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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주의 : 본문에 욕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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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습 : 쌍욕을 해라! 세이노의 가르침 - 2


- 전략 -


이 책의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파트를 읽어본 내 소감을 단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세이노 이양반, 완전 개새끼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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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어라는 언어에서 제일 마음에 안드는게 존댓말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병적으로 반말을 잘 못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이트클럽 웨이터나 룸싸롱 아가씨에게도 반말을 못했다. 이렇게 된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 내가 군대를 면제받고 다른 남자들보다 직장생활을 3, 4년 정도 일찍 시작한 것이 주요한 원인중 하나다(당시 군복무 30개월 표준).


졸업도 하기 전에 출근한 회사에서 우연이 겹치고 겹쳐 어쩌다 보니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회사에 얼굴을 비친지 2, 3일 만에 입사 동기들과 헤어져 과천정부청사로 몇개월간 출퇴근 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오니 동기형들은 지들끼리 친해졌고 나는 회사가 낯설어서 혼자 붕 떴다.


그 와중에 프로젝트 땜빵을 잘 마쳤는지 어쨌는지 회사 고위 인사들이 나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운도 좋았던게 프로젝트를 마치고 얼마 후에 태풍과 함께 큰 수해가 나서 내가 관여한 시스템이, 특히 내가 담당한 파트가, 방송을 탔다). 나는 성취감도 있었고 우쭐해진 마음도 들어서 내심 '사회생활 별거 없네!' 라고 생각하며 출퇴근 했다. 얼마 후 큰 회식을 하는데 친구들과 술 먹듯이 내가 긴장을 풀고 좀 까불까불 했다.


다음날 숙취 속에서 출근했는데 키가 훌쩍 큰 날카로운 인상의 대리님이 나를 회사 지하 다방으로 끌고갔다.


'외노자씨가 나이도 어리고 군대도 안 갔다 와서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 높은 분들도 많이 계신데 그렇게 행동하면 안되죠.'


이렇게 시작하여 오랜 시간 혼났다.


나는 기가 팍 죽어서 입을 꾹 닫고 지냈다. 결국은 왕따 비슷한 신세가 됐다. 나이 많은 동기들이 나를 두고 '군대도 안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재수없고 냄새나는 놈' 이라고 험담하는 것도 우연히 들었다. 회사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결국 1년도 못 채우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핑계를 대고 사직서를 냈다. 사직할때 이사님이 나를 불러서 '언제든 돌아오게. 환영하겠네' 하셨다.


(그리고 2년여 후에 난 실제로 그 회사로 다시 돌아갔다. 그 당시 두번째 직장을 동시에 퇴직한 여직원 한명과 같이 갔는데 1년여 후에 그녀와 난 결혼하게 된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 을 보면 빈곤의 냄새가 사건의 큰 모티브가 된다. 실제로 당시 나는 그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녔다. 아마 이 시리즈에서 그 냄새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몇 달 동안 대학원을 가겠다고 모친에게 깝치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 취직했다. 새 회사는 한일합작 회사여서 주로 일본 일을 했다. 두세 달 동안 일본에서 근무하고 1, 2주 동안 한국에서 지내는 식이었다. 일본 회사에서 일본인팀에서 근무했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그들과 군대 경험이라는 갭이 없어져서 오히려 나에겐 더 마음이 편했다.


그 회사에서 짬밥을 먹다 보니 후배 한국 직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선배로서 나를 깍듯이 대했는데 문제는 여전히 그들이 나보다 두세살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남들처럼 후배에게 함부로 말을 못하고 항상 존댓말을 쓸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버릇이 들어갔다.


이른 승진을 하고 직급이 생겼지만 나이 어린 직원이 들어와도 나는 반말을 못했다. 회사에서는 그저 존댓말을 하는게 편했다. 직급이 꽤 높아진 후에도 10년 이상 어린 팀원에게 말을 놓을 때까지 보통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사회생활 하면서 야~ 자~ 하며 격의 없이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타인에게 반말을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성격에다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라는 생활태도가 겹쳐져 나는 뜨뜻미지근한 성격이 되어갔다. 남에게 화를 내거나 남이 나에게 화를 내는 일도 없었다. 직접적으로 남에게 욕을 한다거나 욕을 먹는 일도 없었다. 지금 이 나이에 돌이켜보면 이도 저도 아닌 듯 하면서도 참 편안한 삶을 살아 왔다.


그렇다고 내가 그냥 물처럼 지낸 것은 아니다. 나도 여러명의 부하직원을 해고 했다.


