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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천국에서 영생을 살아보자


 

최근 어떤 독실한 기독교 신자께서 나에게 영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라 하셨다. 그래서 잠깐 생각해 봤다. 그리고 의문이 생긴 걸 그분께 여쭤봤더니 막상 그분은 영생에 대해서 잘 모르신단다. 김이 새버렸다. 그래도 잠깐 생각한게 아까워서 여기에 끄적거려 본다.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영생이라는게 있다. 영원히 산다는거다. 천년도 아니고 만년도 아니고 45억년도 아니고 138억년도 아닌 무려 '영원' 이다. 여기서부터 난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영생을 하는 장소는 두 군데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천국과 지옥이다. 나는 당연히 지옥에 갈 것이니 일단 지옥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자.


지옥은 지금까지 살았다가 죽은 사람,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죽어서 갈 곳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시길 자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천국에 갈 수 없다 하시니, 생전 예수에 대해서 들어 보지도 못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몽땅 지옥에 갔다.


즉 대략 서기 1세기 초부터 서양 선교사가 조선에 오기 전 19세기 말까지 약 1900년간 한반도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지옥에 있다. 뭔가 상당히 불공평한 것 같지만 그들의 교리가 그렇다니 믿어야지 뭐!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자. 이런 불공평한 일이 한반도에만 있었겠는가. 유럽과 중동 일부를 빼고, 대항해시대 이전의 전세계 사람들은 하여튼 몽땅 지옥에 쳐박혔다.


AD 1년부터 AD 1900년 사이에 예수라는 존재를 알 방도가 없었던 인도인, 남아시아인, 중앙아시아인, 동아시아인, 아메리카 원주민, 남아메리카 아즈텍인과 마야인, 아프리카인, 호주와 뉴질랜드 원주민, 폴리네시아인, 이누이트인 등등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몽땅 지옥에 가서 바글바글 할거다. 그러니까 최소한 이들에게 이산가족은 없으니 이건 하나의 장점이다. 예수 출현 이후 지금까지 유럽이나 중동인들은 가족이나 연인이 천국과 지옥으로 찢어져서 생이별을 했을 것이다. 불쌍하다.


누가 천국에 갈지 선택하는 것은 기독교 신의 권한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독교 신자로서 아무리 열심히 교회에 다녀도 그/그녀가 결국 천국에 갈지 안 갈지는 확정되지 못한다. 그러니 어떠한 일이 있어도 영원토록 헤어지고 싶지 않은 연인이 있다면 절대 기독교 근처에는 발도 들여서는 안된다. 또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어떠한 역경이라도 헤쳐나갈 작정이라면 역시 기독교 쪽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안그러면 천국과 지옥으로 뿔뿔이 영원토록 생이별을 하게 된다.


지옥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유황불에 빠져서 영원히 고통을 받는 장소라는 이야기도 있고, 춥고 외롭고 배고픈, 하여튼 불행이 철철 넘쳐 흐르는 암울한 장소이다. 여기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 인간이 만든 형무소에 있는 형기 라든가 가석방, 사면 같은 건 지옥엔 일체 없다. 그저 영원히 불행해져야만 하는 벌을 받는 것이다.


나는 아마 여기 가면 영원히 욕을 큰 소리로 고래고래 지를 것 같다. 어차피 후회하고 참회하고 모범수로 살아도 형기 감면이나 사면 같은 희망이 절대 없다. 그러니 욕이나 할 밖에. 예수 이 나쁜 놈아 나와 봐, 나랑 얘기 좀 하자. 여호와 이 썩어 빠진 놈아, 쌍판떼기 좀 보자. 뭐 이런 거겠지. 아마 나 뿐이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지옥 주민들이 이런 악다구니를 쓰고 있을거다.


아마도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욕지거리를 들으며 쾌감에 몸을 떠는 변태 메조키스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천국에 가보자.


나는 천국에 갈 확률이 0% 이니 여기선 가상의 인물을 세워 보자.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평생 낮은 곳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던, 진짜 천사같은 사람이 천국에 갔다고 치자. 아마도 천국의 인구밀도는 상당히 낮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곧 그가 평생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천국에 없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이 이타적인 천국 주민은 그가 이승에서 만났던 친구, 동료, 연인, 가족들이 현재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걸 자각했다. 이 천사같이 착한 천국 주민은 과연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혼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믿지 않는다 하여 자신의 자식이라 하는 인간들을 지옥불에 던져버리는 당신네들의 신을 난 당최 이해 할 수가 없다. 차라리 난 지옥에 가서 당신네 신에게 버림받은 그 억울한 영혼들을 구제하겠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독교의 지옥에 대해 법정스님이 했다는 말이다. 아마 위 독실한 기독교 신자도 차라리 지옥에 가서 고통받는 불쌍한 영혼을 위해 봉사하기를 원하지는 않을까?


이런 부작용을 방지할 방법이 있다. 바로 이 선한 천국 주민의 인성을 바꾸거나 기억을 없애 버리는거다. 이렇게 해야만 하나님의 의도대로 이 사람은 천국에서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 이 사람은 현생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잃고 천국에 와야 한다. 혹은 아예 지옥 같은건 떠올리지 못하게 약간 바보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래야만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완전히 바뀌는거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이타적이고 선하며 남들을 돕고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로지 현재 천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영원한 행복만을 누리는, 뭐 그냥 배부른 필론의 돼지가 되버렸다.


어차피 상상이니까 좀 더 가보자. 내가 죽어서 기적적으로 천국에 갔다고 가정해보자. 난 행복한 상태로 뒤따라올 내 사랑하는 아내를 기다리겠지.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50년이 지나도 아내가 안온다. 아내가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고 있다고? 그 순간부터 난 천국에서 지옥을 맛보는 상황이 될게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신은 아마도 아내에 대한 내 기억을 없애야 할거다. 갑자기 벌써부터 엄청나게 슬퍼진다.


아내의 아름다운 얼굴, 아내가 처음 내게 사귀자 할 때의 기적 같은 순간, 아내와의 첫키스의 추억, 항상 내게 보내주던 아내의 미소, 나를 부르는 감미로운 그녀의 목소리, 대용량 배낭을 메고 함께 지리산, 설악산, 히말라야를 누볐던 추억들, 네팔과 인도를 여행했던 기억들, 캐나다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로드트립한 추억이 모두 사라지다니…


나는 온전한 내 기억을 가지고 차라리 지옥으로 갈란다.


결국 천국은 기억을 삭제 당하고서, 무슨 일이 있던 히히헤헤 할 수 있는 저능아들이 수용된 동물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바보가 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신은 흐뭇해 하고 있을거다.


완전 텔레토비 동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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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중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난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봐 왔어.

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

탄호이저 기지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C-beam들.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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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이 바로 나다. 천국에 가는 조건이 기억을 없애는 것이라면 그건 또다른 죽음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천국에 사는 그 물건은 절대로 내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지옥은 신의 피가학적 변태 성욕을 채우기 위한 장치같다. 또 천국은 그냥 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을 풀어놓은 동물원으로 생각된다.


그 애완동물은 신에게 충성스러웠던 인간을 선택해 개조한, 사람을 닮았지만 사실은 사람이 아닌, 항상 바보처럼 헤헤거리며 아무 이유도 없이 마냥 행복해 하는, 뭔가 이상한 존재라고 여겨진다.


생각할수록 이 기독교의 신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악취미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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