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 검색

세이노의 가르침 1) 부자가 되고 싶냐?

상속받은 재산 없이 맨손으로 천억원대의 부를 일군 부자가 있다. 그가 '세이노의 가르침' 이라는 책을 냈다. 세이노(Say No)는 그의 필명이다. 이 책은 세이노가 돈을 벌기 위해 낸 책이 아니다. 종이책의 가격은 원가 수준이며 ebook은 아예 무료다.


(세이노가 돈을 벌기 위해 낸 책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은 세이노와 같은 기득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실천할수록 기득권층이 가장 큰 수혜를 누리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부분을 더 풀어볼 것이다)


인터넷에 두 가지 버전의 '세이노의 가르침' 전자책이 존재한다. 하나는 PDF 형태이며 다른 것은 EPUB 형태이다. PDF 버전은 내용이 오래됐다. YES24 등의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내용이 많이 보강된 출판용 EPUB 버전을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EPUB는 표준 전자책 확장자이다. 국내외 이북 리더기가 있으면 그냥 업로드해서 읽으면 된다. 이북리더기가 없다면 EPUB를 읽어들일 수 있는 앱을 탭이나 스마트폰에 깔아서 읽을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아마존 킨들 이북 리더기도 EPUB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킨들의 send to kindle 이메일 주소로 보내면 된다. 한글책이지만 전혀 무리없이 킨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맨손으로 천억원대의 부자가 된 그의 경험담이다. 그는 당신도 자신과 같은 부자가 될 수 있다며 그 비결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기 시작한다. 문장은 힘있고 재미있다. 그가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책을 읽어 나가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입이 쩍 벌어졌다. 척척박사, 만물박사다. 아연실색 해졌다.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영락없는 꼰대다. '뭐 이런 사람이 있지?' 하며 기가 찼다. '이 양반 이거 싸이코패스네!'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다. 물론 뼛속까지 게으른 천성을 가진 내 자신이 창피한 순간도 많이 있었다.


그가 소개하는 부자 되는 방법은 현실적이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나랑은 참 다른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구나.

둘째, 나는 죽었다 깨나도 부자는 못되겠다.


여튼 나는 야코가 죽어버렸다. 우와! 천억원대 부자!


그의 글에 따르면 나는 100% 거렁뱅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시각에서 볼 때 나는 거렁뱅이로 살아왔고 가난뱅이로 살고 있으며 거지꼴로 죽을 사람이다. 전혀 이의가 없다. 그의 논지에서 보면 나는 거지꼴이 마땅하다.


책을 읽다 보니 좀 자괴감이 들어서 며칠전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가난뱅이라서 싫지 않아?'


'엉? 우리가 왜 가난뱅이야?'


'어- 가난뱅이라기보다는 부자가 아니라서 싫지 않아? 내가 능력에 좋았다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 텐데 말이지. 내가 능력이 없었잖아. 싫지 않아?'


'무슨 소리야! 난 지금이 딱 좋아. 부자되면 자기 뭐 바람 피려고?'


'바람은 무슨- 여튼 내가 능력이 있었다면 부자가 될 수 있었을 테고, 그럼 비행기 일등석 타고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여행 다닐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아니, 무슨 부자는 혼자 되나? 자기가 그런걸 하려 했다면 나도 당신 상사 부인 쫓아다니며 이것저것 해야 했었잖아. 난 그런거 싫어! 난 여태까지 좋았고 지금도 좋아!'


오! 오!


역시 나의 아내는 현명한 사람이다. 맞다. 부자는 혼자 될 수 없다.


당신이 만약 조그마한 공장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치자. 이때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중 하나를 세이노는 이렇게 말한다.


작은 공장들은 항상 인력난에 허덕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임금을 올릴 수도 없다. 직원에게 월급을 적게 줄수록 당신 주머니가 두둑해지기 때문이다. 경쟁사 대비 월급을 적게 주거나 동일하게 주면서 직원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직원과 호형호제 하는 것이다. 힘든 하루 일과 후에 직원과 같이 사우나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 줘라.


일이 몰려 야근을 할 때는 사장의 아내가 중요하다. 돼지고기 수육과 겉절이를 만들어 공장에 찾아가 직원에게 먹여라. 직원들의 부인들과도 안면을 트고 그들의 부엌 숟가락 숫자까지 알 수 있도록 친해져라.


그러면 직원들은 적은 급여를 받더라도 당신의 공장 혹은 기업을 떠나지 않고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거다.


이거 뭔가 본말이 전도되지 않았나? 이 사람은 인간적인 관계까지 철저히 자신이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 즉 자기 주머니에 돈을 더 많이 가져오는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 아주 욕심이 드글드글 하다.


나는 절대 뒷전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과 사우나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며 호형호제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내 아내는 알고 있다. 또한 아내는 이런 치사한 계산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우리 부부는 이런식으로 부자 되기는 애초에 글러먹었다.


여튼 앞으로 이 책을 주제로 해서 과연 내가 왜 부자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몇 가지 끄적거려 보고자 한다. 대부분은 아마 이솝우화속 숏다리 여우가 '저건 틀림없이 신포도야' 라고 궁시렁 거리는 내용이 되겠지만, 아무튼,


히히, 꽤 재밌을것 같다.


(계속)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