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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한국음식 중에선...

 ... 보신탕 빼고는 다 잘먹습니다.



담배를 끊은 후 나름 식도락 취미에 약간 발목을 담가서 이민오기 전에는 집에서 맥주랑 전통주도 빚어먹고 참치(혼마구로) 대뱃살(오도로)같은것도 주문해서 직접 해동해 먹곤 했지요. 그리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선 주는대로, 있는대로 먹습니다. 아내와 떨어져 기러기 생활할 때는 몇달간 김치없이 지냈습니다. 저는 김치 없어도 평생 잘 살수 있습니다. 암요...


운이 좋아서 직장일로 세계 곳곳을 출장다닌일이 많았는데요, 제가 싫어하는 일중 하나가 외국 나가서 한국 음식점 가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사람이 움직이는 출장길에 저 혼자 행동하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특히 사회 초년병땐 말이죠.


한번은 부서장과 같이 도꾜로 출장을 갔습니다. 이양반이 일본 주재원 생활을 꽤 오래 한 사람이라 여기저기 저보다 훨씬 빠삭하더군요. 호텔에 짐을 푼 당일, 일정이 없기에 이양반이 주재원 시절 자기가 자주 가던 식당이 있다면서 긴자로 가자고 하더군요. 전 드디어 오랜만에 사시미라던가 스시라던가를 긴자의 고급 식당에서 먹는가보다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긴자 번화가의 뒷골목 허름한 건물 지하의 전라도식 추어탕집이었습니다. 도대체 일본까지 가서 왜 남원추어탕을 먹어야 하나요.


미국 워싱턴에 같은 사람과 출장을 갔습니다. 오랜 비행시간에 지쳐있는 와중에 이양반이, "모처럼 미국에 왔으니 고기먹으러 가자. 근처에 고깃집 알아놨다" 하더군요. 전 속으로, '와 드디어 미국식 두툼한 스테이크를 썰어보나보다' 하고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한국식당이고 먹은 음식은 들척지근 양념 범벅의 특이할 것 없는 한국식 갈비...


또 한번은 전시회 및 컨퍼런스 참가차 싱가폴에 갔는데 거진 막판에 관광 분위기였습니다. 현지의 여행사 가이드가 일단의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며칠간은 정말 현지 음식들을 즐기고 있었습다. 스팀보트며 피시볼 누들이며 호강하는 와중에 가이드가 '오늘 저녁은 어디서 드실래요? 한국식당? 현지식당?'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을 꺼네기도 전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한국식당이요.', '맞아, 며칠 김치를 못먹었더니 속이 느글느글 하네...' 하며 웅성웅성 하더군요. 식사비는 이미 전시회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기에 어쩔수 없이 싱가폴에서 맛없는 된장찌개를 먹는 저는 속으로만 불만을 삭혀야만 했습니다. 누군가 김치찌게를 뜨며 말하길 "역시 한국놈은 김치를 먹어여 해~". 전 속으로 '난 한국놈 아니고 지구인이거든. 넌 편식하는 인간일 뿐이지, 흥' 하며 궁시렁 거릴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거하게 음식을 즐긴 출장도 꽤 됩니다. 특히 중국 상해로 일주일간 출장갔을땐 호텔 조식을 제외하고 하루 두 끼을 매일매일 중국 현지의 식장에서 코스로 즐겼는데요, 물론 메뉴는 못고르니 주는대로 먹었습니다만, 모두 중국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사천식이니 북경식이니 징기스칸이니 오리구이니 하며 지루하지 않게 즐겼습니다. 나중엔 일은 뒷전이고 식사시간만 기다려 지더군요.


중국에선 각 지역별 중국음식을 즐겼다면 호주에 약 한달간 출장땐 그야말로 하루에 두 나라씩 가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이민의 나라답게 세계 각국의 음식이 있었는데요, 점심은 말레이시아, 저녁은 미국, 다음날 점심은 베트남, 저녁은 태국, 다음날 점심엔 중국에서 딤섬을 먹고 저녁엔 그리스에서 지중해식 만찬을 즐기는 식이였습니다.


세상은 넓고 먹을건 많더군요.


전 캐나다 오면 호주에서와 비슷한 식생활을 누릴 줄 았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저의 착각이였습니다. 스시를 먹어도 맛이 없고 중국집의 오렌지 치킨은 이빨이 부러질 정도로 딱딱하고 에도니 테리야끼니 하는 식당에서 일본음식이라며 파는 국적 불명의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울 수단일 뿐입니다.


제가 처음만난 주변의 이민자와 공통점을 찾는 주제중 하나가 캐나다 음식 흉보기입니다. 이런식이죠...


걔 : "캐나다 오니깐 어때?"

나 : "응, 좋아, 음식 빼고..."


이렇게 한마디만 하면 걔는 눈이 똥그래지면서 맞짱구를 쳐주며 함께 캐나다 음식을 흉보면서 breaking ice를 하게 되는 식이죠. 중국사람이던 콜롬비안이던 상관 없이 말이죠. 단, 영국에서 이민온사람에겐 피해야할 방식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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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맛있게 처음 경험한 음식중에 하나가 인도음식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커리 소스가 상 가운데 서빙되고 이를 안남미로 지은 밥이나 난이라는 화덕에 구은 넓적한 밀가루 전병과 먹는 음식이었는데요, 참 인상깊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서 서울 동대문 근처와 종로에 인도인이 만든 인도식, 파키스탄식 식당이 몇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의 생각이 나서 아내와 함께 그 식당들중 하나에 가서 음식을 즐겼는데요, 아내도 참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자주 동대문과 종로의 인도식당을 가서 함께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지금 살고있는 집 근처에 샤프란이라는 무지 장사가 잘 되는 테이크아웃 전문 인도식당이 있습니다. 인도음식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그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서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잠시 음식을 오물거리던 아내가 한 말은...


"... 여기서 다시 사먹을 일은 없겠다 ..."


저도 동감입니다.


사방에 일본식당, 인도식당, 중국식당이 많지만 모두 캐나다인 입맛에 맞춰져 변형된 형태고, 그리고 이사람들 입맛은 틀림없이 영국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ps

1. 며칠 전에 끄적인 글에 캐나다 맛집에 대한 요청글이 있어서 약 1년 전에 캐나다 이민자 모임 카페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하여 올립니다. 사실 캐나다 음식이 그렇게 심하진 않을꺼에요. 예전에 외국에서 접대 비슷한걸 받은 거고 지금은 생활이니까...


2. 저와 다른 식성을 가지신 분이 기분나쁘시라는 글이 전혀 아닙니다.


20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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