터 쿵 착지했습니다만 다행스럽게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제가 오리궁뎅이 입니다. 제 둔부의 두터운 지방층 덕을 좀 봤습니다. 그저 누가 봤을까 봐 쪽팔린 생각만 하면서 서류를 한 손에 안고 엉덩이를 털며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또 한 번은 며칠 전 있었던 일입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캘리포니아에 들어오니 계절은 다시 여름이 되었고요, 후덥지근해졌습니다. 가져온 짐은 잭인더박스 프렌치 프라이였고요, 영하 23°c 이하로 냉동된 제품입니다. 시큐리티 가드가 입구에서 씰을 제거한 후 트레일러문을 연 다음에 한참 떨어진 도어로 가라고 하더군요. 트레일 문을 열고 도어로 접근하니 트레일러 뒤쪽에서 냉각된 냉기가 허연 김이 되어 풀풀 날아오르는게 보였습니다.


도어 근처에 바짝 댄 다음에 스트랩을 제거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려는 순간, 캘리포니아의 다습한 습기가 차가운 트레일러 바닥에 얼어붙어 빙판이 되어 있었고, 저는 거기서 대차게 미끄러지며 트레일러 바깥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등짝부터 쿵 떨어졌고 머리도 꽝 부딪쳤으며 왼쪽 팔꿈치를 대차게 찍었죠. 제 도어 양쪽 옆으로는 이미 트럭이 도어에 도킹되어 있었고 저는 제 트레일러와 도어 사이 좁은 틈에서 혼자 넘어졌으므로 아무도 못 봤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던 냥 나머지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간 끙끙 앓았고요, 아직도 완전한 상태가 아닙니다. 엄청나게 아팠던 엉치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아직 왼쪽 팔꿈치는 피떡이 앉아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무척 아픕니다.


안전이 제일입니다. 제 경우를 반면교사 삼으셔서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계속)


지난글 목차


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_19.html

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2_23.html

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3_30.html

4) 어떤 트럭킹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Feat 착취의 구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4-feat.html

5) 학원 수강과 실기 시험 시 유의 사항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5.html

6) 트럭커가 트럭을 운전하면 큰일난다 (Class 5 운전자 필독)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6-class-5.html

7) 트럭커는 무슨 일을 하는걸까?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7.html

8)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1 Introduction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8-part-1.html

9)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2 First Week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9-part-2-first-week.html

10)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3 HOS Rule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0-part-3-hos-rule.html

11)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4 Tax Return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1-part-4-tax-return.html

12) 트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Part 5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2-part-5.html

13) 트럭커가 되기 위한 가장 힘든 시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1/13.html

14) 팀 드라이빙의 세계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4.html

15) 무게를 재 보자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5.html

16) 강추위 속에서 트럭과 함께 살아남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6.html

17) 트럭을 운전하며 등산하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2/17.html

18) 로드킬과 범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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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의 불청객 - 해빙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3/19.html

20) 고기 검사와 코로나가 앗아간 것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3/20.html

21) 트럭커의 살림살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5/21.html

22) 갈 수 없는 길과 트럭커의 GPS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22-gps.html

23) 추락주의


삼체 9) 색즉시공 色卽是空

 

주의 : 잘못 이해된 지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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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딥 필드 사진이 찍혔을 때 전 세계 천문학계는 깜짝 놀라 뒤집어졌다. 방금 막 쏘아 올린 수십조 원짜리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찍어 보자는 엉뚱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그 자그마한 빈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은 은하가 찍혔기 때문이다.


허블 딥 필드 사진을 보면 우주가 은하들로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사진으로 찍었기 때문에 꽉 차 보일 뿐이다. 실제 우주는 99.999…% 이상 빈 공간이다. 우주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중에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가 있는데 실제 우주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빈 공간을 뜻하는 Space 다. 일례로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가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도저히 갈 방도가 없다.


추정 4,000억 개 이상의 별들로 반짝이는 우리 은하도 사실상 본질은 99.999…% 텅 빈 허공이다. 보이저 1호가 인간이 만든 비행체 중에서 가장 멀리 나가 있고, 연구비가 아쉬운 나사 관계자들이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지만, 태양계 최외각의 오르트 구름을 벗어나려면 앞으로 3만 년이 더 걸린다.


