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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관을 기다림


 나는 북미를 누비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다.


트럭 운전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직업 같지만 어떤 때는 한 장소에서 꼼짝없이 장시간 기다려야 할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짐을 싣거나 내릴 때 쉬퍼 Shipper 나 리시버 Receiver 의 사정에 의해 하루, 이틀 기다릴 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2시간 이내에 다 끝난다. 왜냐하면 2시간 이상 기다리면 회사는 시간당 얼마씩 운전사에게 수당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수당은 쉬퍼나 리시버도 부담한다.


트럭이 고장나 하루 이상 수리할 때도 한정 없이 기다려야 한다. 매사추세츠 보스턴 근방 소도시에서 트럭이 고장나 3박 4일간 호텔 생활을 한 적도 있다. 물론 이 호텔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그리고 하루당 150불 정도 수당이 지급된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혹은 그 반대로 짐이 운반될 때는 미리 edi에 의해 전자적으로 통관절차가 진행된다. 운전사는 통관 서류를 이메일로 받고 이거를 트럭스탑에서 인쇄하거나 자체적으로 인쇄하여 국경을 통과하면 된다. 그런데 간혹 이 통관절차가 한정없이 길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국경 근처에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이런 일은 1년에 보통 두 번 정도 일어나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캔사스에서 냉동 피자를 실을 때는 여름이었다. 에어컨을 켜고 1박 2일간 달리고 달려 국경 근처까지 왔지만 아직 통관이 안 됐다. 그리고 지금 트럭을 멈춰 세운 채 추워서 히터를 틀어 놓고 10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미 캘거리 근처에 도착했어야만 하는데 아직 노스타코타 깡촌 트러스탑에 묶여 있다. 1시간 40분만 가면 사스카추완 국경인데 통관 서류 없이 갈 방법이 없다. 더욱 안 좋은 것은 통관에 지체된 시간에 대해선 회사에서 보상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꼼짝없이 공짜로 인생을 낭비하는 중이다. 젠장 맞을...


날은 이미 어두컴컴해졌다. 만약 지금 통관이 된다면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꼼짝없이 캘거리까지 12시간 이상 밤 운전을 해야 한다. 차라리 이 밤을 지나고 내일 일찍 통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디스패치가 일정을 재 조정 하고 좀 여유를 얻을 수 있겠지. 물론 나의 수입은 팍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2023.11.15


댓글 1개:

  1. 어라? 회사는 이걸 보상해 주네? 레이 오버로 288 달러가 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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