해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유학파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언제부턴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안먹고 항상 밖에서 먹고 오고는 했다. 점심시간 10분 전에 미리 나가서 점심시간이 끝난 30분 후에나 돌아오곤 했다. 몇 번 조용히 주의를 줬는데 여전했다. 따로 불러서 닦달을 해서 알아보니 회사 근무 시간 중에 영어 학원 강사로 부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그만 두던가 사표를 내세요. 일주일 안에 결정이 안되면 공론화 해서 파면 절차를 밣겠습니다.'


이렇게 통첩을 했고 그 친구는 사표를 내고 떠났다.


또 한번은 삼성전자 출신의 과장급 경력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친구가 2, 3주 정도 공통 교육을 받고 온 후 나와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보니까 사장 라인하고 부사장 라인이 있는데 사장 라인은 이전무, 박이사, 김부장 등등이고 부사장 라인은 전상무, 홍이사, 강부장 등등인데 아직 제가 외노자 차장님 라인을 잘 모르겠어서요, 어디 쪽 이신가요? 그걸 알아야 저도 그쪽으로 줄을, 헤헤…'


라며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때 그 친구를 바라보는 내 얼굴 표정이 참 안 좋았을 거였다. 바로 HR 팀으로 달려가서,


'바로 쓸 수 있는 공돌이를 달랬더니 왠 능구렁이를 저한테 주세요?'


하며 징징댔다. 나의 냉랭한 반응 속에 뭔가 크게 잘못된 걸 깨달은 그 친구는 한달도 안되어 회사를 그만뒀다.


나와 도저히 맞지 않던 영업 담당 이사를 날려 버린 적도 있다. 이때도 서로 얼굴을 맞대며 언성을 높이지는 않고 서로 장문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쫓아냈다.


이 외에도 한 세 명 정도 더 해고했다. 이렇게 돌아보니 나도 참 모질었네! 근데 이야기가 자꾸 엉뚱한 산으로 가네! 큰일났다!


그러니까 요점은 이거다. 직원을 징계하고 해고하는 차가운 과정 속에서도 감정의 격앙이나 분노나 욕설 따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는 거다. 즉 '분노' 라는 개념은 나의 인생에서 거의 인연이 없는 것이다.


반면 책에 나타난 세이노의 인생은 분노와 욕설로 가득 차 있다. 모름지기 부자가 되려면 분노조절장애를 가져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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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것 그리움이 되리니


위는 푸쉬킨의 시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어린 시절 이발소에 저런 싯구절이 붙어있고는 했다. 나는 저 시 구절을 보고서 아무런 생각을 안했다. 왜냐하면 아무런 생각도 안했기 때문이다, 가 아니고 가난한 와중에서도 행복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세이노는 저 시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삶이 거지 같은데 왜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가. 그래서 세이노는 분노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분노는 왜 일어나는가. 뭔가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나는 그냥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세이노는 이 때 분노가 폭발한다. 세이노와 나의 큰 차이점이 이 지점이다.


분노는 보통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분노의 대상은 나와 다른 사람이 된다. 분노가 폭발할 때 보통 분노의 대상에게 욕설이 쏟아진다.


이미 우리는 이 시리즈의 2편에서 세이노의 천재적인 욕실력을 구경했다. 세이노의 회고에 의하면 이 재능은 그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이노 자신도 의사 아버지로부터 욕과 함께 꾸중을 많이 들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린 세이노는 그의 아버지가 검사, 변호사 그리고 동료 의사에 대해 창의적인 욕을 하는 것을 보고듣고 배우며 자랐다.


세이노는 세상에 분노하기 시작하면서 욕설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이 18, 맨날좆같네 , 좀나갑시다!' (책에서 발췌)


그는 부자가 되기 전 만원 버스에서 내릴때 위와 같이 욕지거리를 하며 다녔다. 왜냐하면 점잖게 부탁하는 것보다 쉽게 공간이 나기 때문이란다. 오로지 자기의 이득만을 위해 버스 안 수많은 사람들의 기분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6편에서 살펴 보았다시피 세이노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직원이 절대 일을 잘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맡아 할 직원을 뽑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모르는 업무는 그 직원이 일을 잘 하는지 못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경리면 경리, 구매면 구매 등등의 모든 업무를 통달한 후 아무나 뽑아서 업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또한 좋은 말로 해서 사람이 뭔가를 배운다고 믿지 않는다. 그는 자기 직원이 실수를 할 때마다 개지랄을 떨며 난리를 피운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안 한단다. 세이노는 진지하게 뭔가를 실수할 때 개지랄을 떠는 상사가 좋은 상사라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글쎄, 나는 그런 상사를 경험한 바가 없어서 이 건에 대한 가치판단은 못하겠다만…


에피소드 중에 세이노가 자기 자가용 운전수를 칭찬하는 내용이 있다(자기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를 인정하는 내용은 이 책에서 귀하다). 세이노가 아무리 불같이 화를 내도 그 운전사는 5분이 지나면 웃는 얼굴로


'헤헤, 세이노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이러면서 자기를 극진히 모셨다고 한다.