또 다른 예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4광년 떨어져 있는 알파센타우리 시스템을 간다고 해 보자. 현재 인류의 기술로 여기에 가려면 7만 년에서 10만 년 정도가 걸린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으로서는 엄두도 안 나는 거리다. 따라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항성 간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태양계도 사실 99.999…% 이상 빈 공간이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 화성에 가려면 가장 최적의 상태에서도 7개월이 걸린다.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고 계획 중인데, 여행자들은 우선 7개월간 좁디좁은 우주선에 꼼짝없이 갇히는 시련을 견뎌야만 한다.


1, 2주 후에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한 클리퍼 프로브가 발사된다. 클리퍼는 5년 반 동안 우주를 여행한 후 2030년이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태양계 내에서의 이동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태양계의 99.999…%의 빈 공간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빈 공간이 아닌 것들은 태양과 그 주위를 도는 지구와 같은 행성들, 그리고 행성을 도는 달과 같은 위성들, 그리고 소행성들이다. 이들은 모두 원자로 만들어졌다. 지구에는 많은 생명이 있다. 생명 또한 모두 원자로 구성된다. 전자기파와 반응하는 바리온, 즉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원자들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실상 원자도 99.999…%가 빈 공간이다. 원자 하나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크기라고 가정할 때, 원자핵은 경기장 정 가운데 놓인 탁구공 정도이고, 원자핵 주변에 있는 전자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날아다니는 초파리 정도라고 한다. 즉 원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완전 텅텅 비어 있다.


체중 70kg인 성인 남성을 상정해 보자. 그의 몸은 모두 원자로 이루어졌다. 그의 몸을 이루는 원자의 모든 빈 공간을 없앤다고 가정해 보자. 즉 위에 예를 든 탁구공과 초파리를 합쳐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즉시 이 성인 남성은 미세먼지 티끌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어 눈 앞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 무게는 70kg 이다. 만약 지구 전체를 이루는 모든 원자의 빈 공간을 없애면 지구는 그 즉시 야구공만해진다.


놀랍게도 이런 천체가 우주에 아주 많다. 바로 중성자별 neutron star 이다. 온 세상이 99.999…%로 공하고 공하고 공한데 중성자별만은 빈틈없이 꽉 차 있다.


태양은 수십억 년 후에 적색 거성이 됐다가 행성상 성운을 남기며 자그마한 백색왜성 white dwarf star 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태양이 만약 1.5 배 정도 현재 크기보다 크다면 전혀 다른 최후를 맞이한다. 태양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그 후에 중성자별이 된다.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물질들이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수축되어 전자와 원자핵이 합쳐져서 지름 십수 km 크기의 중성자가 되는 것이다. 중성자별의 밀도는 너무나도 커서, 만약 중성자별의 물질을 티스푼만큼 뜰 수 있다면, 그 무게는 10억 톤에 달한다고 한다.


마블 시리즈의 토르가 무기로 사용하는 망치가 바로 중성자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무거워 토르 이외에는 들지도 못하고 이 망치로 부수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 원자핵의 구성요소인 중성자로만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획기적인 물건이 나온다. 고밀도의 이 물질은 현존하는 어떤 것으로도 부술 수 없다. 또 이 물질로 만들어진 무기는 현존하는 모든 것을 두부처럼 부술 수 있다.


삼체인들의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원작에서 중성자만으로 감싸여진 Droplet 이라는 무기가 나온다. 단 한 개의 Droplet 으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빈틈없이 꽉 찬 중성자로 만들어진 물체를 99.999…% 이상 빈 공간인 원자로 만든 지구인의 무기로 어떻게 대적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삼체인들은 지구인을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다. 왜냐하면 400년이라는 시간 때문이다. 알파센타우리에서 출발한 삼체인들의 함대는 광속의 1%라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에 접근 중이다. 불과 400년이면 도착한다. 그런데 그 불과 400년이 문제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이라면 대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다. 막 인조가 즉위한 시기다. 비록 막 화약 무기가 발전하던 시기이긴 했지만 과학 기술적으로는 과거 1만 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던 시절이다. 일만 년 전 석기 시대 사람 한 명을 납치하여 400년 전에 갖다 놔도 그는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400년 전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한 천재를 현대에 갖다 놓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400년 전 천재는 현대에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문물과 지식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천재는 현대 도시를 안전하게 걸어 다니는 방법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 이처럼 인류의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03년 최초의 비행기가 라이트 형제에 의해 12초간 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60여 년 후에 인류는 달에 갔다.


