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백신 주사 맞기 싫어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국경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을 때, 나는 오미크론에 걸려 골골대면서 집에서 쉬고 있었다. 부스터샷까지 맞았는데 오미크론에는 장사 없더라.
2주가 지나서 업무에 복귀했는데 간이 항원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달 동안 목이 간질간질하고 갑작스런 재채기와 마른 기침 때문에 꽤 고생했다. 나중에 보니 롱 코비드라고 해서 드물지 않은 증상이었다.
간질간질 거리는 목과 마른 기침에 고생하면서 여러해 전 아내와 같이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를 거닐던 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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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은 힌두교인에게 신 그 자체다. 특히 가장 인기 많은 파괴의 신, 시바신이 바로 갠지스강이다. 어떤 말썽꾸러기 신이 인간들을 괴롭히려고 홍수를 일으켰는데 시바신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 홍수를 멈췄다고 한다. 갠지스강이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그 위치에 바라나시가 있다. 바로 시바신이 인간을 위해 홍수라는 대재앙을 막아낸걸 상징한다고 한다.
죽음이 두려웠던 인도인들은 윤회라는 신박한 개념을 생각해 냈다. 마치 기독교인들이 육체와 분리된 불멸의 영혼이라는게 있어서 죽은 후 천국에 간다고 믿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개인적으로는 힌두교의 윤회 개념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힌두교도들은 현생의 모습이 전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기가 낮은 카스트를 가지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면 전생에 지은 죄를 속죄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음 생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현생에서 덕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소위 카르마 - 업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거지들은 뻔뻔하다. 동냥을 받으면서도 상대가 좋은 업을 쌓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여겨 당당하다.
누구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삶은 후회의 연속이다. 결국 사람은 살면서 나쁜 업을 쌓을수 밖에 없다. 죽기 전에 이 나쁜 업을 싹 없애 버리는 묘수가 있다. 바로 바라나시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고 거기서 화장하여 재로 돌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바라나시 갠지스강은 힌두교인의 성지다.
오래전부터 난다긴다 하는 권력자와 부자들이 바라나시에 와서 죽음을 기다렸다. 그들은 강가에 큰 저택들을 지어 놓고 호의호식하며 죽음을 기다렸다. 그 건물들은 지금 호텔이나 여관 등이 되었다. 강가에서 좀 떨어진 뒷골목에는 싸구려 숙소들이 들어서 있다. 지금도 그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이 묵고 있다.
이런 시설들 양 끝에는 화장터가 있다. 계속해서 시체를 태우는 연기들이 피어오른다. 시체는 보통 천에 감싸여 꽃장식과 함께 화장터에 도착한다. 소각되고 남은 시체 일부는 강물에 버려진다.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버려진 꽃장식을 먹어 치운다. 떠돌이 개들 또한 타다 남은 시체를 찾아 돌아다닌다. 인도 전국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이 화장터 근처 강물에서 목욕하고 그 물을 마신다. 공기는 매캐하다.
바라나시에서 제법 괜찮은 호텔방을 얻었다. 창 밖으로 갠지스강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끔 원숭이가 창가 난간을 붙잡고 오르락내리락 했다. 천정에는 귀여운 도마뱀 몇마리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도 화장터의 매캐한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계속 목이 간질간질 했고 마른 기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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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갠지스강 순례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 적이 있다.
'성스러운 강물로 목욕한다고 심신이 깨끗해지고 천상에 오른다면, 갠지스강의 물고기들이 제일 먼저 천상에 올랐겠습니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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