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의 상징물을 몸에 지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십자가 목걸이나 묵주 같은 것들이다. 혹은 차나 집안 벽에 십자가 라든가 성경 구절을 걸어놓고는 한다.
어떤 종교는 아예 옷차림이 그 사람의 종교를 확연히 드러낸다. 시크교도 남자들은 터번을 쓰고 이슬람교 여자들은 히잡이나 부르카를 착용한다.
또한 특정 종교 의식을 행할 때 그 사람의 종교가 드러나기도 한다. 가톨릭 교도들은 식사 전에 수줍은듯이 성호를 긋는다. 무슬림들은 특정 시간이 되면 사람 눈에 안 띄는 구석자리를 찾아 엉덩이를 높이 들고 메카를 향해 절을 한다.
내게 가장 생경한 종교의식은 한국 개신교인들이 하는 통성 기도와 방언이다. 크게 몸을 앞뒤로 흔들며 손을 하늘로 뻗고 '하느님 아버지' 혹은 ' 오 주여' 등등의 말을 하며 울부짖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 하도 이질적인 의식이라서 서양인들은 이를 한국식 기도 - Korean prayer 라고 한다.
개신교인과 카톨릭, 그리고 시크교도들은 내 주위에 많은데 이상하게도 무슬림과는 별로 접촉이 없다. 물론 초창기에 영어 교육을 받을 때 여러 무슬림들과 가벼운 교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무하다.
아, 우리집 패밀리닥터가 무슬림이다.
그는 흑인이고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니다. 그냥 집 근처 아무 병원이나 가서 '패밀리 닥터를 정하러 왔습니다' 하고서 인연이 맺어졌다. 그 후 약 10년간 그가 아내와 나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몇 년 전에 그가 병원을 옮겼다. 우리 집과 꽤 떨어진 곳인데 우리는 그 닥터가 너무 좋아서 우리도 병원을 옮겨버렸다. 꽤 멀어서 가끔 그를 방문하는게 귀찮긴 해도 뭐 어쩔 수 없지! 명의를 보는 값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갑자기 찾아온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고생할 때,
'너 한국인니까 헬리코박터 검사 한번 해 보자.'
하고선 원인을 한 번에 잡아냈다. 과연 검사 결과 아내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있었고 이를 치료한 후 역류성 식도염도 드라마틱하게 완화됐다.
또 아내의 가족력에 따라 대장 내시경 검사를 선제적으로 진행했는데 여기서 큰 폴립을 발견하여 제거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집안에 우환이 생겨 아내와 떨어져 살았던 적이 있다. 아내는 한국에서, 나는 캐나다에서 홀로 지냈다. 그때 가벼운 우울증에 빠져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래 넌 술 마시면서 뭐 하니?'
'뭐 그냥 음악 들어!'
'무슨 음악?'
'이것저것. 레드 제플린이라든가 퀸 같은거. 나 젊을 때 듣던 것들.'
'한국에서도 그런거 들어?'
'오, 예! 한국이 아마 캐나다보다 더 서구화 돼 있는 나라일걸?'
의사는 나를 정신과에 리퍼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듯 했다.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써 놓고 보니, 난 왜 이 글을 쓰고 있는지, 이 글의 주제는 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게 다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도는 일정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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