양자역학이 20세기 초에 정립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인류가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원자 안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수 세 대만에 인류는 인터넷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됐다.


전자의 제어를 넘어서 인류는 또 다른 원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입자 가속기를 사용하여 원자의 내부를 탐구 중이다. 400년 후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가능해질 것인가? 바로 이 부분이 삼체인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삼체인들의 계산으로는 400년 후 지구에 도착했을 때, 지구인의 과학 기술은 삼체인들을 아득하게 뛰어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막아야만 했다.


이에 삼체인들은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리소스를 끌어모아 최종 병기 소폰 Sophon 을 만들어 지구에 급파한다. 소폰은 삼체인들의 함대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 400년 동안 지구인들의 과학 기술 발전을 저지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소폰이 무엇인가? 이를 논하기 위해선 양자역학과 끈 이론,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다차원의 세상에 들어가야 한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삼체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주의 : 잘못 이해된 지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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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아서 C 클라크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될 수 없다” 라는 말을 했는데, 요즘은 과학 이론 자체가 마법과 같다. 나 같은 일반인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과학 이론 속에선 고양이가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하며, 양자는 순간이동으로 움직이며, 물질은 파동이었다가 입자로 붕괴하기도 하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아낼 수는 없고, 양자 두개를 얽혀 놓은 후 우주 양 끝으로 찢어 놔도 관계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둥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이런 마법과 같은 과학 속 이야기를 처음 느낀 건 어릴 때 본 과학 서적에서였다. 내가 만약 속초 앞바다에서 오줌을 시원하게 싼 후, 어떤 거인이 지구 전체의 바다, 즉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 인도양 등등을 모두 휘저은 다음에, 다시 캐나다 밴쿠버 앞바다에서 물 한 컵을 뜨면, 그 안엔 내가 방금 속초 앞바다에서 싼 오줌 속에 들어 있던 물 분자 여러개가 반드시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그런데 이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물 한 컵에 들어 있는 물 분자의 수가, 지구의 모든 바닷물을 물컵에 채운 물잔 수보다 훨씬 더 많다.


요즘은 AI 시대다. 그래서 ChatGPT 기반의 CoPilot 을 통해 확인해 봤다. 


질문 : 물 한 컵에는 몇 개의 물분자가 있을까


질문 : 전세계 바닷물은 몇 컵일까


역시 인공지능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물 한 컵에 들어 있는 물분자의 수가 전 세계 바닷물을 물컵에 담은 수보다 훨씬 많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물 분자가 엄청나게 작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상태다. 또 모두가 알다시피 수소 원자는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전자가 결합한 상태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또 모두가 알다시피, 산소 원자는 여덟 개의 양성자와 여덟 개의 중성자와 여덟 개의 전자로 구성된다. 그러니까 결국 세상은 전자 electron, 중성자 neutron 그리고 양성자 proton 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 만물은 흙, 물, 불,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고대 그리스의 사원소설로부터 많은 발전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다. 전자의 무게는 양성자의 약 2000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원자의 무게는 대부분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정한다. 원자가 모여서 분자를 구성하고, 분자가 모여서 사람이 되거나 돌멩이가 되거나 지구가 되거나 태양이 된다.


원자로 구성된 분자들이 모여서 행성이나 항성 레벨이 되면 중력이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행성의 중력에 묶여 있고 지구는 태양의 중력에 묶여 있다. 전자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전자기력, 중성자의 붕괴를 유발하는 약한 핵력, 양성자들을 붙들어 매는 강한 핵력, 그리고 중력을 포함하여 이 세상에는 네 가지 기본 힘이 작용한다.