도대체 자가용 기사에게 불같이 화를 낼 일이 뭐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만 세이노에겐 자가용 기사에게도 불같이 화를 내는게 일상적이였다는 거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분노를 당연하다는듯이 받아 삼키는 그 운전사를 칭찬하고 있다. 자신의 갑질은 당연하고 운전사는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로서 그 갑질을 당하는게 역시 당연하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그 자신이 스스로 갑질에 뛰어나다고 책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때부터 그의 안하무인적인 행태가 시작된 듯하다.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며 부를 이룬 그는 이제 그와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갑질을 시작한다.


엄청난 부를 일군 그는 주위 모든 다른사람들보다 우월하다. 그런데 이 잡것들이 감히 세이노를 못 알아보고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분노가 터진다. 욕설이 쏟아진다. 마치 자기 직원에게 개지랄을 떨듯이 걸리적 거리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개지랄을 떨기 시작한다.


감히 내 앞에서 새치기를 해? 쌍욕을 한다.


감히 내 앞에 깜빡이도 안켜고 끼어들어? 쫓아가서 역시 쌍욕을 해 준다.


내가 주차할 근처에 이따위로 주차를 해 놨어? 집안 행사 중인 차주를 찾아가 쌍욕을 해 주고 잔치를 망쳐 버린다.


감히 내가 식당에서 밥먹는데 애들이 시끄럽게 해? 그 부모에게 쌍욕을 해 준다.


의사 주제에 나에게 반말을 해? 고래고래 병원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개 쌍욕을 해 준다.


선생 주제에 내 딸에게 이렇게 갈켜? 역시 쌍욕을 한다.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서류를 계속 빠꾸 시켜? 공무원 앞에서 서류를 찍고 상의를 찢어 발기며 쌍욕을 해 준다.


변호사 주제에 내 소송을 졌어? 야 이 개새끼야!


친구란 놈이 되도 않는 사업 계획을 내게 얘기해? 밥 먹다가 숟가락을 팽개치듯 내려 놓으며 쌍욕을 한다.


친구란 놈이 내 돈을 떼 먹어? 어 이건 욕해도 인정!


이 몸이 서점에서 책을 찾고 계신데 내 앞에서 걸리적거려? 좀 비켜라 18년들아.


하여튼 책 전반에 걸쳐서 분노와 쌍욕이 난무한다. 어질어질하다.


그는 이렇게 욕하며 돌아다니다가 형사 고발 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자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또한 건달들에게 네 번 정도 두들겨맞은 것도 자랑스러워 한다. 그는 독자에게 자신처럼 이렇게 욕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욕하다 두들겨 맞았을 경우 합의금을 받아내는 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음, 세이노는 개새끼들에게 이렇게 욕을 하라고 계속 권하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세이노가 제일 개새끼 같다.


세이노의 제일 개새끼 같은 점은 이거다. 대다수 선량하고 남을 고려하며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 라는 핑계를 대며 자기처럼 욕을 못하는 겁쟁이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쌍욕을 하면서도 타인에 대해서 자신이 우월함을 과시한다.


미처 몰랐는데 이 '세이노의 가르침' 이라는 책이 몇 달간 한국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나는 젊은 독자분들이 이 분노와 욕지거리에 대해서는 좀 비판적으로 봤으면 좋겠다.


계속 밝혔다시피 나는 지금까지 욕설과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 왔다. 그런데 어느날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잠깐 푸드코트에서 대기줄을 착각했는데 '세이노의 가르침'을 떠받드는 누군가가 갑자기 나에게


'야 앞에서 새치기하는 18새끼/놈아. 여기가 네 에미 보지구멍이냐. 아무데나 슬그머니 좃대가리 쳐박게.' (책에서 발췌)


이런 욕을 한다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다.


또 오랜 육아에 지쳐 있다가 오랜만에 외식을 나온 젊은 부부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아이가 돌아다녔다고


'저기 번데기 좃만한 새끼들이 니 보지 구멍에 니 자지가 들어가 빠져 나온 18새끼들이십니까?' (책에서 발췌)


이런 욕설을 흔하게 듣는 사회가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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