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커피를 파는 곳을 알고 있다. 몬타나주의 그레이트폴스에 있는 트럭스탑의 커피인데 하도 경이적으로 맛이 없어서 이게 정상적인건지 실수인건지 확인하려고 그 후로 세 번이나 더 사마셨다. 계속 한모금 마시고 버렸다. 진짜 꾸준히 형편없더라.
스타벅스나 팀호튼 같은 커피는 트럭커에게 사치다. 트럭이 파킹할만한 곳에 그런 커피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트럭스탑에서 파는 커피가 유일한 옵션이다.
문제는 이게 맛이 균일하지 않다는 거다. 트럭스탑마다 맛이 틀리다. 또 시간대에 따라서도 풍미가 천차만별이다. 아침 바쁜 시간대엔 제법 훌륭한 커피를 얻을 수도 있지만 간혹 새벽에는 뽑은지 꽤 지나서 실망스러운 맛을 견뎌야 할 때도 많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 스탑의 커피가 좋았다고 항상 좋다는 보장도 없다.
해서 매일아침의 커피는 그날의 첫 운세를 가늠하는 복불복이다. 트럭을 출발시키고 들이킨 첫모금이 좋았다면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 첫모금의 커피가 웩~ 소리를 나게 한다면 하루의 시작 몇시간 정도가 별로가 된다.
자, 오늘의 커피는 맛있을까 맛없을까 진할까 흐릴까 텁텁할까 산뜻할까 하루하루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뭐, 지금까지는 말이다.
마이조라는 수동 커피머신을 사용한 이후는 항상 균일하고 만족스러운 커피생활을 영위하는 중이다. 이게 큐리그 커피캡슐을 사용하는거라 맛의 선택범위가 넓고 항상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또 설거지등의 뒷처리가 필요 없어서 나에게 딱이다. 매일 아침 물을 끓여 이걸로 커피를 내리는게 나의 하루 시작의 의식으로 정착된지 여러달째다.
아침식사로 빵과 주스박스 하나를 먹고 물을 끓여 텀블러에 커피를 내리고 샤워를 하고 온다. 그리고 인스펙션 후에 트럭을 출발시킨다. 아직 세상은 어둠에 잠겨있다. 동쪽을 향해 달린다면 저 멀리 지평선 위로 밝게 빛나는 금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 약 삼십분간은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첫 졸음이 찾아온다. 왜 항상 출발하고 30분쯤 후에 큰 졸음이 엄습하는지 수수께끼다. 아직은 커피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아껴야 한다.
아내는 항상 나를 위해 얇게 썰어서 말린 사과를 넣어준다. 손을 뻗어 말린 사과를 집어들고 씹기 시작한다. 산뜻한 산미와 함께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돌고 첫 졸음이 물러난다. 말린 사과가 남아있다는 것은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아직 꽤 멀었다는걸 의미하기도 한다. 말린 사과를 씹으며 30여분간 더 달릴 수 있다.
ELD 장치에 표시된 운전시간이 드디어 한시간을 넘었다. 이제 커피는 딱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됐을거다. 손을 뻗어 텀블러를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입에 갖다댄다. 쌉싸름 하면서 향기로우며 따듯한 블랙 커피가 입안에 쏟아지며 미각세포를 폭발시킨다. 황홀경속에서 커피를 음미하자 눈앞에 끼여있던 희뿌연 안개같은것이 겉혀지며 눈이 맑아진다. 아, 세상은 아름답다.
한 세네 모금 정도를 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다시 30분 정도 주행한다. 그러면 다시 약간의 졸음이 몰려온다. 준비한 오늘치의 말린 사과는 이미 동이 났다. 사과 밑에 깔려있던 견과류가 손에 닿는다. 아내가 여러가지 섞어서 준비해 준 견과류다. 때로는 말린 블루베리, 플럼, 건포도 같은게 손에 잡힌다. 나머진 캐슈, 아몬드, 피칸, 브라질넛, 마카다미아 같은것들이다. 이들을 씹으며 부족한 아침을 보충하고 틈틈이 커피를 들이킨다. 고소한 견과류 후에 향긋쌉살한 커피는 기분좋은 미각적 쾌락을 안겨준다.
운전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가 지나면 커피가 다 떨어진다. 이제 카페인이 몸에 돌고 별로 졸립지 않다. 날은 이미 밝아졌다. 커피의 수분과 카페인의 이뇨작용으로 오줌보가 빵빵해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운전시간 세시간을 넘겼다. 가장 빨리 나오는 레스트에리어나 트럭스탑에 정차하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휴~ 오늘 하루 작업량 33% 정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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