세상의 모든 힘은 이 네 가지 기본 힘으로부터 유래한다. 내리쬐는 햇빛, 상쾌한 산들바람,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장쾌하게 떨어지는 폭포, 옹기종기 둘러앉은 가운데서 타오르는 모닥불, 면도날을 녹이는 황산,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는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 힘차게 내지르는 권투 선수의 펀치, 이 모든 힘이 원자로부터 유래하는 네 가지 기본 힘으로 모두 설명된다.


인류는 수력 발전을 통해 중력을 전자기력으로 변환한다. 전자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기력을 이해한 후 인류는 전기시대를 거쳐 전자시대로 들어섰고, 그래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약한 핵력을 바탕으로 핵 발전을 하고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각종 측정기구나 의료기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세상의 본질과 막강한 힘은 지극히 작은 원자로부터 기원한다.


그렇다면 이게 다인가?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양성자나 중성자를 쪼개서 그 안에 또 무엇이 있는지 볼 수는 없을까? 당연히 볼 수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에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의 LHC가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사상 최대의 과학 실험 장치다. 길이 27Km의 입자 가속기가 지하 100m에 묻혀 있다. 전 세계 85개국에서 모인 수만 명의 과학자들이 일하고 있다. 여기서 위에 언급한 양성자나 중성자의 내부를 탐구한다.



LHC는 양성자 등을 빛의 속도 가깝게 가속하여 충돌시켜 그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립자들을 연구한다.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에선 핵분열이나 핵융합 시의 질량 결손이 에너지로 변환된다. 하지만 입자 가속기에선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광속 가깝게 가속된 양성자들이 충돌할 때, 그 막대한 에너지가 입자로 변환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에너지로부터 생성된 입자와, 실제 양성자가 깨져서 나온 입자들이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온다. 과학자들은 이 중에서 유의미한 입자들을 연구하여 입자 물리학이라는 분야를 열었고 그 표준 모형을 확립했다.


표준 모형에 의하면 세상 만물은 12개의 기본 입자와 다섯 개의 힘 전달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하게는 나도 떠벌릴 입장이 못 된다. 이해를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지막에 발견된 힉스 입자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수십 년 전부터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또 다른 입자가 있어야 한다는게 피터 힉스에 의해 수학적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 입자를 찾는데 실패했고 물리학자들 사이에 빌어먹을 입자 goddamn particle 로 알려졌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수년간 LHC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때 LHC에서 미니 블랙홀이 발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 때문에 실험 반대 시위가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위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계속됐고 개선된 LHC에서 드디어 그 빌어먹을 입자가 발견됐다. 처음 이론적으로 제안된 후 50년 만이었다. 그 입자의 별명은 일반인들을 위해 신의 입자 God particle 로 개명됐다가 최종적으로 힉스입자가 되었다. 80세가 훌쩍 넘은 피터 힉스는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도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에서는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자 자기의 연구 논문을 쏟아낸다. 일찍이 이들은 자신의 페이퍼를 보다 효율적으로 펴내고 공유하기 위해 하이퍼링크를 사용한 웹 문서를 고안해 냈다. 이게 우리가 웹 브라우저를 통해 보는 인터넷 문서의 표준이 됐다. 이처럼 이들의 활동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CERN 이외에도 방귀께나 뀐다는 나라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LHC와 같은 입자 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강대국들이 엄청난 거금을 들여 더 크고 더 강력한 새로운 입자 가속기 건설과 운영에 자원을 쏟아붓는다.


왜 이런 짓을 할까? 인류는 아직 우주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은하의 엄청난 질량을 담당하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아직 인류는 모른다. 입자 가속기에서 피어 나오는 입자들의 조각구름에서 그 정체를 찾고자 한다. 우주를 계속해서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에 대해 인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양성자들끼리 충돌하면서 나오는 보손에서 그 비밀을 풀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물리 법칙이 붕괴되는 블랙홀의 특이점에 대해서 인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찾아낸 네 가지 힘 -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 을 아우르는 통일장 이론을 완성한다면 인류는 빅뱅 이전의 수수께끼를 풀 수도 있다. 혹은 네 가지 힘 이외의 또 다른 숨겨진 힘을 찾을 수도 있다. 또는 끈 이론에서 주장하는 10 차원 이상의 숨겨진 차원을 실제로 찾아낼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입자를 연구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실험 장치를 쓰며 과학자들은 지금도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게 삼체인들이 지구인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묘사되듯 삼체인들의 제일 공격 목표가 세상의 모든 입자 가속기 실험 방해였다.


