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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1) 지구상에 80억의 인구가 있고 80억가지 인생이 있다


 어릴 때 모친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은 말 중에 이런게 있다.


‘지구상에 40억의 인구가 있으면 40억가지 인생이 있는거다. 부러워할 것도 없고 비웃을 것도 없다. 그냥 네 인생을 살아라.’


나이가 들수록 모친의 그 말이 더욱 더 진리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릴 때는 그 말의 진의를 자주 까먹고는 했다.


결혼 전 직장 생활 할 때 급여 통장을 모친에게 맡기고 나는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모친으로부터 지원받은 결혼 자금은 내가 저축했을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였다. 그 후 친구나 후배들을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하며 건방을 떨었었다.


‘가장 좋은 재테크는 부모한테 맡기는 거여~ 그냥 월급 받으면 몽땅 드려~’


세상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이제 기생충처럼 자식의 수입을 쪽쪽 빨아 먹는 부모도 많다는 걸 안다. 미생이나 글로리 같은 드라마에서 묘사된 거머리 같은 아빠나 악마 같은 엄마도 세상에 진짜로 존재한다. 비단 픽션의 세계 말고도 부모 때문에 저축도 못 하고 빚을 지는 후배를 실제로 본 적도 있다. 내 얕은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고 다녔다.


이제 지구상에 80억의 인구가 있고 80억가지 인생이 있다.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80억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부자고 누군가는 가난하다. 누군가는 건강하고 누군가는 허약하다. 걔는 똑똑하고 쟤는 둔하다. 그 애는 이쁘고 저 애는 평범하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히로인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단역에 불과한 세상이 아니다. 부자만이 주인공이고 가난한 자들은 엑스트라인 세상이 아니다.


처음 ‘세이노의 가르침’ 책을 읽고 끄적거림을 시작했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냥 부의 축적에 성공하여 크게 부자가 된 어떤 사람이, 자신만이 세상의 주인공인 듯 나대면서 그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이 우스웠었다. 그런데 글을 써 나가다가 이 책이 큰 베스트셀러임을 알게 되고, 경제지 기자를 비롯하여 모든 독자들이 이 책을 찬양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면서 배알이 꼬여 버렸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좀 과하게 써 버린 감이 있다.


이 시리즈의 마무리 즈음에 생각해 보니 괜히 또 남의 인생에 대해 심한 말을 한 것도 같다. 하지만 부유, 빈곤, 현명, 아둔, 탁월, 평범, 미녀, 추녀, 훈남, 흔남 등등의 수식어 뒤에 있는 사람도 모두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세이노도 최소한 가난, 평범, 나태와 같은 수식어보다는 그 뒤에 있는 인간 그 자체에게 예의를 차려 줬으면 좋겠다.


세이노의 최근 글들을 보니 요즘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아마도 한 평생을 돈의 전쟁터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러 온 부작용으로 인하여, 전쟁 PTSD가 그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 내린 것 같다. 빠른 회복을 빌 뿐이다.


(끝)


지난글 목차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1.html

세이노의 가르침 2) 쌍욕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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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3) 여객기 3등칸 루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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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4) 가난뱅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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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5) 친구에게 돈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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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6) 아무도 믿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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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7) 분노의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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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9) 룸싸롱과 미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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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0) 건강한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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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1) 와,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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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2) 부자가 되는 방법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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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3) 도둑맞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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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4)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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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5)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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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6) 교활한 우파 퍼랭이들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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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7) 망할놈의 불공평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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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19) 전과자가 되지 말아라

세이노의 가르침 20) 돈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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