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은 정말 자전거를 많이 탄다. 학생, 가정주부, 직장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생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와 전철역 근처에 주차하고 전철을 타고서 직장으로 출근하고는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한국에는 없는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위 사진과 같이 일본 전철역에는 대체로 유료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주차하면 전혀 자전거 도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일본에서는 자전거 등록 제도가 있다. 동네 파출소 같은데 가서 단돈 500엔만 내고 자전거를 등록할 수 있다. 자전거를 등록하면 등록 스티커가 나오는데 이것을 프레임에 붙이고 다닌다. 만약 자전거를 도난 당하면 신고할 수 있다. 경찰은 도난 신고된 자전거와 비슷한 자전거를 발견하면 등록 스티커를 살펴보고 도난 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어딘가에 방치된 자전거가 있으면 경찰이 수거해서 원래 주인에게 연락을 해준다. 등록 스티커가 없는 자전거는 일단 도난 당한 자전거로 의심 받는다. 한국보다는 확실히 자전거 도난에 대해서 걱정을 덜 수 있다.
젊을 때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어느날 한국인 후배 직원이 여럿 들어왔다. 우리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료' 라는 숙소에서 묵었다. 나는 선배로서 그들을 잠시 케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과 다른 일본의 에티켓과 전철 타는 방법 등등을 알려줬다.
그 중에 한 명이 경찰에게 잡혔다. 자전거를 훔친 것이다. 그 놈이 자전거 도둑일 줄 미리 알았더라면 일본의 자전거 등록 제도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을 텐데, 신입 사원 중에서 자전거 도둑이 있을 줄 내가 상상이나 했겠냐고요! 여튼 망신을 당하며 간부들과 일본 본사 총무과가 겨우 사건을 무마 시켰다.
그는 일요일날 다닐 교회를 찾아보기 위해 자전거를 잠시 빌렸단다. 용무 후에는 제자리에 갖다 놓을 작정이었단다. 이게 도대체 말이여, 방구여?
한편, 나도 자전거 도둑으로 몰릴뻔 한 적이 있다. 바로 본격 MTB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다.
나는 몸에 딱 맞는 자전거 져지를 입어 본 적이 없다. 자전거 탈 때 나의 복장은 그냥 등산복이다. 헬멧도 쓰지 않는다. 어느날 야근을 하고 밤늦게 MTB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신호를 대기 하는 중이었는데 경찰 한 명이 나를 유심히 봤다. 자전거와 나의 복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나도 인정한다. 더구나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경찰이 내게 다가왔다.
'아저씨 잠깐만요. 아, 싼 거구나! 그냥 가셔도 돼요.'
그 경찰은 아마도 자전거에 조예가 깊은 사람인 것 같았다. 슬쩍 내 자전거의 메이커와 프레임과 달려 있는 구동계 부품을 보더니 나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아마도 내가 카본 프레임에 XTR 급 구동계 부품을 가진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면 나는 자전거 도둑으로 몰렸을거다.
그런데 괜히 억울했다. 자전거 도둑으로 몰린 것보다 내가 아끼는 자전거가 무시당한게 더 기분이 나빴다. 무척 비싼 자전거는 아니지만 나는 내 자전거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무시를 당하다니!
비록 자전거에 정통한 선수들에게는 싸구려 취급을 받을만 한 메이커와 등급이지만 난 그 자전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내 자전거는 탄탄하고 달릴때 잡소리 없이 그저 지이이잉~ 하는 멋들어진 소리만이 타이어와 아스팔트 사이에서 올라온다. 그간 체인 한번 빠진적이 없다. 더이상 바랄게 없었다. 그런데 정복을 입은 경찰관에게 싸구려라고 무시당했다.
도대체 값비싼 카본 프레임에 최상급 구동계를 쓴 자전거는 얼마나 좋으려나? 궁금하기도 하다만 절대 거기까지 가면 안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뭔가 또 한번 타락해 버릴 것 같아 겁난다.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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