그렇다면 왜?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북미 트럭커의 모든 것 22) 갈 수 없는 길과 트럭커의 GPS

세미 트럭은 아무 곳이나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길도 세미트럭은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먼저 무게 제한이 있습니다. 어떤 교량이나 길이 특정 무게 이상 통과 금지일 경우가 있습니다. 세미트럭이 가득 적재했을 때는 무게가 40톤 정도 됩니다. 시골의 조그만 교량들은 이 무게를 견딜 수 없습니다.




또 높이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미트럭의 높이는 13피트 6인치, 4.15 미터에 달합니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도로나 기찻길이 이 높이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갓길 없는 왕복 2차선 교차로의 경우 세미트럭이 좌회전이나 우회전하는게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좁은 교차로가 많은 길도 세미트럭은 통행금지입니다.




보통 이런 장애물이 있으면 한참 전에 “트럭 통행 금지” 표지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장애물에 가려 있거나 잠깐 한눈을 팔다가 이 경고판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죠. 그러면 트럭커에겐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지역 경찰을 불러 안전한 길로 유도를 받아야 합니다. 아니면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동안 한참 후진을 해야 하죠. 상황이 종료된 후 아마 십중팔구는 경찰로부터 티켓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트러커들은 보통 트럭용 GPS를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흔히 내비게이션이라고 부르는 그것입니다. 첫 설정 화면에서 트럭의 총 길이, 무게, 폭 등을 입력하면 트럭이 갈 수 없는 길을 제외하고 안내해 줍니다. 하지만 100% 신뢰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간혹 트럭이 갈 수 없는 길로 안내하기도 하고, 전혀 문제없는 길을 통과하지 못하는 길로 인식하여 엄청난 거리를 우회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트럭용 GPS 메이커는 크게 두 개로 하나는 Garmin 그리고 또 하나는 Rand McNally 입니다. 보통 두 제품 중에 하나를 사용하죠. 트럭스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7년째 Garmin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놈이 요즘 맛탱이가 가고 있네요. 뒤 전원 버튼을 감싸고 있던 고무가 날아가 버렸고, 안내 사운드가 나오다 말다 합니다. 이 직업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는데, 이걸 또 새로 사야 할지 말아야 될지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삼체 7) 1년은 365일이다



권력은 달력을 지배하고 달력은 인간을 지배한다.


1년은 365일이다. 이 사실을 처음 깨달은 이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다. 이집트인들은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에 생존을 의지했다. 그들은 지평선에 시리우스 별이 나타날 때 나일강이 범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별의 주기가 365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에 따라 시리우스력이라는 달력을 만들었다. 즉 세계 최초의 달력은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도 아니고 태양을 기준으로 한 양력도 아닌 별을 기준으로 한 성력인 것이다. 시리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와 함께 각종 종교 의식이 진행됐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정권을 차지한 후 태양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달력을 제정했는데 이를 율리우스력이라고 한다. 이 달력은 1,50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었다.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하여 새로 만든 그레고리력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달력이다.


동양에서는 달의 움직임을 따라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계절의 변화를 잘 반영하지 못하여 따로 24절기라는 것을 만들어 농사에 사용했다.


철새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듯 인간은 달력에 따라 활동한다. 그래서 달력은 인간의 정치, 경제, 종교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동양에선 권력자가 바뀌면 연호를 사용했다. 중국과 한국, 베트남 등에서 사용된 연호는 왕정의 폐지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입헌 군주국인 일본에선 아직도 연호를 사용한다. 쇼와, 헤이세이를 거쳐 현재는 레이와 6년째다.


기독교 문명이 세계를 지배한 후 전 세계는 예수 탄생을 전후로 한 연호를 사용한다. Before Christ 와 Anno Domini, 즉 BC 와 AD 가 그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는 AD 2024년 이다.


