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캐나다 의료시스템이 후졌고 한국 의료보험과 병원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여기서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 반대 상황을 말합니다.
캐나다에 이민오자마자 한쪽 눈이 심하게 충혈됐습니다. 워크인 클리닉에 가서 2시간을 기다려 의사를 만났습니다. 한참 보더니 모르겠다며 전문의를 추천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열흘도 안 돼서 안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안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냥 아무 이상 없고 충혈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 의사의 말대로였습니다.
이 진료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갑자기 심한 복통이 와서 응급실에 갔습니다. 2시간을 기다려 응급실로 들어갔고 피검사, 뇌전도, 복부 초음파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담낭에 돌이 있다고 했습니다. 췌장이 약간 부은 것 같으나 아직 쓸개가 붓지는 않았으니 일단 마약성 진통제와 패밀리 닥터를 지정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왔습니다.
이 진료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아내와 같이 집 근처 클리닉에 가서 패밀리 닥터를 지정했습니다. 접수에서 아무나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흑인이며 이슬람교인 사람이 담당의가 됐습니다. 그 패닥의 주선으로 열흘 정도 후에 CT촬영을 했습니다. 다행이 췌장은 이상이 없으니 담낭 절제 수술을 추천 받았습니다. 무서워서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이 진료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수개월간 간간이 복통이 오면 응급실에서 준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습니다. 그런데 진통제가 떨어졌고 또 아팠습니다. 진통제를 처방받기 위해 페닥을 찾아갔습니다. 패닥은 진통제 처방을 거부하며 레터를 써주고서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했습니다.
툴툴거리며 응급실에 갔더니 바로 입원당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후에 수술 받았습니다. 쓸개빠진 놈이 되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것 : 아내가 보호자로서 저와 함께 병원에서 밤을 지내길 원했습니다만 간호사에 의해 제지당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와 24시간 붙어 있는게 아닙니다. "병원 서비스에 간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진료와 수술과 입원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수술 이후 패닥의 주도하에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패닥은 제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했습니다. 그게 담낭에서 뭉쳐 돌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스타틴을 처방했습니다. 평생 먹으랍니다. 드디어 성인병을 얻었습니다. 저도 이제 어른입니다. 으하하하…
이 일련의 검사와 진료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단, 100일치 약값은 제가 내야 했습니다. 회사 보험이 적용되어 한 6불 몇 십센트 정도 냅니다. 하루에 6.5 센트 꼴이네요. 아까워라!
아내가 역류성 위염이 심하게 왔습니다. 페닥은 '너 한국인이니까 이 검사 한번 해 보자' 하며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했습니다. 과연 아내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이 나왔습니다. 한 달 정도 약을 먹고 또 검사를 했습니다. 짠! 치료됐습니다.
이 진료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약에 들어간 비용은 냈는지 어쨌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장인 어르신이 대장암 수술 경험이 있으십니다. 패닥은 가족 이력이 있으니 아내에게 대장 내시경 처방을 내렸습니다. 커다란 용종이 발견되어 제거했습니다. 조직 검사를 했습니다만 다행히 악성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장 상태가 무척 호전됐습니다.
이 일련의 검사와 진료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무료였습니다.
캐나다나 한국이나 평균 수명이 비슷합니다. 한국이 약간 더 오래 사는데 의미를 둘만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건강합니까?' 라는 설문 항목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캐나다인은 75% 정도가 스스로 건강하다고 하는데 반해 한국인은 그 3분의 1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오래전 읽은 걸 기억에 의존해서 씀으로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 의사가 캐나다 병원에서 신부전 환자를 위한 브로셔를 읽었습니다. 신부전 환자의 옵션 중에 투석을 받지 않고 삶을 마감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는 걸 보고, 한국인 의사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이 형편없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인 것을 보고 그 의사는 충격을 받습니다.
실제 신장이식 수술의 빈도가 한국보다 캐나다가 훨씬 높았던 겁니다. 즉 당신이 신장이식 수술이 필요한 신부전 환자라면, 한국보다 캐나다에서 태어나는게 훨씬 더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보더라도, 그리고 여러 가지 통계를 보더라도 저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예전에 어떤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내용입니다. 이 글에는 50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의사 여러분과 병원 관계자의 댓글이 많았습니다. 사실 본문보다는 댓글이 더 읽을 만합니다. 하지만 댓글은 제 것이 아니기에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본문만이라도 한번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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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우수성을 이야기합니다. 싸고 빠르다는 거죠. 의료계분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상누각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저도 여기저기 눈팅한 결과, OECD 대비 한국 정부의 의료비 재정 담당 비중이 하위권이고 의료인들의 희생에 의해서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다는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1년여간 중증 환자의 보호자로서 의료 소비자였었는데요, 개인적으론 과연 한국의 의료체계가 정상적인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참고로 환자는 반신불수의 뇌졸중이 갑자기 발병하였고 재활치료중에 말기 폐암이 발견되어 재활과 항암을 오가며 투병하다가 1년여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문제점 1. 막대한 비용
치료비가 아닙니다. 재활 병원에서 매 달 수백만원의 비용을 부담했어야 했는데 그 비용은 바로 간병비였습니다. 모든 병원에서 간병인 고용 또는 환자 가족중 1인이 24시간 환자를 간병할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병상에서 여유가 되는 가족은 24시간 간병인을, 처지가 어려운 분들은 12시간제로 간병인을 쓰고 가족중 1인이 밤을 환자와 지세운 후 아침에 다시 직장으로 출근하는 생활을 하였고, 그럴 형편조차 안되는 가족은 가족중 1인이 24시간 환자와 함께 장기간 병원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재활병원뿐 아니라 항암 치료와 합병증으로 인한 폐렴이나 폐수 치료를 위해 큰 병원에 전원했을 때조차 환자의 모든 수발을 위해 가족 1인이 환자와 함께 하며 대소변을 처리하여야 했습니다.
즉, 한국에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가 생기면 막대한 간병비를 부담하거나 환자 보호자 1인의 인생이 환자와 함께 병원에 감금된다는 사실입니다.
문제점 2. 메뚜기 환자들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로 인해 재활 치료가 필요하면 환자는 메뚜기 생활을 해야 합니다. 큰 병원은 몇 주, 중소 재활 병원은 통상 3개월 이내만 입원이 가능합니다. 뭔가 의료보험상의 시스템에 의해서 한 환자는 그 이상 입원이 불가하답니다. 그래서 재활 환자의 가족의 큰 일 중 하나가 한 병원에 입원 후에 다음에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서 헤메는 겁니다. 저 또한 이곳저곳 평판이 좋다는 병원을 찾아서 서울, 경기 곳곳을 헤맸습니다만 도데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물론 겨우 익숙해진 환경을 떠나 또다시 생경한 병실에서 낯선 사람들과 익숙해져야만 하는 환자의 부담보다는 작은 불편입니다만...
문제점 3. 또다른 착취
전문 간병인은 소수의 한국인과 대다수의 중국 동포입니다. 그들은 또한 간병인 파견 회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병원은 간병인 파견회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환자가 A 병원에서 만난 간병인이 마음에 들어서 B 병원으로 옮길때 데려가고 싶다고 해도 그게 가능하지 않습니다. 환자는 그 병원이 지정한 회사의 간병인만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부조리가 발생합니다. 강남의 모 병원에서 그들의 주 업무는 간병은 물론이고 병실 청소와 정리정돈입니다. 병원은 청소와 정리를 위한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당연하다는듯이 병원 관계자는 간병과 관련없는 여러가지 일들을 간병인에게 시키고 있었습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보험 체계하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과연 외국은 어떠할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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