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는 수천개의 섬이 있다. 세계 2차대전 즈음에는 여러 섬에 석기시대 수준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고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이 원주민들은 천지개벽할 만한 기적을 목격한다.
갑자기 미군, 호주군들이 들이닥치고, 비행장이 여기저기 건설되고, 커다란 강철로 만들어진 새들이 날아다니고, 그 새 뱃속에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가지가지 물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쟁을 위한 군수 기지가 이곳저곳 섬에 건설된 것이다.
원주민들은 군인들이 나눠주는 신기한 음식을 맛봤다. 처음 먹어본 초콜릿, 도넛, 고기통조림과 밀가루 음식은 천상의 맛이었다. 군인들이 나눠준 알약을 먹으니 마법처럼 열이 내리고 아픈게 없어졌다. 군인들은 아무런 일도 안하는데 풍요로웠다. 그저 커다란 강철로 된 새들이 군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물자를 내려 주는 것이었다. 이 마법과도 같은 일은 원주민들의 세계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썰물처럼 군인들은 사라졌다. 더불어 원주민들이 잠깐동안 누렸던 풍요도 끝장났다. 그들은 절망에 빠졌다.
원주민들은 강철로 만든 새들을 다시 불러 오기 위해 떠나간 군인들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버려진 활주로를 정비하고 철거된 관제탑을 나무와 지푸라기를 이용해 복구했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어렵게 구해와 매일 아침 내걸었다. 소총 대신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제식훈련을 흉내냈다.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로 헤드폰과 무전기를 만들고 백인 군인들이 한것처럼 통신을 하는 흉내를 냈다. 또한 조종사의 고글과 헤드셋을 만들어 차고다녔다. 호주군이 주둔한 곳에서는 영국에서 유래한 오후 티타임을 모방하기도 했다. 이른바 카고 컬트 - 화물 종교 - 의 탄생이다. 이 의식들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 섬에서는 존 프럼이라는 인물이 신격화 되고 있다. 어느날 원주민 마을에 나타난 이 인물은 섬을 조사한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그리고 과연 얼마 후 그는 많은 군인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예의 비행장 건설과 강철의 새들이 날아다니는 기적이 시작됐다. 전쟁이 끝난 후 존 프럼은 마을 사람들에게 언젠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동료 군인들과 함께 섬을 떠났다. 섬의 원주민들은 존 프럼을 숭배하며 아직도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후에 섬을 방문한 백인들이 존 프럼은 더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원주민들은 믿지 않았다. 벌써 수십년이 지나 그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도 원주민들은 완강하게 그들의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원주민 장로는 자신들의 신앙을 시험하는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들도 예수라는 사람을 이천년 동안 기다리고 있지 않소. 우리도 당신들처럼 존 프럼님을 기다릴 뿐이요. 우리를 내버려 두시오.'
지금도 그 섬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계속되는 궁핍과 힘겨운 노동으로부터 구해줄 구세주, 존 프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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