사회 구조가 복잡다단해지면서 하루를 잘게 쪼개기 시작했는데 바로 시간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해의 움직임이나 물이 떨어지는 양을 측정하여 해시계나 물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 현대는 하루를 24시간으로 잘게 쪼개 쓴다. 수탉이 울면 일어나고 해 떨어지면 자던 사람들이 현대에 들어서는 시계바늘에 쫓겨 다닌다.


이 모든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구는 태양이라는 유일한 항성을 가졌다. 그래서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라는 격언이 가능하다. 해가 여러 개 있는 항성계에선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어떤 날은 해가 두 개 뜨고 어떤 날엔 북쪽에서 뜨거나 남쪽에서도 뜰 수 있는 세상이 있을 수 있다.


많은 항성계가 쌍성계다. 즉 하나의 항성계에 태양과 같은 항성이 하나만 존재하는게 오히려 드물다. 보편적인 항성계가 쌍성계이기 때문에 Type 1a 형태의 초신성이 폭발하며 이를 통해 인류는 멀리 떨어진 은하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초신성을 관찰하다가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연구자들은 노벨상을 받았다. 쌍성계가 일반적이 아니었다면 알아내기 힘든 사실이다.


우리 지구가 은하의 중심부에 있었다면 여러 개의 태양을 가진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Nightfall 이 그런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행성이 10개 정도의 태양이 있는 시스템에 존재했다. 그 행성에 문명이 싹텄는데 행성 거주민들은 ‘밤’ 과 ‘암흑’ 이라는 개념을 모른다. 항상 한 개 이상의 태양이 하늘에 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어두움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본 적도 없다.


이 행성의 고고학자와 천문 물리학자가 만나 대화를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고고학자는 자기 행성의 문명이 몇 천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멸망한 흔적을 발견했다. 물리학자는 잠시 후에 모든 태양이 행성 뒤로 돌아가서 하늘에 태양이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 시기가 곧 온다는 걸 알았다. 마침내 이 행성에 몇천 년 만에 밤이 찾아왔다. 행성 거주민들은 몇 백 세대 만에 처음 밤을 경험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무수하게 반짝거리는 별들이 나타났다. 행성 주민들은 단체로 패닉에 빠졌다. 이들은 어둠을 쫓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모든 것에 불을 질렀다. 온 세상이 암흑 속에서 불길에 휩싸여 또 다시 문명은 멸망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재미있는 상상력이지만 실제론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물리학에서 삼체 문제 Three Body problem 라는게 있다. 세 개의 천체가 있다면 서로의 중력에 의해 일관된 궤도를 그리는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이작 뉴턴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에 들러 붙었다. 이 문제는 1800년대 후반 앙리 푸앙카레에 의해 풀리는데, 결론은 “절대 알 수 없다” 이다. 즉 별이 세 개 이상인 세상에선 결코 달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다.


알파 센타우리 삼체 시스템에 살고 있는 삼체인들은 이런 가혹한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에겐 달력도 없고 시간도 없다. 오직 크게 stable era 와 chaotic era 가 있을 뿐이다. stable era 는 그들의 행성이 하나의 항성에 붙잡혀 잠깐 동안 예측 가능한 낮과 밤이 있는 때이다. 또한 환경도 활동하기에 적당해진다. chaotic era 는 세 개의 항성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난잡한 궤도를 그릴 때이다. 삼체의 행성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혼란한 궤도를 그리게 된다. 그래서 삼체 문명은 계속해서 멸망한다. 어떨 땐 혹한에 빠져 문명이 얼어붙고 또 어떨 땐 온 세상이 불에 타 문명이 무너진다. 심지어 세 개의 항성이 일직선상에 놓여 행성 자체를 잡아 뜯어 버리기도 한다.


오랜 기간 이 행성에선 이렇게 문명이 생겨났다가 멸망하기를 9000번 이상 반복했다. 그리고 삼체 행성의 구천 몇백번째 문명에서 우연찮게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된다. 1년이 항상 365일 수 있는 세상은 그들에게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구라는 천국을 차지하기 위해 함대를 조직하여 지구로 출발한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된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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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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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m=1

4)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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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m=1

6)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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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년은 36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